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영화계에는 새해 벽두부터 이변이 일어났다. 자그마한 독립 다큐멘터리 한 편이 전국 11만명의 관객을 울리며 한국 독립영화 흥행 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워낭소리'의 이충렬 감독은 4일 조이뉴스24와 가진 인터뷰에서 "기분 좋지만 솔직히 실감이 나지 않는다"고 얼떨떨한 소감을 밝혔다.
그동안 방송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이충렬 감독은 '감독'이라는 말보다 'PD'라는 말이 더 익숙한 만큼 관객 11만 명이라는 숫자도 체감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국내 관객들은 물론 해외에서도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던 '워낭소리'는 이충렬 감독 개인에게도 '힐링 무비(Healing Movie)'였다.
이 감독은 "울화병이 생길 정도로 일도 건강도 재정상태도 안 좋은 상황에서 '워낭소리'는 일종의 승부수였다"며 "요양도 할 겸 시골에서 촬영을 하며 마음을 비우게 됐다. 비우는 법을 배우니 편집에서도 '절제'가 반영됐다"고 말했다.
이렇듯 '느릿느릿' 소를 닮은 '워낭소리'는 경쟁과 확장, 빠름와 효율성만을 앞세우는 현 시대의 관객들에게 마음의 평화를 안겨줬다.
이충렬 감독은 이에 대해 "좀 더 빠른 것을 요구하고 효율적이지 않으면 바로 버리는 지금의 모습과 주인공 할아버지는 정반대다"며 "정치적으로 목소리를 높이고 계몽하려는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멈춰서서 나를 뒤돌아보게 하는 것이 '워낭소리'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자기 성찰을 통해 진정한 삶이라 무엇인가를 되새기게 하고 급속한 성장과 확장만을 요구하는 현 자본주의 시대 속의 현대인에게 평안과 안식을 준다는 점이 '워낭소리'의 가장 큰 힘이자 울림이라는 게 이 감독의 설명이다.
약 1억원이라는 돈으로 3년간 '워낭소리' 작업에 매달렸던 이충렬 감독. 열악한 국내 다큐멘터리 제작 여건 때문에 힘들기도 했지만 그보다 어려웠던 것은 '다큐멘터리를 다큐멘터리처럼 찍지 못하게 하는 요소'들이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할아버지가 가장 싫어하는 것 중 첫째가 할머니의 잔소리이고 둘째가 내가 따라다니는 것이었다"고 너스레를 떨고는 "할아버지가 일할 때 방해받는 것을 아주 싫어하셔서 핸드헬드 방식으로 가까이 찍을 수가 없었고 인터뷰도 수월치 않았다. 또 사투리를 알아듣는 것도 무척 어려운 일이었다"고 어려움을 털어놨다.

하지만 이충렬 감독은 관객 성원의 모든 공로를 영화의 주인공인 할아버지와 소, 그리고 할머니에게 돌렸다.
이 감독은 "'워낭소리'의 카메라워크나 기승전결은 할아버지와 소가 만들어간 것이고 나는 그들을 따라가기만 하면 됐다. 할머니의 잔소리와 푸념도 자연스레 내레이션 역할을 해주게 됐다"며 세 주인공에 대한 고마움을 전하기도 했다.
끝으로 이충렬 감독은 "방송이든 영화든 상관없이 활동하려고 한다"며 "앞으로도 '워낭소리'와 같이 일상의 소소한 아름다움이 담긴, 머리보다 가슴으로 하는 다큐멘터리를 찍고 싶다"고 계획을 밝혔다.
조이뉴스24 /유숙기자 rere@joynews24.com, 사진 정소희기자 ss082@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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