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전 두산은 한때 6선발 체제 고민까지 했다. 히메네스, 왈론드, 김선우, 이재우, 이현승, 홍상삼까지. 김경문 감독은 대폭 보강된 선발 투수들로 자신감있게 우승을 천명했다.
하지만 시즌이 개막돼 뚜껑을 열어보니 현실은 달랐다. 이재우는 두 번 등판하고는 팔꿈치 통증으로 이탈했다. 홍상삼은 여의치않은 마운드 상황상 속칭 '땜빵 선발'까지 포함해 수 차례 기회를 잡았지만, 매번 두들겨맞으며 무너졌다. '검증된 좌완' 이현승도 부진 속에 현재 1군 등록이 말소된 상태다.
이들 외에도 장민익, 조승수, 박정배 등 긴급수혈 선발카드도 모두 실패로 끝났다. 급기야는 불펜의 핵심 임태훈이 선발투수가 됐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다. 토종 투수 중 김선우 외에는 선발로서 제 역할을 해준 투수가 전무하다.
이 과정 속에서 우승청부사로 영입한 용병투수 켈빈 히메네스와 레스 왈론드도 스릴러물을 써내려가면서 김경문 감독과 두산 팬들의 손에 땀을 쥐게 만들고 있다.
시즌 초 착실하게 5이닝 정도씩 버텨주며 '에이스'로 자리잡은 히메네스는 지난달 19일 잠실 한화전서 4회말 수비 도중 왼쪽 허벅지 부상을 입고 1군 엔트리서 빠졌다. 김경문 감독의 한숨이 연일 덕아웃에 울러펴졌다.
왈론드는 '반전 드라마'다. 퇴출 위기까지 몰렸다가 기사회생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개막을 2군에서 맞은 왈론드는 초반 부진투로 김경문 감독의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4월 중순 또 2군으로 내려갔다. 사실상 퇴출 절차를 밟은 것이다.
하지만 때를 맞춰 선발진이 무너지기 시작했고, 김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그를 다시 불러올렸다. 그런데 이후 왈론드가 매경기 호투하면서 회생의 동아줄을 잡았다. 5월 15일 SK전 5이닝 2실점으로 첫 승을 거두더니 지난 1일 넥센전에는 6이닝 1실점으로 시즌 3승째를 챙겼다. 최근 4경기(계투 1회)서 3승 무패로 그야말로 환골탈태한 모습이다. 미심쩍어하던 김경문 감독은 왈론드의 호투가 이어지자 허탈한(?) 웃음마저 터뜨렸다.
선발진이 붕괴된 가운데 히메네스는 부상을 입고, 걱정거리를 안겼다. 반면 선발진 붕괴의 주인공 중 한 명이었던 왈론드는 정작 힘든 시기에 뜻하지않은 호투를 펼쳐줘 '산소호흡기'로 거듭났다.

토종 선수들의 부진 속에 이들이 평가하기 애매한 행보를 보이면서 김경문 감독은 "매월 위기"라고 혀를 내두른다. 최근 김 감독을 보고 있으면, 모 가수가 부른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니야'라는 노래가 생각날 정도다.
다행히 히메네스는 2일 잠실 넥센전에 2주만에 복귀한다. 그가 부상 전 기세를 이어가고 왈론드가 최근 상승세를 유지해준다면 두산의 선발진은 그럭저럭 구색을 맞출 수 있다. 하지만 또 다시 이들이 무너지면, 현재로서는 딱히 묘안이 없다.
히메네스와 왈론드. 지금껏 사령탑과 팬들의 마음을 졸여온 이들의 활약에 따라 두산의 시즌 중반 스퍼트가 달라질 전망이다.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