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좌우명은 굵고 길게 살자예요."
운명의 장난인가. 굵고 길게 살자던 개그우먼 김형은(26)이 10일 새벽 1시경 교통사고로 인해 치료를 받아 오던 중 사고 후유증인 심장마비로 끝내 하늘나라로 떠났다.
지난 해 9월 21일 故 김형은과 첫 만남을 가졌던 기자로서는 생전에 그녀의 마지막 말이 아직도 귓전을 때린다.

당시 음반 활동을 시작한 '미녀삼총사' 멤버들에게 인생의 좌우명이 뭐냐고 묻자, 심진화는 '조혜련과 같이 억척스럽고 열심히 살자', 장경희는 '김원희 처럼 유쾌 통쾌, 상쾌하게 살자'고 말했다. 그리고, 모두가 김형은을 쳐다보자, 그녀는 갑자기 '굵고 길게 살자'라고 말해 우리를 잠시 웃음 짓게 만들었다.
김형은은 당시 세 멤버 중에서도 가장 목소리가 트여 노래를 잘 부른다는 트레이닝 선생님의 칭찬을 들었다며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처럼 마냥 즐거운 표정이었다.
또한 개그맨답지 않게 의외로 말수가 적고 나서는 편은 아니었지만 묻는 질문에는 또박또박 진지하게 대답을 했던 모습이 떠오른다.
인터뷰 말미에 그녀가 이렇게 말을 했다.
"2년 넘게 개그맨 생활을 해 오면서 단 하루도 쉬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온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필요했고, 어려운 고비에서도 이렇게 음반까지 내게 됐어요. 모두들 잘 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해보려고요."
스물다섯, 꽃다운 나이에 피어 보지도 못하고 진 한송이 꽃처럼 유명을 달리한 그녀의 마지막 소망이 가족은 물론 팬들의 가슴을 울린다.
'짧고 굵게 살자'는 말이 사라진 요즘, 인생을 굵고 길게 살아보려고 했던 한 개그우먼의 꿈이 현실로 실현되지 못해 안타까울 뿐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사진=故 김형은의 생전 '미녀삼총사' 활동 당시 모습.]
조이뉴스24 /정진호기자 jhjung@joynews24.com 사진 조이뉴스24 포토DB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