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4월 초 '어린 왕자'의 작가 앙투안느 드 생텍쥐페리가 실종 당시 타고 있던 비행기의 잔해를 발견했다는 기사가 보도됐다.
1944년 생텍쥐페리는 정찰 임무를 수행하러 이륙했다가 그대로 실종됐다. 이번에 회수한 항공기 잔해를 통해 확인한 결과 생텍쥐페리가 탑승했던 항공기의 제조번호가 동일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어른들의 속물 근성에 질려 입을 닫아 버렸던 '어린 왕자'의 남자처럼 푸른 사막 하늘을 비행하다 생텍쥐페리는 세상에서 사라진 것이다.

읽으면 읽을수록 깊은 맛을 내는 작품에 '어린 왕자'를 필적할만한 것이 있을까. 연륜이 쌓일수록 세상을 알아갈수록 이 짧은 중편의 책이 담고 있는 속내는 새로워만 진다.
처음 '어린 왕자'를 읽었던 초등학교 때도 책을 수월하게 읽혔다. 읽는데는 문제가 없었지만 이상한 화법과 뜬구름같이 허무한 이야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보아 구렁이와 바오밥 나무라니. 낯선 조합으로 가득한 그림책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다시 '어린 왕자'를 접했을 때 책은 전혀 다른 이름을 가지고 다가왔다.
마치 내가 아는 만큼 의미를 지니는 '꽃'처럼. 세상을 살아가며 맺게 되는 수없이 많은 관계 속에서 그와 나만이 느끼는 의미만큼 딱 그 정도의 크기로 다가왔다.
"가장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 "너는 네가 길들인 것에 언제까지나 책임이 있게 되는 거지. 너는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서로를 길들여 관계를 맺고 친구가 된다는 것은 여우의 말처럼 책임을 필요로 하는 것임을 살아가면서 절실히 느낀다.
내가 길들인 것에 책임을 지는 것과 관계를 맺기 위해 투자한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새록새록 깨닫는다. 시공을 넘어 읽는 이에게 깊은 울림을 전해주는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는 모르는 사이에 속물이 된 성인들에게 한번쯤 동심을 돌아보는 시간을 마련해 준다.
너무 작아서 지구에서는 보이지 않는 소행성 B612에는 어린 왕자와 그의 도도한 장미꽃, 상자에 갇힌 작은 양, 그리고 생텍쥐페리가 살고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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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록이 움트는 5월 가정의 달,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어린 왕자>를 보고 싶다. 과거 TV에서 방영했던 추억의 영화 <어린 왕자>가 DVD에 오롯이 담겼다.
파라마운트에서 출시하는 <어린 왕자>는 성인에게는 향수를, 어린이에는 색다른 경험을 전해 줄 것이다. 진 캘리의 <사랑은 비를 타고>, 오드리 햅번의 <화니 페이스> 등을 연출한 스텐리 도넌 감독이 선보이는 뮤지컬로 원작에 충실한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다.
조이뉴스24 /정명화 기자 dv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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