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차기 첫번째 키커와 마지막 키커의 심정은 달랐지만 우승 기쁨은 한결 같았다.
17세 이하(U-17) 여자 축구대표팀이 2010 국제축구연맹(FIFA) U-17 여자 월드컵 우승 영광을 한아름 안고 28일 오후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대표팀은 일본과의 결승전에서 연장전까지 승부를 내지못하고 3-3으로 마친 뒤 살얼음판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기고 FIFA 주관 대회 사상 최초로 한국에 우승컵을 안겼다.

일본과의 승부차기는 그야말로 드라마였다. 일본의 선축으로 시작된 승부차기에서 한국은 첫번째 키커인 이정은이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며 불안하게 시작했다. 이 경기에서 첫 골을 넣었던 이정은이라 충격은 두 배였다.
입국 기자회견에서 당시를 회상한 이정은(함안 대산고)은 "첫 골은 철저히 이미지트레이닝을 한 결과"라면서도 "승부차기에서 실축할지 몰랐다. 자신있게 차려고 했는데 동료에게 미안하다"라고 담담하게 표현했다.
역사적 배경으로 인해 숙적 한일전은 소녀들에게도 큰 부담이었다. 이정은은 "어떤 대표팀이든 한일전은 전쟁이라고 생각했다. 최덕주 감독님도 그렇고 일본한테는 꼭 이기라고 해서 죽기살기로 뛰었다"라고 말했다.

120분 풀타임에 승부차기로 정신이 혼미할 법했던 이정은은 "(우승으로) 끝나고 난 뒤 기분이 좋았다. 고함을 지르니 정신이 없더라. 눈을 뜨니 하늘만 보이더라"라며 천국과 지옥을 오갔던 당시 심경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반면, 마지막 키커였던 장슬기(충남 인터넷고)는 "부담감이 컸지만 이것만 넣으면 이긴다는 생각에 자신있게 킥을 했다"면서 "들어가니 좋았다. 동료와 밖에서 응원해 준 언니 및 친구, 선생님 생각밖에 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1천여 명의 환영 인파에 놀랐다는 장슬기는 "막내니깐 발랄하다. 이 정도의 관심일 줄 몰랐지만 놀라우면서도 감사하다"라고 얼떨떨한 표정을 지었다.
나이지리아와의 8강전에서 뇌진탕 증세를 보이면서도 최종 수비로 투혼을 발휘했던 골키퍼 김민아(포항 여전고)는 "8강전은 기억이 나지 않는다. 4강도 정신없이 뛰고 결승전에 집중했지만 실수가 많았다"며 "친구들이 잘해줘서 고마웠다"라고 방끗 웃었다.
조이뉴스24 /인천공항=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사진 최규한기자 dreamerz2@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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