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가 유행이다. 하지만 부정하려 해도 아직은 우리의 문화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나라의 문화적 위치는 경제적 규모에 비해 작게 느껴진다. <게이샤의 추억>은 이처럼 감상 전부터 많은 생각에 빠지게 한다.
처음에는 ‘영화 자체에 집중하자’며 DVD를 플레이어에 넣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게이샤’라는 어휘로 연상되는 이미지들을 제어하지 못한 까닭이다. 흔히 일본기생을 뜻하는 게이샤라는 단어는 그 자체로도 일본문화의 상징으로 다가온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할리우드의 눈에는 일본이 신비한 ‘외국’일수 있겠지만 일본과 불행한 과거사가 얽혀있는 우리에게는 심적으로 외국보단 ‘왜국’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최근 일본 정부의 망언들을 상기해봤을 때 영화의 완성도와 타이틀의 품질은 제쳐두고 어딘가 삐딱한 시선으로 타이틀을 감상할 수밖에 없었다.

아서 골드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영화 <게이샤의 추억>은 1997년에 발간된 동명의 소설을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2차 대전이후 그 전통이 끊어져가고 있는 일본의 게이샤에 대한 소회를 바탕으로 한 게이샤의 사랑을 담은 책으로 출간과 동시에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50주 연속 랭크되는 기록을 남겼던 소설이다.
애초 <게이샤의 추억>은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로 만들기 위해 판권계약을 서둘렀다는 이야기로 유명했다. 그러나 정작 <게이샤의 추억>을 영화로 만든 것은 뮤지컬 영화 <시카고>로 할리우드에 화려하게 데뷔했던 롭 마셜 감독이었다.
안무가 출신의 롭 마셜 감독은 전작 <시카고>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색상과 역동적인 화면을 <게이샤의 추억>에서도 이어간다. 이런 까닭에 <게이샤의 추억>은 정서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만듦새 자체는 탁월한 영화로 다가온다.
외부의 눈에 비친 게이샤의 한계
문제는 영화 내부의 스토리와 영화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여러 가지 부조화들이었다. 주인공 샤유리역에 캐스팅된 장쯔이를 비롯해 영화 속 축을 이루는 주요 등장인물들은 공리, 양자경 등 대게 중국 여배우들의 차지였다. 게다가 이들의 일본어가 아닌 영어로 이야기한다.
내용과 화면은 일본의 정서가 가득했지만 정작 배우와 감독은 게이샤로 표출되는 일본의 정서를 제대로 표현해내지는 못했다. 또한 게이샤가 되기 위한 과정에서 이들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고민이나 사회적인 관계에서 오는 괴로움들에 치중하기 보다는 ‘사랑할 수 없는 게이샤의 운명’이라는 로맨스에만 치중되는 바람에 정작 게이샤들의 삶을 통해 일본 문화를 입체적으로 조망하지는 못했다.
따라서 서플먼트에서 보듯 교토의 옛 건물들을 재현하기 위해 지어진 하나마치 마을 세트의 정교함이나 게이샤 훈련소에 입소해 게이샤 교육을 받는 출연배우들의 열성들도 영화의 작품성을 높이는데 크게 일조하지 못한 꼴이 되었다.

영화 밖의 게이샤와 영화안의 게이샤
소니에서 나온 타이틀은 그간 서플먼트 자막의 한글화에 있어 한국 DVD 애호가들의 원성이 높았던 전력이 있다. 그러나 <게이샤의 추억>은 그런 우려에서 벗어났다. 영화제작에 대한 에피소드와 촬영과정에서 있던 여러 가지 뒷이야기들이 풍성하게 담겨있다. 영화 밖의 게이샤와 영화안의 게이샤를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최초의 외국인 게이샤였던 라이자 달비에 대한 서플먼트를 보면 게이샤 세계의 실체에 다가갈 수 있다. 또한 현존하는 영화음악 작곡가의 거장 존 월리엄스와 세계적인 첼리스트 요요마, 그리고 바이올리니스트 이삭 펄먼이 참여한 OST 녹음 과정에 대한 부가영상은 <게이샤의 추억> DVD의 또 다른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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