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필기자] 프로야구에는 '엘롯기' 동맹이라는, 팬들이 만든 재미있는 조어가 있다. 관중동원 능력이 좋은 LG 트윈스, 롯데 자이언츠, KIA 타이거즈 등 세 팀이 몇 년간 동반 부진에 빠져 있을 때의 상황을 재치있게 풀어낸 단어이다.
프로축구에도 이와 유사한 신조어가 있다. 만년 하위권에 머무르는 대전 시티즌, 대구FC, 강원FC, 광주FC 등을 묶어 '대대강광'이라고 한다. 시도민구단이라는 공통점까지 갖추고 있어 하위권을 대표하는 암묵적 단어로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대대강광' 동맹에 균열이 오기 시작했다. 이미 지난해 상주 상무로부터 연고지를 이어받아 새롭게 창단한 광주가 막내 구단으로는 예상보다 좋은 11위를 해내면서 가능성을 엿보였다.
올해는 확실히 달라졌다. '대대강광'에서 대구와 광주가 빠질 기세다. 강원은 아직 물음표지만 구단 경영으로 따진다면 역시 이 대열에서 이탈할 수 있다. 오히려 인천 유나이티드가 새롭게 추가될 분위기가 형성되면서 '대인(대전·인천)' 동맹이 만들어지는 형국이다.
가장 주목을 받는 팀은 광주다. 광주는 현재 K리그 3승2무로 16개 구단 중 유일하게 무패를 달리며 2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실리축구로 초반 돌풍을 일으켰던 대전과는 또 다른 스타일로 선전 중이다. 전력이 괜찮은 포항 스틸러스와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1-1 무승부와 3-2 승리를 이끌어내며 돌풍을 일으켰다.
경기 내용을 뜯어봐도 나쁘지 않다. 8골 중 4골이 후반 40분 이후 나왔다. 막판까지 상대에게 두려움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주앙 파울로, 슈바, 복이 등 개성 넘치는 외국인 공격진은 물론 김동섭을 중심으로 한 국내 선수들의 활약도 눈에 띈다.
대구도 브라질 올림픽대표팀 코치 출신 모아시르 페레이라 감독을 앞세워 확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5라운드에서 전북 현대에 0-2로 뒤지고 있다 후반 내리 세 골을 터뜨리며 3-2로 역전승을 한 것에서 현재 팀 분위기를 알 수 있다. FC서울이나 울산 현대도 대구에 혼이 났다. 3승1무1패로 제주, 울산, 서울과 승점(10점)은 같고 골득실에서 뒤진 6위를 기록중이다.

대구 구단의 경영도 달라졌다.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 단장을 역임하며 스포츠 전문 경영인 이미지를 구축한 김재하 사장이 지역 사회와 호흡하며 열악했던 환경을 바꿔나가고 있다. 선수 편의와 지역 구단으로의 이미지를 구축하니 절로 성적이 난다.
강원FC는 남종현 사장이 부임한 뒤 올 시즌을 앞두고 구단주인 최문순 강원도지사와 협력을 선언하면서 외부 잡음이 사라졌다. 선수들이 즐겁게 경기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경기력도 나쁘지 않다. 골결정력만 더 끌어올리면 광주, 대구처럼 판도를 흔드는 다크호스가 될 수 있다.
반면, 대전은 '역시나'다. 개막 후 5연패에 빠졌다. 선수 시절 멀티플레이어로 사랑받았던 유상철 감독은 속을 태우고 있다. 사장 선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꼬임의 연속이다. 구단주인 염홍철 대전광역시 시장이 스포츠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겠다고 했지만 쉽지 않다.
오히려 전문성이 떨어지는 축구인 A, B씨가 사장직을 노리고 있다는 소문만 무성하게 돌고 있다. 이러다 보니 선수들도 제대로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
인천은 총체적 난국이다. '2002 월드컵' 세대인 설기현과 김남일이 허정무 감독을 도와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이들을 도와주는 이들이 없다. 구단 경영도 여전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다. 대전이 밟았던 길을 인천이 따라가는 듯한 인상이다. 올해 개장한 명품 전용구장을 홈으로 갖고 있으면서도 경기력과 행정력은 하품이 나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는 구단 경영력의 차이가 하위권 동맹(?)의 균열을 부르면서 경기력의 차이를 만들고 있는 셈이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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