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뉴스


송강호 "욕설 대사 보니 '역시 봉준호'!"(인터뷰)


'설국열차' 남궁민수, 담배 한 대에도 캐릭터 묻어나길 바랐다"

[권혜림기자] 배우 송강호를 두고 연기력을 논하는 것은 오래 전부터 무의미한 일이었다. 관객들은 그저 송강호가 새 영화에서 또 어떤 얼굴을 보여주었는지 궁금해하고, 은막 위 그의 모습에 어렵지 않게 몰입하는 것만으로도 즐거움을 느끼게 됐다. 그리고 그런 송강호의 재능은 감독 봉준호와 만났을 때 자주 극대화됐다. 완성도와 흥행을 알차게 거머쥔 '살인의 추억'에서는 물론, 1천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며 폭넓게 사랑받았던 '괴물'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봉준호 감독의 새 영화 '설국열차'에서 송강호는 새로운 도전을 했다. '괴물'에 이어 다시 부녀 연기를 펼친 고아성을 제외하고 영화의 주연급 배우들은 모두 외국인, 그것도 세계적 톱배우들이었다. 미국의 크리스 에반스, 스코틀랜드의 틸다 스윈튼, 영국의 존 허트 등이 그 화려한 이름들이다. 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출중한 연기력을 자랑해 왔던 송강호는 이번 영화로 해외의 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을 때도 결코 뒤지지 않는 내공을 뽐낼 수 있음을 입증했다.

'설국열차'의 개봉을 앞두고 조이뉴스24와 만난 송강호는 스크린에서 숱하게 봐왔던 모습과는 또 다른, 오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가끔 지어 보인 실없는 웃음은 소탈함 그 자체였지만 두어 번은 들었을 법한 질문에도 매 순간 성심성의껏 답하는 태도는 그 누구보다 프로다웠다.

봉 감독과 이미 두 편의 영화를 함께 한 그는 감독이 얻고 있는 높은 기대치를 인지하면서도 영화의 완성도에 짙은 자신감을 표했다. "영화 팬들에겐 봉준호 감독에 대한 보이지 않는 신뢰감이 있는 것 같다"고 입을 연 송강호는 "일부에선 영화가 어렵다는 평을 내기도 했지만 봉준호의 영화니 본인의 눈으로 확인하고 싶어하는 관객들이 많을 것 같다"고 말했다.

"영화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것, 여러가지 해석과 반응이 있다는 것은 반갑고 고무적인 일이죠. 어쨌든 봉준호 감독의 영화를 기다려 온 팬들의 입장에선 영화가 감독의 전작들보다 어렵고 어둡다는 평이 있어도 자신의 눈으로 보고 싶어할 것 같아요. 보고 나선 '재밌구만. 멋진데?' 할 수도 있고. '설국열차'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니까요."

영화는 두 번째 찾아온 빙하기, 생존자들이 탑승한 열차 꼬리칸 사람들의 피 튀기는 반란을 그린다. 꼬리칸의 리더 커티스(크리스 에반스 분)는 열차의 지배자 윌포드(에드 해리스 분)가 있는 엔진 칸을 향해 진격한다. 송강호는 열차의 보안 설계자이자 혁명에 필수적인 존재인 남궁민수로 분했다. 영화에서 한국어만을 사용하는 유일한 캐릭터다.

'살인의 추억' 속 형사 박두만이 그랬던 것처럼 남궁민수 역시 송강호를 통해 차진 호흡으로 탄생됐다. 텅 비어보이는 눈빛에는 염세적 기운이 가득했지만 간혹 딸 요나(고아성 분)와 함께 열차의 창 밖을 바라볼 때면 낭만 역시 느껴졌다. 봉준호 감독이 스스로 인정했듯, 입에 쩍쩍 붙는 욕설 대사 역시 송강호라 더 맛깔지게 소화할 수 있었다.

"욕설 대사는 봉준호 감독의 화법이죠. 저는 아주 신사적인 사람입니다. 욕 대사를 딱 보고 '아, 이거 봉준호다. 역시 봉준호야' 생각했죠.(웃음) 남궁민수를 연기한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었어요.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많은 표정과 표현이 오히려 캐릭터의 감정을 약화할 것 같았다는 거죠. 예를 들면, 눈에 힘을 주고 인상을 쓰는 연기가 꼭 압도적인 분위기를 내진 못하는 것처럼요. 물론 봉준호 감독이 연출을 잘 한 덕이지만, 담배를 한 대 피우는 장면에서도 연기 속에 캐릭터가 묻어나오길 바랐어요."

'설국열차'에서 남궁민수는 단 한 대의 담배를 피운다. 담배갑엔 두 개피가 들어있지만 그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한 대의 담배만을 태우고, 이는 남궁민수의 처음과 마지막을 보다 강렬하게 장식하는 도구가 되기도 한다.

윌포드가 있는 엔진 칸에 진입하기 앞서 커티스와 남궁민수가 처음으로 오랜 대화를 나누는 장면에서도 마찬가지다. 이는 영화에서 커티스가 유일하게 자신의 과거사를 털어놓는 장면이기도 하다. 송강호와 크리스 에반스는 마주 앉아 대화를 나누는 연기만으로도 관객들의 시선을 송두리째 붙잡는다.

"짜릿했죠. 남궁민수와 커티스 모두 최초로 길게 이야기하는 장면이에요. 무척 긴장감이 있었죠. 다른 배우들도 마찬가지였지만 크리스 에반스의 철저한 자기 관리와 준비 자세에 놀랄 정도였어요. 대사를 외우는 것은 기본적인 일이었고, 감정 역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끝까지, 쉼 없이 연기를 했어요. 시작해서 금방 끝났죠. 저도 질세라 했고요.(웃음)"

영화에서 강렬한 모성애 연기를 펼친 옥타비아 스펜서 역시 송강호에게 귀감이 됐다. 그는 "옥타비아가 감정신을 연기해야 하는 것이 오후 4시 쯤이었는데, 촬영 시간은 6시까지였다"며 "감독에게 가더니 '내 감정이 지금 준비가 안 됐다. 내일 아침 첫 순서로 이 신을 찍자. 오늘 밤에 감정을 만들어 오겠다'고 하더라"고 돌이켰다.

당일 현장에서는 예정된 6시보다 2시간 이른 4시에 촬영을 마쳤다. 옥타비아 스펜서는 약속한대로 다음날 아침 준비해 온 연기를 선보였고 시간에 정확히 맞춰 오케이 사인을 얻어냈다. 송강호는 "한국이었다면 당일 6시까지 찍고, 또 찍고 '마음에 안 들어요' 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라며 "막연하게만 알고 있다 그런 프로페셔널한 모습을 보니 이 나이에도 배울 점이 많더라"고 알렸다.

틸다 스윈튼은 일찍이 송강호의 팬이라고 자처한 배우다. 스코틀랜드 출신 명배우인 그는 극 중 윌포드의 심복이자 열차의 총리 메이슨을 연기했다. 기존 모습이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파격적인 외모 변신을 시도해 화제가 됐다. 송강호는 "세계적 여배우이자 대선배인 배우와 작업한 것은 사실 영광이라기보다 신기할 따름이었다"고 고백했다.

"틸다 스윈튼과 존 허트, 에드 해리스와 제이미 벨 등 모두가 대스타이기 앞서 소탈했어요. 배려심이 깊었고 친절했죠. 인간적으로도 굉장히 훌륭한 배우들이었어요. 아마 틸다 스윈튼이 제 팬이라고 이야기했던 것도 그런 분이어서였을 거에요. '괴물'과 '살인의 추억'을 봤다고 했는데 특별히 제가 좋았다기보다 평소 남을 생각하는 체화된 느낌으로 칭찬해준 게 아닐까 싶어요."

공교롭게도 2013년은 한국 영화계의 대표적 중견 감독 세 명이 모두 세계 영화 시장에 출사표를 낸 해다. 김지운 감독이 '라스트 스탠드'로 포문을 열었고 박찬욱 감독이 '스토커'를, 봉준호 감독이 '설국열차'를 선보인다.

송강호는 세 감독들과 각각 세 편씩 작업했다. 김지운 감독과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을, 박찬욱 감독과 '공동경비구역 JSA' '복수는 나의 것' '박쥐'를 선보였다. 박찬욱 감독과 박찬경 감독이 공동 연출한 코오롱 프로젝트 단편 영화 '청출어람'을 포함하면 박 감독과는 네 편을 함께한 셈이다.

이에 대해 송강호는 "빈 말이 아니라, 정말 행운이 아닌가 싶다"는 감상을 전했다. 특히 감독들과 그가 각자의 데뷔 시기, 혹은 관객들에게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시기에 함께 작업할 수 있었다는 점에 고마워했다. 그는 "지금으로부터 15~16년 전인데, 데뷔 시점에 훌륭한 감독들과 함께 작업했다는 것이 행운이었다"고 회고했다.

"김지운 감독의 데뷔작 '조용한 가족'에 출연했고 이창동 감독의 데뷔작인 '초록물고기'를 함께 했잖아요. 이후에 '밀양'에도 출연했고요. 저는 홍상수 감독의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에 단역으로 데뷔했는데, 이 영화는 홍 감독의 데뷔작이었죠. 박찬욱 감독과 처음 작업한 '공동경비구역 JSA'는 감독의 세번째 영화였지만 대중들에게 박 감독을 알리기 시작한 작품이고요. 두루두루 만났던 감독들이 지금 한국 영화계를 이끌고 있으니, 그런 점에서 저는 굉장히 복받은 배우가 아닌가 싶어요."

한편 '설국열차'에는 '퍼스트 어벤져'와 '어벤져스'로 국내에도 많은 팬을 보유한 크리스 에반스 외에도 송강호와 고아성, 틸다 스윈튼·존 허트·제이미 벨·에드 해리스·이완 브렘너·옥타비아 스펜서 등이 출연한다.

에드 해리스는 엔진을 보살피는 열차의 절대자 윌포드 역을 연기한다. 존 허트는 꼬리칸의 성자 길리엄으로 분한다. 커티스가 생각하는 진정한 열차의 지도자이자 꼬리칸 사람들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캐릭터다.

틸다 스윈튼은 열차의 2인자 총리 메이슨 역을, 제이미 벨은 꼬리칸의 반항아 에드가 역을 연기한다. 옥타비아 스펜서는 빼앗긴 아들을 되찾으려 앞칸으로 돌진하는 여인 타냐 역을 맡았다. 이완 브렘너는 꼬리칸의 힘 없는 아빠 앤드류로, 고아성은 남궁민수의 딸 요나로 분했다.

영화는 오는 8월1일 한국에서 세계 최초로 공식 개봉하며 하루 앞선 31일 전야 개봉으로 관객을 만난다. 러닝타임은 125분, 15세이상 관람가다.

조이뉴스24 /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사진 조성우기자 xconfind@joynews24.com




주요뉴스



alert

댓글 쓰기 제목 송강호 "욕설 대사 보니 '역시 봉준호'!"(인터뷰)

댓글-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로딩중

뉴스톡톡 인기 댓글을 확인해보세요.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