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한국축구는 1948년 런던올림픽에서 처음으로 가슴에 태극기를 달고 출전했다. 한국축구는 첫 A매치로 기록된 8월2일 멕시코전에서 정국진의 2골과 최성곤 배종호 정남식의 연속골에 힘입어 ‘북중미의 강호’ 멕시코를 5-3으로 누르고 8강에 올랐다.
이후 한국축구의 올림픽도전사는 그야말로 좌절의 연속이었다. 아시아예선조차 통과하지 못하다 64년 도쿄올림픽에 나섰지만 결과는 조별예선 탈락이었다.
이후 24년간 본선을 밟지 못하다 88년 서울대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권을 따냈고, 이후 92년 바르셀로나, 96년 애틀란타, 2000년 시드니 대회에 연속 출전했지만 번번이 조별예선을 통과하지 못하며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해야만 했다.
이런만큼 아테네올림픽 축구대표팀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특히 김호곤 감독이 이끄는 올림픽팀은 아시아최종예선에서 단 한 골도 내주지 않으며 6전전승으로 5회 연속 올림픽 본선행을 이끈데다 이천수 최태욱 등 월드컵 멤버에다 조재진 김동진 최성국 김영광 등 역대 최고의 선수들로 짜여진 스쿼드도 믿음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A조에 속한 한국은 개최국 그리스, 멕시코, 말리 등 녹록지 않은 상대들을 넘어서야했다. 8월11일 개최국 그리스와의 첫 경기. 한 달전 유로2004에서 돌풍 우승을 거둔 홈팀 그리스는 한국에게는 무척 힘든 상대였다.
특히 전반31분 김치곤이 경고누적으로 퇴장당하며 승리는 멀어져만 보였다. 하지만 한국의 희망은 전반 43분 이천수의 오른쪽 코너킥이 수비수 맞고 흐르자 김동진이 번개처럼 달려들며 페널티지역 왼쪽에서 왼발슛으로 그리스의 골네트를 흔들었다.
기세가 오른 한국은 후반 19분 상대 자책골에 힘입어 2-0으로 앞서가며 승리를 눈앞에 두는 듯 했다. 하지만 후반 33분 타랄리디스에게 만회골을 내줬고 4분 뒤 파파도풀로스에게 페널티킥을 허용하며 아쉽게 2-2로 비겼다.

아쉬운 무승부였지만 힘든 고비를 넘긴 셈이었다. 3일 후 한국은 아테네로 장소를 옮겨 멕시코와 두번째 경기에서 만났다. 56년 전 한국의 첫 상대였던 멕시코를 만난 한국은 전반 16분 김정우의 짜릿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1-0 승리를 거뒀다.
1승1무. 한국은 말리와의 마지막 경기에서 비기기만 해도 8강 진출이 확정되는 유리한 고지를 밟았다. 하지만 56년간 허용하지 않았던 8강의 문은 그리 쉽게 열리지 않았다.
8월17일 말리전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혈전이었다. 전반7분과 24분, 후반10분 내리 은디아예에게 골을 내주며 0-3으로 밀렸다. 이대로라면 한국의 8강꿈은 또한번 좌절되는 낭떠러지에 몰린 것이다.
이때부터 '2분의 기적'이 일어났다. 은디아예의 세번째 골을 내준 2분 뒤 조재진은 김동진의 왼발 크로스를 헤딩골로 연결시켰고, 또 2분 뒤 똑 같은 상황에서 김동진의 왼발 크로스를 조재진이 또 다시 헤딩골을 성공, 2-3까지 쫓아갔다.
다급해진 말리는 후반19분 탐부라가 자책골까지 터트리며 한국은 극적인 3-3 무승부를 거두며 그토록 바라던 56년만의 8강진출의 기적을 이뤄냈다.
내친 김에 메달을 목에 걸겠다고 나선 태극전사들은 8월21일 파라과이와 4강 길목에서 만났다. 하지만 한국은 말리전처럼 경기 초반에 무너지며 전반19분 바레이로, 후반16분 카르도소에게 잇따라 골을 내줬고 후반26분 바레이로에게 또 한차례 골을 허용하며 0-3으로 밀렸다.
새벽까지 잠을 이루지 못하며 경기를 지켜보던 국민들은 말리전에서의 투혼을 기대하며 목청껏 ‘대~한민국’을 외쳤다. 후반29분 이천수가 마침내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한국의 첫 골을 올렸다.
이천수는 5분 뒤 상대 수비수 핸들링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성공시키며 2-3까지 쫓아갔다. 또 한번의 기적을 바랐건만 한국의 추격은 이게 마지막이었다. 결국 2-3으로 무너지며 56년만의 8강 진출에 만족하며 귀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비록 메달 진입에는 실패했지만 아네테 올림픽 대표팀은 8강 진출의 자신감을 바탕으로 이후 시름에 잠긴 A대표팀의 활력소로 세대교체의 선봉장을 맡고 있다.
아테네올림픽은 한국축구에게 8강의 기쁨과 함께 훗날 한국축구를 책임질 ‘황금세대’를 선물로 안긴 것이다.
조이뉴스24 /최원창 기자 gerrard@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