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번의 실수는 없다.'
한국 올림픽 야구대표팀의 기둥투수 류현진(21, 한화)이 베이징에서 '코리아 에이스'의 위용을 맘껏 과시하며 캐나다를 셧아웃시켰다.
류현진은 15일 베이징 우커송 구장에서 열린 캐나다와의 올림픽 야구 예선 3차전에 선발로 나와 9이닝 동안 5안타만을 내주며 무실점으로 역투했다. 볼넷 3개를 내줬지만 탈삼진 6개를 잡아내며 캐나다 타선을 틀어막아 한국이 1-0으로 캐나다를 누르고 2연승을 달리는데 그야말로 혁혁한 공을 세웠다.
류현진은 캐나다에게 좋지 않은 기억이 있었다. 베이징올림픽 본선 진출을 위해 지난 3월 13일 대만 타이중 인터컨티넨탈 구장에서 열린 올림픽 최종예선 캐나다전에서 선발로 나왔다가 1.2이닝 동안 안타 3개(1피홈런 포함)를 내주며 3실점하고 조기당판당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시 류현진의 부진에는 장염 증세가 있어 몸상태가 좋지 않았던 탓도 있었지만 본인은 늘 그 점을 부담감으로 가지고 있었기에 15일 캐나다전에서의 호투는 모든 것을 훌훌 털어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류현진은 15일 캐나다 타선을 상대하면서 빠른 볼보다는 변화구를 결정구로 많이 가져간 것이 호투의 주요인이었다. 마이너리거 출신들이 대부분인 캐나다 타선은 장타력면에서 미국과 견줘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는 분석을 받고 있었다. 류현진은 어정쩡한 속구보다는 철저한 코너워크로 캐나다 타자들의 방망이가 쉽게 나오도록 유도하는 좋은 피칭을 보였다.
그러다보니 마이클 손더스, 지미 밴 오스틀랜드, 닉 웨글러츠, 맷 로젤스태드 등 장타력이 있는 캐나다 타자들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날 캐나다전에서 류현진은 위기 대처 능력도 국제무대에서 톱클래스임을 입증했다. 6회 2사 1, 3루의 첫번째 위기에서는 4번 소맨을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8회 1사 2루에선 1번 대타 오스틀랜드와 2번 클랩을 잇따라 내야땅볼로 잡아내 실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마지막 9회에는 동점 내지 역전까지 허용할 수 있는 최대 고비를 맞기도 했다. 안타 2개를 맞고 1사 1, 3루에 몰렸지만 6번 로리를 짧은 우익수 플라이로 잡아냈고, 볼넷을 하나 보태줘 2사 만루가 된 다음에는 마지막 타자 래드마노비치를 평범한 중견수플라이로 유도해 극적으로 경기를 끝냈다.
류현진은 이미 지난 올스타전에서도 대표팀 투수들 가운데 가장 좋은 모습을 보이는 등 투구감각이 최근 들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었다. 지난 3일 올스타전 당시 류현진은 5회말부터 서군의 4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라 2이닝 동안 6타자를 상대하며 삼진 2개 포함 퍼펙트로 동군 타선을 틀어막았다.
이날 류현진이 혼자 1게임을 다 책임져줌에 따라 앞으로 대표팀은 투수 운용에 조금 여유를 가지는 부수입도 챙겼다. 전날(14일) 중국전에서 선발 송승준이 6이닝이나 던지고도 우천으로 경기를 마무리하지 못하고 17일에 잔여 이닝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가진 한국은 류현진의 역투로 투수력을 아낄 수 있게 됐다.
이제 류현진은 소속팀 한화의 에이스를 넘어 '대한민국'의 에이스로 성장하고 있음을 완벽하게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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