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한국시리즈 우승이 기억난다."
9회초 2아웃, 마운드에 선 윤길현의 5구째 역투가 미트에 꽂히며 히어로즈 장기영을 삼진으로 잡아내자 SK 벤치와 응원석에서는 "축하합니다"라며 열혈한 함성이 터져나왔다. SK 김성근 감독이 1천승의 금자탑을 쌓아올리는 순간이었다.
3일 SK 와이번스-히어로즈의 시즌 13차전이 열린 문학구장. 선발 김광현의 '무실점+9K' 역투에 힘입어 SK가 8-0 승리를 거두자 1,000승을 달성한 김성근 감독은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려 팬들에게 화답했다.
통산기록 1,000승 49무 892패(승률. 529). 현재까지 김성근 감독이 남긴 기록이다.
김 감독은 삼성 시절이던 1992년 7월4일 태평양과 더블헤더 1차전에서 500승(승리투수 오봉옥)에 이르렀고, 쌍방울 사령탑이던 1998년 6월29일 군산 롯데전에선 김영덕, 김응용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700승(승리투수 김원형)을 돌파했다. 또 2007년 6월28일 롯데전서 900승(승리투수 레이번)을 기록한 지 1년2개월여 만에 100승을 추가, 1천승에 도달했다.
보통 사람이라면 다음 목표는 명확하다. 국내 프로야구 감독 최다승(김응용, 1천476승) 기록에 도전하는 것.
그러나 김성근 감독의 소감은 역시 '야신'다웠다. 그의 첫 마디는 "이제 27경기 남았다"였다. 당장 다음날 닥쳐올 경기와 남은 시즌 팀 운영부터 걱정하고 챙기는 것이었다.
그는 이어 "집에서 곰곰이 생각해 봤더니 롯데가 남은 경기를 모두 이기면 80승이더라. 목표를 80승으로 수정하겠다"고 입담을 과시하기도 했다. 한편으론 페넌트레이스 2년 연속 1위에 대한 강한 집념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김 감독은 끝내 감추던 1천승의 기쁨에 감격하는 모습도 보였다. "아무래도 수많은 선수들과 스태프들의 노고가 없었다면 이 자리에 설 수 없었다"며 "이제까지 야구생활을 하면서 작년 한국시리즈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우승 당시를 떠올리는 모습이었다.
마지막으로 그는 "올 시즌 야구판도는 예측불허다. 올스타전을 전후로 한화, 롯데가 그러했듯, 마지막 경기를 할 때까지 하나하나 차근차근 헤쳐나갈 생각"이라며 "1천승의 원동력은 어떤 문제가 닥쳐도 타인의 탓이 아닌 내 탓이라고 여기는 마음가짐이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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