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기자] 스타 군단 삼성 라이온즈에서 그는 두드러져 보이지 않는다. 이름만으로도 쟁쟁한 선수들 틈바구니에서 그는 그러나 조용히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아무도 주목하지 않던 육성선수 출신에서 이제는 어엿한 안방마님으로. 이지영(30)은 어느새 삼성에 없어선 안될 선수로까지 부상했다.

◆미약한 시작
시작은 미약했다. 제물포고와 경성대 출신인 그는 지난 200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했다. 연습생 제의를 한 삼성에 의해 '구제'돼 어렵게 프로 선수로 출발했다. 대학 시절인 2005년 야구 월드컵 대표팀에 선발된 나름 화려한 이력의 보유자였다. 당연히 지명될줄 알았지만 프로구단들은 그를 철저히 외면했다. 자존심이 상할 대로 상했지만 현실을 받아들였다. 마음을 다시 잡고 경산에서 프로생활을 시작했다. '굴욕감'을 노력으로 극복한 결과일까. 프로 첫해 2군 남부리그에서 68경기에 출장, 타율 3할3푼7리 1홈런 23타점으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펼쳤다.
◆1군 데뷔 그리고 승승장구
이후 차근차근 단계를 밟으며 성장했다. 2009년 1군 23경기에 출장한 뒤 상무에 입대해 병역을 마쳤다. 그리고 2012년 베테랑 진갑용의 백업포수로 조금씩 1군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타고난 성실성으로 코칭스태프의 주목을 받은 데다 안정된 포수수비도 매력이었다. 무엇보다 포수 포지션에서 보여주는 알토란 같은 타격으로 자신의 가치를 더욱 끌어올렸다. 그해 54경기에서 타율 3할4리(135타수 41안타)를 기록한 그는 2013년 생애 첫 풀타임 주전을 차지하며 일취월장했다. 무려 113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쓰면서 삼성의 차세대 안방마님으로 명함을 내밀었다. 야구가 재미있어지기 시작했다.
◆명문 삼성의 주전 포수로
2015년은 이지영에게 기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해였다. 개인 최다인 124경기에 나서며 타율 3할5리 1홈런 55타점으로 프로 입문 후 최고 성적을 올렸다. 하위타순에서 알토란처럼 쳐내는 안타는 회초리처럼 매서웠다. 박한이·나바로·최형우·채태인·이승엽을 피하다가 이지영에게 불의의 일격을 당한 상대 투수가 하나 둘이 아니다. 더구나 시즌 후반 선배 진갑용이 은퇴하면서 이제는 삼성의 어엿한 주전포수 자리를 공식적으로 승계 받았다. 이제 이지영 없는 삼성은 생각하기 어려워질 정도다. 물론 아쉬움도 크다. 삼성의 한국시리즈 5연패가 눈앞에서 좌절된 탓에 다소 쓸쓸한 겨울을 보내고 있다. 우승을 하지 못한 허탈함이 이렇게 큰줄 새삼 절감하고 있다.
◆"이 자리에 만족하지 않을 것"
과묵하고 조용한 이지영은 거창한 목표가 없다. 그저 전해보다 조금씩 나아지자는 소박한 바람 뿐이다. 그는 "평소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는 스타일이 아니다. 그저 어떤 분야에서든 조금이나마 나은 성적을 올리고 싶을 뿐"이라며 "조금씩이라도 매년 향상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앞이 안 보이는 육성선수에서 명문 삼성의 주전 포수로 발돋움하기까지 7년.
입단 계약금 한 푼 받지 못한 처지에서 이젠 연봉 1억5천만원의 어엿한 중견선수로 위치가 바뀌었다. 그러나 이지영은 자만하지 않을 각오다. 지금까지 해온 것보다 앞으로 할 게 더 많다는 마음가짐을 한 번도 버려본 적이 없다. "지금 모습에서 만족할 수 없다. 개인 최고 성적을 올렸다지만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어떤 상황에서든 팀에 보탬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는 게 소박하지만 당찬 그의 포부다. 역시 이지영 다웠다.
조이뉴스24 /김형태기자 tam@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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