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기자] 시청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던 장수 프로그램들의 수난 시대다.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며 '킬러 콘텐츠'로 불렸던 프로그램들이 발 빠르게 변화하는 시청자들의 입맛을 맞춰주지 못하고 휘청거리고 있다.
MBC '무릎팍도사'와 '세바퀴' 등이 대표적인 예다. '무릎팍도사'는 3~4%대의 낮은 시청률로 결국 폐지를 앞두고 있고, 심야 시간대로 간 '세바퀴'는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두 프로그램 모두 한때는 MBC의 킬러콘텐츠였고, 자존심이었다. 지난 2007년 1월 첫방송된 '무릎팍도사'는 강호동의 잠정적 은퇴로 인한 중단 전까지 부침없이 꾸준한 인기를 이어왔고, 명실상부 대표적인 토크쇼였다. 한때 시청률 20%를 넘으며 고공행진 했고, 못해도 꾸준히 10%대 중반을 기록했었다. 그뿐인가. 스타들 뿐만 아니라 각계각층의 저명 인사들이 출연하면서 영향력도 엄청났다.
잊혀졌던 스타를 대중 앞으로 이끌어내고, 개인의 인생 스토리와 삶의 철학, 주관 등을 좀 더 심도있게 파고들었다. 게스트들의 솔직 대담한 이야기도 많았고, 예능 출연을 기피하던 스타들도 '무릎팍도사'를 통해 대중들과의 소통을 시도했다.
그러나 강호동의 공백기로 1년여 간의 휴업을 가진 '무릎팍도사'는 예전의 '무릎팍도사'가 아니었다. 4~5%대의 낮은 시청률로 힘겨워했고, 토크 프로그램이 많아지면서 게스트 섭외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무릎팍도사'가 외면 받았던 것은 1년의 세월 사이 방송 트렌드는 변했지만 '무릎팍도사'는 그대로였기 때문. 정작 알맹이는 들여다보지 못한 채 패널들만 바꾸는 일차원적인 변화만 시도했다.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하고 과거에 얽매였던 '무릎팍도사'의 재기 실패는 당연한 수순이었던 것.
'무릎팍도사'와 함께 MBC의 장수 프로그램으로 꼽히는 '세바퀴' 역시 위태위태 하다.
표면적인 인기의 척도인 시청률은 당장 위급해 보이지는 않는다. 한때 20%를 넘나들던 최고 전성기 수준은 아니지만 아직까지도 10% 안팎의 시청률을 보이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와 KBS2 '인간의 조건' 등과 엇비슷하다.
고정적인 시청자층이 존재하지만 시청자들의 평가가 그렇게 호의적이지만은 않다. 가장 문제는 '세바퀴'만의 색깔을 잃어버린 지 오래라는 것.

'세바퀴'가 강호동과 유재석 없이도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이유는 세대 통합이었다. 아줌마 스타들의 솔직한 수다는 '줌마테이너'를 만들어냈고, 대중에 잊혀진 왕년의 스타들이 아이돌과 어우러지며 전세대를 아우렀다. 토크에 퀴즈쇼와 개그까지 결합하며 기존에 없던 독특한 버라이어티가 만들어졌다.
'세바퀴'는 어느 순간 아이돌 출연자가 너무 많이 쏟아지는가 하면, 19금을 방불케하는 선정적인 댄스와 수위 높은 토크로 지적을 받기도 했다. 심야 시간대로 옮기며 떨어진 시청률을 끌어올리려는 방책이었겠지만 오히려 '세바퀴'의 색깔은 퇴색됐다.
최근 '세바퀴'는 부녀 특집, 딸바보 특집, 애처가 특집 등 각종 가족 특집을 편성하며 시선 끌기에 나섰지만 너무 진부하고 식상하다. SBS '붕어빵'이나 KBS2 '맘마미아'와도 비슷하고, 종편채널 JTBC '유자식 상팔자' 등 최근 종편 채널에서 많이 선보이는 단체 토크쇼와 별 다를 바 없어 신선함을 느끼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이다.
흐르지 않는 물은 고여 썩는 것처럼, 정체된 프로그램은 몰락한다. 방송 14년째를 맞고 있는 KBS의 대표 장수프로그램 '개그콘서트'는 그동안 몇 차례 위기와 논란에도 끊임없는 변화로 돌파구를 찾았다. '해피투게더'도 야간매점이라는 코너로 식상함에 변화를 주면서 호평 받고 있다. 그러나 변화에 실패한 '무릎팍도사'는 박수칠 때 떠나지 못한 채 씁쓸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이들 사례가 장수 프로그램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인지 새겨봐야 할 때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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