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명민이 또 한편의 영화로 돌아왔다. 지난해 '내사랑 내곁에'를 통해 서서히 죽음을 맞이하는 루게릭 병 환자 역으로 주목을 받은 김명민이 선택한 작품은 바로 '파괴된 사나이'(7월1일 개봉).
그는 이번 작품에서 유괴당한 딸이 죽은 줄 알고 8년 동안 세상사에 찌들어 욕설에 담배를 입에 달고 사는 목사 주영수 역을 맡았다. 극중 김명민은 어느 날 딸이 살아있다는 사실을 알고 유괴범(엄기준 분)과 사투를 벌이는 혼신의 연기를 펼친다.

◆"연기는 끝이 없어...창조의 고통 즐겨"
"40년 인생을 살았지만 전혀 모르는 다른 사람의 인생을 (연기로)산다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힘든 일이죠. 하지만, 배우 입장에서는 이런 일이 의무이자 당연한 일인데... 제게 '연기본좌', '명품연기' 이런 칭찬을 많이들 해 주시셔서 들을 때마다 솔직히 굉장히 민망하고 손발이 오그라들기도 해요."
김명민은 자신의 연기를 좋게 바라봐 주는 관객들에게 항상 감사할 따름이라고 겸손해 했다. 하지만 캐릭터에 빠져 연기를 하는 일이 배우의 의무이자 운명인데, 이를 두고 지나친 칭찬을 들을 때는 좀 민망하기도 하다는 표정이다.
"'연기본좌', '명품연기' 등의 호평은 그 분들의 자유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나 자신의 기준에서는 '내가 과연 그런 가치가 있는가'라고 자문하고 많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제 자신을 냉혹하게 보는 부분도 있거든요. 근데, 내가 인정하지 않는 부분도 많아요. 연기는 끝이 없는 것 같아요. 창조라는 작업은 끝이 없듯이 말이죠."

그는 연기를 '창조'라는 작업에 비유하며 시간과 자신의 역량이 한계에 부딪치면 모든 것이 멈춰버리고 진정성도 나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만큼 그가 연기에 임하는 자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김명민은 연기를 통해 희열을 느끼고 스트레스도 푼다고 했다. 연기가 곧 그의 인생이자 삶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에 치이고 일에서 희열을 느끼는 편이에요. 일 할때마다 죽을 만큼 힘들고 하는데, 돌아보면 일 할때 만큼 행복한 적이 없어요. 연기를 할 때 (내가)살아있다는 걸 느낀다고 할까요."
연기하는 입장에서 흥행 배우로서 욕심은 다 똑 같다는 김명민은 "흥행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거짓말"이라며 "하지만, 눈에 보이는 몇 백만 관객보다 눈에 보이지 않은 일련의 과정들을 중요시하는 편이다. 최선의 노력을 했다면 후회는 없다"고 했다.
◆"목표는 바로 내 앞에 있어"…매 작품마다 최선
'상복이 많은 것 같다'고 하자 김명민은 고개를 절로 흔든다. 상이 연기에 별로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게 그의 정의다.
"상을 받으면 그때 기분만 즐기고 잊으려고 해요. 저는 과거의 일로 넘기려는 편이죠. 상이란 게 '나 이런 사람이야'라는 것을 나타내 주는 건데, 연기에 별로 도움이 안되는 것 같아요. 항상 처음으로 돌아가려 노력합니다."
'연기본좌' 김명민이 해 보고 싶은 역할은 무얼까.
"최근엔 영화 외적으로 스릴러물이나 이런 시나리오도 많고, 대세를 이루고 있는데, 로멘틱 코미디물을 한 번 해 보고 싶어요. 개인기 위주의 코미디나 억지 감동이 아니라 자연스런 상황에서 연출되는 로멘티 코미디에 욕심이 좀 나네요."
배우가 되지 않았다면 사업가가 되어 있을 것 같다는 김명민은 "제가 목소리가 좋아서 남을 잘 설득하고 마음을 움직이는 재주가 있거든요"라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김명민은 자신의 목표는 멀리 있지 않다고 했다.
"목표는 항상 바로 앞에 있어요. 제게는 다음 봉우리는 없어요. 지금 눈 앞에 있는 봉우리를 올라가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지금 눈 앞에 있는 한 작품, 한 작품 최선을 다해 올라간다는 김명민. 그에게 '연기 잘하는 배우'라는 수식어가 따라 붙는 이유가 괜한 소리는 아닌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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