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 김성근(66) 감독이 감독 생활 17년(1984년~2008년)만에 역대 한국프로야구 사상 두번째로 1천승 금자탑을 쌓았다. 김성근 감독은 3일 히어로즈와의 홈게임을 8-0 승리로 이끌며 마침내 1,000승을 달성했다. 통산 1,000승 49무 892패(승률. 529). 국내 프로야구 감독 최다승 기록을 갖고 있는 김응용(1천476승) 현 삼성 사장에 두번째로 1,000승 감독이 됐다. 일본 프로야구 통산 최다승 감독은 쓰루오카 가즈토로 1천773승의 기록을 남겼다.
◆선수에서 지도자까지
재일교포 2세로 1942년 일본 교토부에서 태어난 그는 교토 가쓰라 고등학교에 재학 중이던 1959년 제4회 재일동포학생 모국방문 경기 때 고국 땅을 밟은 적이 있다. 고교졸업 후 일본 사회인 야구팀인 교토상호차량에서 투수로 활동하며 기량을 가다듬다 1960년 동아대학교에 스카우트됐다. 동아대를 중퇴한 후 한국 실업야구에 투신, 1961년 교통부에 입단한 그는 한국에 완전히 정착하며 기업은행 창단 멤버로 1968년까지 활동했다.
현역 투수 김성근의 주무기는 좌완에서 뿌려지는 빠른 직구. 1962년 제4회 아시아 야구선수권대회 대표팀에 선발, 한국을 준우승으로 이끄는 등 맹활약을 펼쳤다. 1963년 11월13일 대통령배 가을리그 인천시청과의 경기서는 생애 첫 노히트노런도 기록했다.
1964년 실업연맹전에서 다승 공동 2위(20승 5패)에 오르는 등 빼어난 활약을 보이다 어깨 부상 후 야수로 전업했고, 1969년에 은퇴했다.

◆지도자 전향, 아마에서 프로까지
은퇴 후 곧바로 마산상고 지휘봉을 잡아 지도자의 길로 들어선 김성근 감독은 기업은행(1972∼1975년), 충암고(1976∼1979년), 신일고(1979∼1981년)에서 감독 생활을 했다. 1975년 제11회 아시아선수권 때 대표팀 코치로 참가해 우승을 일궈내며 체육훈장 기린장을 받았고, 1977년 봉황기에선 충암고를 창단 9년 만에 전국 대회 우승으로 이끌었다. 4년후에는 신일고를 다시 정상에 올려놓아 지도자로서 주가를 높였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프로야구 출범 당시인 1982년 OB 베어스의 창단 투수코치로 취임, 프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고 1984년∼1988년 5시즌 동안 OB 사령탑을 맡았다. 이후 태평양, 삼성, 쌍방울, LG 등 무려 5개 팀 감독을 거쳤으며, 만년 하위권이던 태평양(1989년 3위)과 쌍방울(1996-1997, 2위-3위)을 포스트 시즌에 진출시키는 업적을 일궈냈다.
삼성 감독이던 1992년 7월4일 태평양과 더블헤더 1차전에서 프로 통산 500승에 이르렀고, 쌍방울 사령탑이던 1998년 6월29일 군산 롯데전에선 김영덕, 김응용에 이어 역대 세번째로 700승을 돌파했다.
또 SK 감독으로 현장 복귀한 후 지난해 6월28일 900승을 돌파했고, 다시 1년 2개월여 만인 2008년 9월3일 마침내 1천승 고지에 올라섰다.

◆일본야구에서 떨친 명성
김성근 감독은 지난 2005년 일본 프로야구 지바 롯데 마린스의 타격 인스트럭터로 취임했다. 당시 지바 롯데 소속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던 이승엽의 개인 코치로 타격 폼을 되찾는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의 도움으로 이승엽은 2005~2007년 3년 연속 30홈런 이상을 기록해 애제자로 남아 있다.
"공 3개만 보면 상대 투수의 약점을 간파해낼 수 있다"는 김성근 감독은 '야신(野神)'이라는 별명답게 국내 감독 시절부터 투구폼을 캐치해내거나 기술적인 문제점을 포착하는 능력은 그 누구도 따라가지 못할 경지에 이르렀다는 평을 듣고 있다. 지바롯데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아 2006년에는 1˙2군 순회 코치직을 맡는 등 일본 프로야구의 정식 코치가 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한국 프로야구 지도자 출신으론 처음 있는 일이었다.
계약이 만료된 조범현 감독의 후임으로 SK 와이번스의 감독으로 취임, 한국프로야구 현장에 복귀한 김성근 감독은 2007년 페넌트레이스 1위에 이어 한국 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면서 SK는 물론 자신의 프로야구 경력에서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올 시즌도 SK는 65승34패를 기록 중이며 페넌트레이스 1위가 확실시 되고 있다.
섬세한 데이터 야구를 지향하는 '컴퓨터 두뇌' 김성근 감독은 특히 '벌떼 불펜' 운용으로 유명한데 팬들의 호오가 극명하게 갈리는 지도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하지만 약팀을 맡아 정상권 실력으로 끌어올리는 능력 만큼은 정평이 나 60대 후반의 나이에도 여전히 그라운드를 지키는 천생 '승부사'이자 명장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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