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박진영 기자] "늘 많은 사람 앞에 서면 힘들고 떨린다"는 오정세는 일이 많지 않았던 데뷔 초 "잘하진 못해도 오래 할 수 있다"는 확신과 믿음을 가지고 배우 길을 걸어왔다고 한다. 그렇기에 당장은 돋보이지 않더라도, 슬럼프나 힘겨움 없이 연기를 지금까지 해올 수 있었다고 한다. 연기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프로필을 돌리기 위해 사무실 노크를 하는 순간마저도 즐거웠다고 말하는 오정세, 그의 반짝이는 눈과 표정 속에 진심이 가득 묻어났다.
지난 27일 개봉된 '거미집'(감독 김지운)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 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다. 송강호를 비롯해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장영남 등이 열연했다.
![배우 오정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2f5402aa44dbe8.jpg)
오정세는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아 탁월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극을 유쾌하게 이끈다. 호세는 이제 막 뜨기 시작한 배우 유림(정수정 분)과 묘한 관계를 형성한다. 아내도 사랑하지만 유림도 사랑한다고 말하는 호세는 촬영 현장에서 유림을 이리저리 챙기며 짠한 매력을 전한다. 다음은 오정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촬영 현장에서 이것만은 꼭 지키고자 하는 것이 있나.
"참 많이 준비하고 많이 버린다. 현장에 가면 내가 고집하는 것과 달리 다른 액션, 다른 환경이 주어지기도 한다. 부딪혀보면 합이 안 맞고 인위적일 때가 있다. 제가 1, 2, 3번이 맞다고 생각하고 갔는데, 상대 호흡이나 환경에서 8번이 맞으면 다 버리고 그것을 한다."
- '선배들 앞에서 주눅 들지 말자'라고 한다고 했는데, 아직도 주눅이 들고 부담이 되는 순간이 있나?
"예전보다는 줄어들었지만, 많은 사람 앞에서 힘들어하는 사람이다. 슛 들어가면 더 떨린다. 계속 연기하다 보니 조금 익숙해지는데, 항상 매 현장의 첫 촬영이나 첫 리딩은 부담이 있는 것 같다."
- 김열 감독이 호세에게 '늘 진심이었나'라고 말하는 장면에서 배우로서 느끼는 바가 있었을 것 같다.
"참회까지는 아니지만 숙연해지는 마음이 들긴 했다. 늘 진심으로 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얼마나 100% 표현이 되는지는 모르겠다. 연기를 방해하는 많은 것이 있는데, 그럼에도 첫 발걸음은 진심으로 간다. 결과는 진심이 될 수도 있고, 전달이 안 될 때도 있는 것 같다."
![배우 오정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67f7f585786a3d.jpg)
- '거미집'은 '중꺾마' 즉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을 담아낸 영화이기도 하다. 배우로서 꺾을 수 없는 마음은 무엇인가.
"즐기는 마음은 안 꺾였으면 한다. 그것이 단역이든, 주인공이든, 독립영화이든 상관없다. 처음 시작할 때는 좌절하고 스트레스도 있지만, 내가 즐거워서 시작한 일이다. 일이 없을 때도 프로필을 돌리기 위해 발걸음을 하고 노크하는 것마저 즐거웠다. 그런 즐거움이 안 꺾였으면 한다."
- 슬럼프는 없었나?
"없었다. 작품 속에서 연기가 안 풀려서 스트레스를 받긴 했지만,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연기 초반엔 열정은 많은데 결과물이 없고, 1년 동안 작품이 없다 보니 '이걸 어떻게 가야 하나'하는 고민이 있긴 했다. 하지만 저는 그 기간을 길게 잡았다. 연기를 시작한 20대 초반엔 잘할 자신은 없는데 오래 할 자신은 있었다. 연기를 40년 넘게 하면 지금보다는 잘하는 배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다. 천천히 걸어도 보고 뛰어도 보고 하면서 길게 잡아서 지침이 덜 했던 것 같다. '나는 오래 해야지'라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 믿음은 있었던 것 같다. 돈이 한 푼도 없어서 스무 정거장을 걸어가는 거와 내 주머니에 현금 200만 원이 있음에도 걸어가는 것은 물리적으로는 똑같이 힘들지만 다른 감정일 것 같다. 그때 저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오래 할 자신이 있어, 하는 주머니의 200만 원 같은 어떤 가치가 있어서 걸어가는 그 길이 마냥 힘들지만은 않았다."
- 지금은 배우로서 나의 위치를 실감하는 부분이 있나.
"칭찬 많이 받고 좋은 작품을 해서 좋은데, 이 또한 오래 가면 좋겠지만 아닐 수 있다는 걸 안다. 여러 배우 중에 연기를 잘하는 분이고 승승장구하지만 어떤 작품에서는 관객들이 실망해서 욕을 먹었던 배우가 있다. 하지만 결국 자의든 타의든 그 시간을 잘 견뎌서 지금은 훌륭한 배우로 거듭나 있다. 그걸 보며 대리 경험을 한다. 내가 못해서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작품이나 환경적으로 안 맞아서 욕을 먹을 수 있을 텐데, 그 안에서 '단단하게 잘 지내야지'라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늘 승승장구 할 것 같진 않고 분명 곡선이 있을 텐데 올라갔을 때, 그리고 내려갔을 때 더 건강하려고 하는 것 같다."
![배우 오정세가 영화 '거미집'(감독 김지운)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바른손이앤에이]](https://image.inews24.com/v1/47a129393dbf8e.jpg)
-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 이후 지적장애 팬과 놀이동산에 가는 약속을 지켜서 큰 화제를 모았다. 그런 일이 쉽지만은 않은데 평소에도 그런 일에 관심을 많이 가지려 노력하는지 궁금하다.
"하고 싶은 마음은 컸는데 방법도 모르고 실천을 못 했던 사람이다. 그런데 그런 기회가 주어졌을 때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누군가를 도와주러 가는 느낌보다는 제가 도움을 받은 케이스다. 처음도 범준이가 문상태 연기를 보고 '안아주고 싶어요'라고 해서 연락을 받아 인연을 맺게 됐다. 선물 같은 작품이고, 선물 같은 인연이다."
- 향후 행보가 어떻게 되나. 쉼 없이 일하고 있어서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은지도 궁금하다.
"넷플릿스 'Mr. 플랑크톤'을 12월 말까지 찍는다. 감정을 많이 쏟을 때도 있지만, 심적으로는 편안한 신들도 있다 보니 일하는 것이 아니라 여행을 갔다고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게 중간중간 쉼이 있어서 일만 하는 느낌은 아니다."
/박진영 기자(neat24@joy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