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어로즈 이택근이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의 러브콜을 받는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있었지만 '오보성 해프닝'이 되고 말았다.
일본 '산케이 스포츠'는 지난 18일 한신 구단이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한국 대표팀 출신 이택근 영입에 관심을 보여 곧 관계자를 한국에 파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이택근은 해외에 진출할 수 없는 신분이다. 2003년 프로 입단한 이택근은 FA 자격 취득 연한(9시즌 활동)에도 모자랄 뿐 아니라, 구단의 동의 하에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자격(7시즌 활동)에도 못미친다.
이택근은 프로 7년차로 올해가 끝나면 7시즌을 마치는 것은 맞지만 2004년과 2005년 각각 41경기, 71경기밖에 뛰지 않았다. 총 경기수의 3분의2 이상 출장을 해야 한 시즌 활동한 것으로 인정하기에, 이택근은 2010시즌을 정상적으로 마쳐야 해외 진출을 생각해볼 수 있다.
일본 언론 보도로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물론 히어로즈 구단측에 문의 전화가 빗발치기도 했다.
특히 이택근의 소속팀 히어로즈 구단은 곤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히어로즈 구단의 한 관계자는 "우리가 규정을 잘못 알고 있나 해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KBO에 확인 전화까지 해봤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하면서 "(이)택근이가 요새 너무 잘나가서 그런가 보다"라며 웃어넘겼다.
당사자인 이택근 역시 황당해 하기는 마찬가지. 보도를 본 이택근은 곧바로 구단에 확인 전화를 걸어 "이건 또 무슨 일인가"라고 의아해 하면서 "그저 한신 구단이 관심을 가져준 것으로 고맙게 생각하겠다"며 해프닝으로 받아들였다.
KBO 관계자 역시 "불가능한 일로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렇다면 이런 사실을 모를 리 없는 한신이 왜 이택근 얘기를 흘렸을까. 일본 현지 보도가 나간 지 하루 뒤인 19일 한신 구단측은 이에 대해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 스포츠'에 따르면 한신 구단은 이택근을 올해 영입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다른 선수를 살펴보기 위해 구단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한다. 다른 선수는 올해 FA 자격을 획득하는 한화 주포 김태균이다.
이렇게 되면, 18일 알려진 한신의 이택근 영입설은 해프닝으로 끝나게 된다. 한신은 김태균에 대해 이미 관심 표명을 해왔으니, 김태균의 기량을 점검하기 위해 관계자가 한국을 찾는 것도 특별할 것이 없다.
다만 이택근이든 김태균이든 한신이 한국 선수, 그것도 타자 영입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은 확실해 보인다.
요미우리와 함께 최고 전통의 명문구단으로 꼽히는 한신은 올 시즌 현재 리그 4위로 밀려나 있다. 약해진 타선이 부진의 주원인이다. '붙박이 4번' 가네모토가 버티곤 있으나 시즌 초 반짝한 이후 장타력이 가라앉았다. 아라이도 부상 때문에 타격감이 들쑥날쑥하다. 또 용병 브라젤은 이미 마유미 감독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그나마 시모야나기, 안도, 노미 등 선발 투수진이 안정적인 편이라 그나마 이 정도 성적을 유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내년 시즌 한신은 타선 보강이 시급하며 가장 손쉬운 방법은 역시 괜찮은 용병 타자를 영입하는 것이다. 사실 한신은 1980년대 이래 바스, 파쵸렉, 오마리 등 용병 강타자들을 보유해왔으나, 최근 들어 용병 농사가 흉작이다.
이승엽(요미우리) 임창용(야쿠르트) 때문에 한신도 한국인 선수 영입이 미칠 긍정적인 영향은 잘 알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 수준이 이제 일본과 차이를 논하기 힘들 만큼 향상돼 있어 만약 김태균을 영입하게 되면 실질적인 전력 보강을 꾀할 수 있다. 물론 한국선수는 메이저리그 출신 선수에 비해 몸값도 저렴한 편이다. 또한 한국의 스타 선수를 영입하게 되면 관중 동원이나 TV 중계권 한국 판매 등에서도 분명 이점이 있다.
한신의 의중이 영입할 수도 없는 이택근이 아니라 김태균 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다고 이번에 이택근의 이름이 구체적으로 거론된 것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넘겨버릴 수는 없을 듯하다. 한신이 한국선수 영입을 구상하고 있다면,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내년이든 그 후든 또 다른 한국 선수들에게 얼마든지 스카우트의 손길을 뻗을 수 있는 것이다. 물론 공-수-주를 갖춘 이택근은 영입 후보로 손색이 없으며 이미 타깃에 들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조이뉴스24 /손민석기자 ksonms@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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