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진우를 바라보는 코칭스태프와 팀 동료들의 시선은 '무한신뢰' 그 자체였다.
지난달 31일 청주구장. 경기전 덕아웃에서 만난 한화 이글스의 김인식 감독은 이날 선발 등판이 예고된 송진우의 2천 탈삼진 기록에 대해 애써 태연함을 보였지만, 얼굴은 조금 상기돼 있었다.
김인식 감독은 1984년 동국대 야구부 감독으로 재직하던 당시 청주 세광고 졸업반인 송진우(42)를 직접 스카우트한 오랜 인연이 있다. 그 때 송진우에 대한 기억을 묻자 김 감독은 "그 때부터 동급생들에 비해 공이 빨랐고, 어린 선수답지 않게 경기를 이끄는 능력이 좋았다"며 옛 기억을 살포시 꺼냈다. 까까머리 고교 졸업생 때 송진우를 품에 안은 것이 엊그제 같은데 햇수로 어언 25년이나 흘렀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을 지었다.
김 감독에게 송진우에 대해 얘기를 더 해 달라고 하자 "뭐, 할 말이 있겠어. 혼자서 열심히 해서 지금까지 이어온 선수지, 뭐"라며 "송진우는 재질이 뛰어난 선수야"라고 답을 했다.
노력도 많이 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엔 "노력도 노력이지만 야구에 대한 감각이 남달랐기에 지금껏 선수로 활동할 수 있었던 것이고, 각종 대기록을 내는 데까지 온 것이다"고 말했다.

한화의 전신인 빙그레 시절부터 팀 선배였다가 이제는 투수코치로 송진우를 지도하는 위치에 있는 이상군(46) 코치는 "재질도 뛰어나지만 근성이 더 앞서는 선수"로 송진우를 평가했다.
송진우가 프로에서 20년 동안 활동할 수 있었던 바탕에는 뭐든지 포기하지 않는 '독종'의 면모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몇 번의 팔꿈치 부상 후 수술 등으로 인해 예전만큼 위력있는 공을 던지지 못하지만 쉼없이 상대팀 타자의 약점과 특성을 파악하면서 '현실에 맞춘' 피칭을 하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이 코치는 전했다.
또한 송진우의 이런 노력하는 모습이 팀내 사기 진작이나 후배 선수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이 코치는 덧붙였다.
송진우의 입단 1년 선배였던 한용덕 한화 코치를 비롯해 구대성, 정민철 등 다른 선수들이 송진우의 근성을 가까이서 지켜보며 함께 활동했던 덕분인지 대부분 선수생활을 오래 했거나 지금까지 이어오고 있다. 한화에는 어느덧 '고참 선수의 활약'이라는 전통(?) 아닌 전통이 세워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달라는 한화의 한 팀관계자는 "늘 말없이 묵묵히 자신의 책임을 다하는 그의 열정이 올해 다시 한 번 팀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송진우는 이날 아쉽게도 2천 탈삼진 대기록 달성에는 실패했다. 삼진을 하밖에 잡아내지 못하고 일찍 강판돼 3개가 남은 2천 탈삼진 도전은 다음 경기로 미루게 됐다. 하지만 팀에서 '무한신뢰'를 받는 그의 '무한도전' 앞에 기록 달성 시기가 좀 늦춰진 것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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