박항서(49) 전남 감독은 노련한 지략가다. 그라운드에서 만나면 다소 어눌한 말투에 너털웃음을 짓는 모습이 영락없는 이웃집 아저씨같아 보이지만 그의 머릿 속은 이미 승리에 대한 전략으로 가득 차 있다.
박항서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6강 플레이오프 진출, 아시아축구연맹(AFC) 조별리그 통과, FA컵 3연패'라는 현실적인 목표를 세웠다. 6강 P.O 진출을 위해서는 최소 35~36점의 승점이 필요하다.
박항서 감독은 프로축구연맹 이사회가 끝나고 K리그 일정이 확정되면 바로 월별 포인별 획득 구상에 들어간다.
시즌 기간을 월로 나눠 단순히 한 달에 몇 점의 승점을 따내겠다는 것이 아니라 월별, 주별로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게임, 비겨도 성공적인 게임, 비기거나 져도 크게 문제없는 게임을 구분해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에게 전달, 확실한 목표 의식을 심어줄 계획이다.
◆신인, 2군 선수단 파악에 주력
17일 오전 11시 광양연습구장. 전남과 우석대학교의 연습 경기가 벌어진 이곳에서 박항서 감독을 만났다.
지난 7일 전남 감독으로 정식 부임해 이제 10여 일이 채 지나지 않았지만 박항서 감독은 이미 베스트 11에 대한 구상을 어느정도 끝마친 상태다.

전남은 수비 강화를 위해 수원에서 이싸빅을 영입했고 현재 루마니아 리그에서 뛰고있는 박재홍의 복귀를 요청했다. 또한 산드로와 시몬이 포진한 공격진을 강화하기 위해 지난 시즌 대전에서 기량을 인정받은 슈바와 포항 우승에 한몫을 해낸 고기구를 데려왔다.
박항서 감독은 산드로와 슈바가 지난해만큼만 해주고 시몬이 좀 더 적극적으로 공격에 가담해 포인트를 올려주면 남 부럽지 않은 공격 라인을 형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베스트 11만 가지고 올 시즌을 꾸리기는 힘든 상황. 전남은 K리그와 컵 대회 외에 AFC 챔피언스리그의 살인적인 일정도 소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 박항서 감독은 오는 23일 터키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까지 신인과 2군 선수들의 기량 파악이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항서 감독은 "전남에 오기 전에도 항상 경기장에 봐왔던 선수들이기 때문에 베스트 11 등 주전급 선수들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다. 이보다 지금은 신인과 2군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해야하는 중요한 시기다"고 말했다.
박항서 감독은 흙 속의 진주를 찾아내겠다는 의지도 밝혔다.
박항서 감독은 "새로운 감독이 온 것이 그 동안 빛을 발휘하지 못했던 선수들에게는 기회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며 "모든 것은 처음부터 시작이다. 기득권은 없다.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고 강조했다.
◆어웨이 승률 높여야
2만석 규모의 축구 전용구장을 갖춘 전남은 K리그 구단 중에서 지역 연고가 잘 정착되어 있는 팀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박항서 감독은 6강 P.O 진출을 위한 당면과제로 어웨이 승률 높이기를 선포했다.
전남은 지난 시즌 정규리그 26경기를 치르며 7승9무10패(승점 30)를 기록했고 이 중 원정에서 단 1승(5무7패)에 그쳤다. 홈에서 올린 6승4무3패(승점 22)괴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지역 팬들을 위해 홈 경기에서 화끈한 축구를 구사하겠다는 기조에는 변함이 없지만 이 정도의 원정 승률로 P.O 진출은 힘들다는 것이 박 감독의 판단이다.
박항서 감독은 "왜 이렇게 어웨이 승률이 저조했는 지에 대해 현재 분석 중이다. 분석이 끝나면 바로 개선 작업이 들어갈 것이다"며 "또한 지난 시즌 전남의 골득실이 -3인데 6강 P.O를 위해서는 골득실이 +로 돌아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이뉴스24 /광양=윤태석기자 sportic@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