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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우, "2천 탈삼진, 사실 떨리죠"


지난달 31일 청주구장. 경기 시작 2시간 전인 오후 3시쯤 한화 이글스 선수들이 LG전을 앞두고 내외야에서 몸풀기에 한창이었다.

일찍부터 경기장을 찾은 야구팬들은 관중석에서 한화 선수들을 향해 "송진우 선수는 어디 있나요"를 연신 외쳐댔다. 송진우 선수에게로 모든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는 날이였다.

한국 프로야구 27년 역사상 처음으로 세워지는 '2천 탈삼진' 기록에 4개만을 남겨놓은 상태인 송진우가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르는 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것도 송진우의 사실상의 고향인 청주에서 대기록을 세울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극적인 요소까지 가미된 경기였다.(송진우의 출생지는 청주 인근인 충청북도 증평군이며 청주 세광중·고를 졸업했다)

팬들의 연호가 어느 정도 잦아든 오후 4시쯤 송진우가 햇살이 내리쬐는 운동장에 발을 내디뎠다. 홈부터 외야까지 가장자리로 수차례 달음박질을 한 그는 잠깐 땀을 훔치더니 덕아웃쪽으로 걸어 들어갔다. 몸풀기를 하는 동안 팀 동료 누구도 그에게 다가가거나 말을 붙이지 않았다. 이 모든 일들이 진행되는 것이 일종의 의식을 치르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송진우는 덕아웃에 들어서자마자 벽면에 붙어있는 상대팀 타자분석표를 5분 가량 훑었다. 중간중간 약간의 몸짓이 보일 때면 '가상투구'라도 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이렇게 침묵의 시간을 보낸 그는 덕아웃 바깥쪽 의자에 조용히 앉았다. 경기 시작 20분 전이었다. 잠시 후 송진우가 취재진에게 먼저 입을 열었다. "해드릴 말이 없는데..."라고 운을 뗐고, 약 2분 가량 이런저런 얘기를 전했다.

"이곳 청주구장은 세광중학교 시절인 1970년대 후반부터 밟았던 곳입니다. 최근 보수를 해서 모습은 변했지만 여기에 오면 옛 생각이 새록새록 나요. 참, 경기가 있기 전에 아들한테 연락이 왔는데, 야구경기에서 졌다며 속상해 하더라구요. 저나 아들이나 다 좋은 소식 있으면 좋을텐데..." (송진우의 아들은 현재 중학교 야구선수로 활동중이다).

그러면서 송진우는 오른손을 들어 얼굴을 가리고 하늘을 한번 쳐다봤다. 내려져 있던 왼손에는 공이 들려 있었다.

출전 준비를 위해 다시 덕아웃 쪽으로 들어가려는 송진우에게 바로 윗쪽 관중석에서 40대 가량의 한 남성팬이 이렇게 물었다. "오늘 잘 던질거죠?". 이에 송진우 선수는 살짝 웃으며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팬은 다시 외쳤다. "긴장하면 안되니까 편하게 해요"라고.

송진우는 그 말을 듣더니 응답없이 선수 대기실로 움직이면서 입을 떼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사실 떨리죠."

지난 1989년 프로에 입단해 20년 동안 마운드를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베테랑' 송진우. 그에게도 '떨림'은 있었다.

조이뉴스24 /문현구기자 brando@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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