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이윤석 감독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를 통해 NCT 재현의 새 얼굴을 끄집어냈다. 아이돌 멤버가 아니라 배우로서 스크린을 가득 채운 재현이다. 여기에 박주현 역시 그동안 탄탄하게 쌓아온 연기력을 뽐내며 훌륭한 연기 호흡을 완성했다. 미스터리하면서도 감성이 가득 담긴 '6시간 후 너는 죽는다'가 개봉 전 기대를 얻고 있는 이유다.
오는 16일 개봉되는 '6시간 후 너는 죽는다'(이윤석 감독)는 길을 걷다 죽음 예언자 준우(정재현)에게 6시간 후 죽게 된다는 말을 듣게 된 정윤(박주현)이 예견된 미래를 바꾸기 위해 범인을 찾아가는 타임리미트 감성 미스터리 추리극이다.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 다카노 가즈아키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지난 7월 제2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한국경쟁 '코리안 판타스틱: 장편부문'에 초청되어 박주현 배우상과 관객상까지 2관왕을 차지하며 최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NCT 멤버인 재현의 스크린 데뷔작으로, 그는 준우 역을 통해 배우로서의 무한 성장 가능성을 입증했다. 여기에 드라마와 영화를 넘나드는 대세 슈퍼 루키 박주현, 강렬한 카리스마의 곽시양이 미스터리한 앙상블을 형성했다. 개봉 전 진행된 상영 및 무대인사는 오픈 즉시 전 회차 매진을 이루며 뜨거운 관심을 입증했다. 다음은 개봉을 앞두고 이윤석 감독과 나눈 일문일답이다.
- 원작자 내한 소식이 전해졌다. 부천국제영화제도 참석했는데 이번엔 손편지도 보내고, 영화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래도 본인 작품이 영상화가 된 것이다 보니 기쁘셨던 것 같다. 상영할 때 보시고 감정 이입을 많이 해서 눈물을 흘리시기도 했다."
- 원작자가 그렇게 만족한 것에 대한 보람도 느꼈을 것 같은데, 어떤가?
"그렇다. 부천영화제에서 식사도 같이하고 얘기도 많이 했다. 인성적으로도 좋으신 분이고 우호적으로 대해주셔서 좋았다. 작품 자체도 만족해주셨다. 작가님이 쓴 지 거의 20년 넘은 작품인데, 영화화에 되게 만족을 하고 계시니 감독 입장에서는 이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것 같다."
- 재현 배우가 아이돌인 줄 몰랐다는 얘기를 거듭 했었다. 일정이 굉장히 바쁜 아이돌 멤버이기도 하고, 드라마 촬영을 했지만 이번이 첫 영화인데 걱정이 되는 지점이 있지는 않았나?
"걱정하는 성격이 아니다. 주어진 것이 있으면 그걸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예전과 달리 배우와 아이돌의 경계가 많이 허물어졌다. 감독은 프로덕션을 잘 운영해서 영화를 잘 만들어야 하는 사람이다. 그 이후엔 솔직히 할 게 없다. 홍보할 때 가서 무대인사를 하지만, 그건 홍보팀과 배급사가 다 해주는 거다. 내가 연기 잘하는 신인 배우를 하자, 이 배우가 아니면 안 된다라고 고집했다고 한다면, 홍보할 때 이 정도 규모의 영화가 잘 되겠나 하는 거다. 상업 영화감독으로 꾸준히 작업하고 경력을 쌓아가고 싶다고 생각하는데, 프로모션 이후 이 영화를 관객들이 선택할 때 제일 먼저 눈에 두는 건 주연 배우들이다. 재현 배우를 염두에 뒀을 때 아이돌이라는 것에 대한 거부감은 전혀 없었다. 지금이야 이 친구 덕분에 아이돌 음악도 많이 듣고 하는데 그때는 전혀 몰랐다. 제가 일본에 오래 있으면서 활동했기 때문에 한국 아이돌은 더 몰랐다. 그런데 일본 같은 경우엔 쟈니스 멤버들이 활동을 많이 한다."
- 재현 배우가 대본을 보고 바로 하고 싶다고 했었는데,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은 어땠나?
"가는 곳마다 다 잘생겼다고 하고, 제가 보기에도 당연히 잘생겼는데 첫 만남 때는 '수더분한 청년이네'라고 생각했다. 메이크업도 안 한 상태고 연습하다가 와서 피곤해 보이더라. 또 '저렇게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너무 말랐다. 사람이 활동하려면 벌크업 한 정도는 아니라도 어느 정도의 근육이 있어야 하는데, 힘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힘이 없는데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제작사 측에서 연기 클립을 보여줬을 때 무난하게 잘했다. 그 세대 아이돌 중에 배우 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은 재능있는 분들이 모인 거지 않나. 첫인상은 약간 흐릿했는데, 얘기를 해보니까 되게 꽉 차 있다. 싱글싱글 웃고 있어서 첫인상에서는 그렇게까지 강하다고 생각 안 했다. 그런데 작업을 해가면서 강함을 많이 느꼈다. 동네 청년 느낌도 있어서 20대 나이를 잘 먹어가고 있구나 싶었다."
- 아이돌이라고 해서 모두가 연기하는 건 아니고, 본인 의지가 강해야지만 아이돌의 바쁜 일정 속에서도 배우 활동을 할 수 있더라. 재현 배우도 연기에 대한 애정, 열정이 많다고 들었는데 현장에서 그런 걸 느낀 점이 있나?
"본인이 티를 내는 성격이 아니다. 열정적인 친구들을 현장에서 많이 봤다. 배우로서 자의식이 강한 사람도 있다. 재현 배우는 그런 타입은 아닌 것 같은데 안에서 뜨겁게 타오른다. 어제도 이동하면서 버스 안에서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본인이 크게 대성하겠다고 강하게 의식하는 것 같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맡은 바 눈앞에 있는 것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그곳에 도달해 있지 않겠냐고 생각하는 타입인 것 같다. 박주현 배우는 확실히 야망이 있는 것 같다. 저는 이 젊은 두 배우와 데뷔작을 할 수 있어서 좋았던 이유가 그들보다 나이가 많다 보니 삼촌, 동네 형 같은 느낌으로 작업했다. 옆에서 둘을 보니 주현 배우는 굉장히 강하고, 배우로서 엄청 잘하고 싶다는 열망이 밖으로 나온다. 반면 재현 배우는 안에 가득 차 있다."
- 박주현 배우는 이전부터 알고 있었나?
"알고 있었다. 넷플릭스 '인간수업' 때 주목해서 봤다. 2020년 작품인 것 같은데, 일본에서 봤다. 연출도 좋고 오디션을 통해 뽑은 새로운 얼굴이 제일 좋았다. 스타들을 캐스팅해야 편성이 되고 그럴 텐데, 굉장히 용기 있는 선택이었다. 그 안에서 박주현 배우가 보석같이 빛났다. 극 속에서 건널목 신이 있는데 도망가다가 눈물 글썽이는 신이 되게 좋았다. 그 눈이 인상적이라 몇 번을 돌려봤다. 만약 한국에서 연출할 기회가 있으면 이 친구와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 이후에도 '마우스', '너에게 가는 속도 493km'도 봤다. 그런 후에 제작사에서 리스트업을 해준 배우 중에 박주현 배우가 있었다. 내심 이 배우가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의지가 더 강했던 건 박주현 배우였다. 주현 배우와 재현 배우는 금방 결정이 됐다."
- 혹시 박주현 배우에게 예전부터 좋게 봐왔었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나?
"한 번도 안 했다. 저는 작품에 들어오는 배우에게 예전 필모그래피에 대한 얘기는 잘 안 하는 편이다. 나중에 끝나고 나면 하지만, 작업 과정에서는 이 작품에만 집중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 처음 미팅을 하는데 주현 배우가 시나리오 분석을 철저하게 해왔다. "이건 왜 이런 건가", "이건 이해가 안 된다" 등등 두 시간 미팅 예정이었는데 세 시간 정도 했다. 주현 배우와 재현 배우는 살짝 안면이 있었던 것 같은데, 둘이 얘기도 많이 하면서 만들어갔다. 주현 배우가 누나니까, 누나와 동생 느낌으로 해나갔다."
- 그렇다면 미팅을 하면서 원래 대본과 달라진 부분도 있나?
"그렇다. 인간은 기본적으로 선입관이라는 것이 있지 않나. 배우는 스크린, TV 화면으로 본 것만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어서 배우들 만나기 전에 많은 것을 찾아본다. 유튜브나 인터뷰 영상을 많이 보는데, 재현 배우 같은 경우엔 프라다쇼 당시 인터뷰도 보고, 주연 배우도 잡지, 유튜브 인터뷰를 봤다. 본래 어떤 사람인지 좀 알고 싶어서 봤지만, 그것도 어떻게 보면 완전히 날것은 아니니까 실제로 처음 봤을 때는 다르더라. 제가 처음 생각했던 주연 배우는 털털하고 보이시한 느낌인데 여성스럽고 섬세한 부분이 있다. 반대로 저는 재현 배우가 섬세한 느낌이 강할 줄 알았는데 더 남자답고 멘탈도 강하다."
- 정신력이 강하다는 건 어떤 점 때문에 느낀 건가?
"현장에서 제가 아무리 편하게 해주려고 해도 조명이나 카메라 세팅이 들어가면 불편한 지점이 생긴다. 그런데 재현 배우는 아이돌을 오래 해서 익숙한 것인지 아무렇지 않아 한다. 주현 배우도 마찬가지인데, 제가 보기엔 재현 배우 멘탈이 훨씬 강한 것 같다."
- 주현 배우가 분석을 굉장히 꼼꼼하게 철저하게 해왔다고 했는데 현장에서도 선배로서 잘 이끄는 편이었나? 두 배우의 호흡이 어땠는지 궁금하다.
"호흡이 정말 좋았다. 첫날 카페 신을 찍는데, 우리가 찍을 분량이 많았다. 서둘러 진행하려고 했는데, 주현 배우가 첫날이니까 아이스 브레이킹까지는 아니더라도 재현 배우와 얘기 좀 하고 찍겠다고 양해를 구하더라. 그래서 20분 정도 시간을 가졌다. 이 신에 대해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정윤과 준우의 상황에 대해 얘기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주현 배우가 끌고 가긴 했지만, 재현 배우도 중반 이후부터는 아이디어를 내기 시작했고 티키타카도 좋았다. 둘이 계속 같이 걸으니까 힘들었을 텐데도, 계속 어떤 식으로 표현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더라. 주현 배우는 자기가 선배라고 꼰대처럼 이렇게 해라 하지도 않고, "넌 어때?", "어떻게 할까?" 물어보면서 계속 맞춰갔다. 나이대가 비슷해서 친구처럼 둘이 잘 만들어갔다."
- 재현 배우가 맡은 역할이 대사가 많지 않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줘야 하고 막판에 감정을 터트려줘야 하는 것이 있었다. 밸런스를 잡아가는 것이 중요했을 것 같은데, 어떤 디렉션을 줬나?
"연기라고는 해도 결국 그 사람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 사람을 쏙 빼라고는 할 수 없다. 정재현이라는 사람을 빼고 메소드 연기를 하라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재현의 준우에게는 정재현을 넣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건 박주현, 곽시양 배우도 마찬가지다. 그렇지 않다면, AI로 찍으면 되는 거지 않나. 그래서 저는 되도록 의견을 듣고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는 편이다. 너무 디테일하게 이것저것 하라고 하면 로봇같이 되니까 기본적으로 신 리허설을 할 때는 자유롭게 해보라고 한다. 기본 해석을 보고 난 후 톤이 너무 세다, 혹은 너무 약하다 하면 그때 얘기해서 바꾼다. 재현 배우 같은 경우엔 걸음걸이에 버릇이 있다. 너무 치명적으로 멋있게 걸어서 준우처럼 안 보이더라. 리듬감이 있다. 다리도 무릎을 잘 안 굽히고 쭉쭉 뻗는 것이 있다. 대사 치고 표정 만드는 건 훈련이 되어 있는데, 그 부분에서 너무 정재현이 있어서 그거만 빼달라고 했다. 또 어깨를 너무 움직이지 말고 정윤의 그림자라고 생각하라고 하기도 했다. 그림자가 움직이는 것처럼 반발 뒤에서 쫓아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런데 이걸 팬들이 봤을 때는 약간 귀엽게 보였나 보다. 아기 유령 캐스퍼 같다고 하시더라."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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