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7일 포항 스틸러스와의 K리그 개막전, 2-3으로 패한 수원 삼성에 수비가 불안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통곡의 벽'으로 불리던 마토(오미야 아르디쟈)와 수비의 한 축이었던 이정수(교토 퍼플상가)가 일본 J리그에 진출하고 1차 저지선을 형성하던 조원희(위건 애슬래틱)마저 프리미어리거가 되면서 수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차범근 감독은 곽희주-리웨이펑(중국)-최성환의 플랫3를 처음 펼쳤지만 간격 조절에 실패하며 수차례 측면을 내줬다. 실수도 이어져 최성환이 여러번 패스 미스를 하다 포항의 세 번째 골에도 패스 미스로 기여(?)하기도 했다.
절치부심한 차 감독은 11일 수원 월드컵경기장에서 '2009 AFC(아시아 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G조 1차전 가시마 앤틀러스를 상대로 알베스(브라질)-리웨이펑-곽희주 '삼국(三國) 플랫3'를 선보였다.
처음 그라운드에 나선 알베스는 몇 차례 실수를 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가시마의 공세를 잘 막아냈다. 곽희주도 주장으로의 역할을 충실히 해내면서 지난해 수원의 탄탄한 수비를 복원했다.
리웨이펑(31)은 '대륙의 기상'을 떨쳤다. 아시아쿼터제가 도입되면서 K리그에서 뛰는 첫 중국인 선수가 된 리웨이펑은 포항전에서 데닐손의 순간적인 스피드에 밀려 돌파를 허용하는 등 다소 적응하지 못한 장면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난해 J리그 우승팀 가시마를 상대로 리웨이펑은 가시마의 주득점원 마르키뇨스를 봉쇄하며 90분 동안 골을 내주지 않았다.
무실점으로 끝낼 수 있었던 추가시간에 마르키뇨스에 골을 허락한 것이 다소 아쉬운 부분이지만 포항전보다 개선된 경기력은 올 시즌 수원의 아시아 정복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수비 뿐 아니라 순간적인 공격 가담은 마토와 비슷했다. 몸싸움에서 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달려들어 전반 44분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선제골을 터뜨렸다. 포효한 리웨이펑은 벤치에서 기뻐하던 차 감독에게 달려가 격한 포옹으로 고마움을 표시했다.
리웨이펑의 맹활약에 수원 팬들은 '자요우~(加油, 힘내라) 리웨이펑'이라는 응원구호를 외쳐주며 격려했다.
경기 뒤 리웨이펑은 "팀 전체가 노력해서 골이 들어갔다"라며 동료에 공을 돌렸다. 이어 "수원팬들이 이름을 불러주고 '자요우'라고 외쳐줘 고맙다"라며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수원의 아시아 정복에 앞장서게 된 리웨이펑은 1998년 차 감독이 중국 프로축구 선전 핑안을 맡을 때 후보에서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애제자'가 됐다. 이를 바탕으로 중국 대표팀에 선발, 105경기에서 13골을 넣었다.
리웨이펑은 프리미어리그 에버튼에서 2002~2003 시즌 활약하기도 했다. 성장한 리웨이펑은 차 감독과 11년 만에 해후해 이렇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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