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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생명존중 철학…'기브뎀' 감독 김경용


조이뉴스24는 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코너를 신설합니다. 춤꾼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가 예술인들을 직접 만나 이야기를 듣고 삶을 나누는 코너입니다. 조 교수는 30편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해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로 유명합니다. 이 시대를 대표하는 예술가 조 교수가 만난 예술가들은 누구일까요? 그 예술 안에 녹아든 삶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요? 조기숙이 만난 예술가 코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주]

'카이스트' '더 뮤지컬' '썸데이' 등으로 잘 알려진 방송 PD 출신 김경용 감독이 영화 '기브 뎀 : 사라진 자들의 비밀'을 선보였다. 재미있고 미스터리하면서도 관객에게 성찰을 하게 하는 '기브 뎀'의 김 감독을 6월30일 이화여대에서 만났다.

'기브 뎀'은 42분짜리 단편영화로 제작비 전액을 기금 조성해서 충당했고 유튜브에서 무료로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왜 이 작품의 시나리오를 쓰고 감독을 했을까?

'기브뎀' 김경용 감독 [사진=조기숙 교수]
'기브뎀' 김경용 감독 [사진=조기숙 교수]

-귀한 시간 내주시고 만나주셔서 고맙습니다. 소개 먼저 부탁드립니다.

"저는 1994년 SBS 프로덕션 공채로 일을 시작했고요, 드라마를 9년 이상 했고 영화를 하고 싶어서 회사를 나왔어요, 영화를 열심히 준비했는데 잘 안 돼서 입봉을 못하고 여러 영화사를 전전하다가, 2006년에 '여자 정혜'를 기획하고 공동 제작을 하게 됐어요. 그 영화도 잘 안 되서 다시 TV연출로 돌아왔어요. 그 뒤에 '썸데이' '남자이야기' 등을 연출했어요."

-중국에도 진출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기회가 있어서 2011년도에 중국에 가서, 후난TV에서 드라마를 두 편 연출했어요."

"그때는 사람들이 일종의 유행같이 중국에 많이 갔어요. 중국 스태프들과 두 편을 하고 계속 일을 해볼까 했었는데 사드가 터졌죠. 한국인이 쫓겨나다시피 한국으로 돌아왔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시즌(seezn) 드라마 '마법을 걸다'를 연출했어요. 작년에 개봉했죠. 당시 예명은 선샤인이었어요."

◆'기브뎀', 500만원으로 시작한 영화…"주장보다는 본질적 고민"

- '기브뎀'은 기묘하고 전개도 특이하고 재밌었어요. '기브뎀'을 하게 된 배경을 말씀해 주시지요.

"영화인 기도모임에서 만난 김혜원 교수가 태아에 대한 책임감을 갖고 있었어요. 500만원으로 만들어보자고 하시더군요. 그런데 하다 보니 제작비만 7천100만원 들었고 시사회와 마케팅 비용까지 하면 7천800만원 정도 들어갔어요. 장비는 부산의 동서대학 장비를 사용했어요. 명동성당에 소속돼 있는 생명 위원회, 평신도 사역자연합회, 온누리교회에서 지원해 주셨고 180여 분의 라이프 키퍼(생명 지킴이)들이 개인 후원을 했어요."

-어떤 메시지를 전하려 하면 자칫 영화가 촌스럽고 재미없는데, 이 영화는 재미있어요. 비법이 있나요?

"실은 제가 드라마를 오래 해왔는데 드라마는 미주알고주알 스토리를 친절하게 전하잖아요. 하지만 저는 직설로 말하는 방식을 재미 없어 하는 편이에요. 예술 영화는 예술적 연출이 필요하지요. 감독들이 메시지를 바로 쏘면 관객이 바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직설적 화법으로 대화에 메시지를 담으면 영화는 재미가 없어져요."

"낙태 반대 운동이라고 네거티브한 캠페인이 벌어지면 실은 효과가 별로 없어요. 아주 긍정적인 캠페인으로 누구든지 생각을 하고 본인이 바뀌면 반대 운동한 거보다 더 큰 효과가 나타나죠."

-배우들과 소통하는 방식이 있을 것 같아요.

"내용에 충실하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오래 하는 편이에요. 배우에 따라서 좀 모자란 사람도 있고 뛰어난 사람도 있지만 어쨌든 제가 가지고 있는 의도를 충분하게 이야기를 해서 잘 전달하면 그게 배우들의 마음속에 심어져서 표현이 되거든요.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좀 필요해요."

-감독님이 작업할 때 어떤 자세를 가진 배우들이 함께 일하기가 좋은지요.

"배우들도 다 개성이 있어서 얘기를 하면 바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고, 질문을 하고 받아들일 때까지 한참 걸리는 사람도 있고, 심지어는 나는 이렇게 해석하는데 왜 그래요 라고 묻는 사람도 있지요. 재밌는 건 내가 써놓은 시나리오라도 배우와 만나서 읽어보고 질문을 받고 다시 생각해보면서 시나리오의 이해도가 깊어져요. 제가 의도하지 않고 직관적으로 써놓은 건데 그 안에 켜켜이 벽이 있는 거예요. 풀어야 될 숙제들도 많이 숨어 있고, 배우, 제작진들이랑 그런 걸 질문을 하고 같이 고민하고 답을 찾는 과정은 즐겁죠."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질문이긴 하지만 영화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되게 어려워요. 솔직히 아직도 잘 모르겠어요. 제가 제대로 된 영화감독인지도 모르겠고."

-너무 겸손하시네요. 시나리오를 직접 쓰셨는데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하셨어요?

"단편은 직설을 하면 다큐멘터리가 돼요. 영화가 끝나고 나서 '뭘 봤지?'라고 계속 되묻게 되는 게 단편의 효과거든요. 시나리오의 발상은 레퍼런스를 좀 찾다가 '벤자민 버튼의 시간을 거꾸로 간다'를 보고 아이디어를 조금 가져왔어요. 늙은 노인이 죽었다가 깨어나서 거꾸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만들어보면 재밌겠다 싶어서 그렇게 시나리오를 썼지요."

-감독님이 어떤 작품을 대표작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기브뎀'이라고 생각하지요."

-마지막으로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시겠습니까?

"예술적으로 접근했지만 깊숙이 들어갈수록 갈등이 많았지요. 여성들의 자기 결정권이라든지 피해에 의해서 어쩔 수 없는 임신이 됐을 때는 어떻게 해야 되냐 등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 1년에 낙태는 한 50만건 정도 되고 올해는 약 28만명 아기가 태어났지요. 이 영화는 주장 보다는 본질적인 고민을 하게 해 줍니다."

-그런 점에서 참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해요, 감독님 앞으로 구체적인 일정은 없으신가요?

"지금 드라마 대본을 쓰고 있고 늘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대 무용과 교수 [사진=본인 제공 ]

◇조기숙 이화여자대학교 무용과 교수는 이대 무용과 발레 전공과 영국 써리대학에서 무용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을 역임했다. 30편 이상의 발레작품을 창작공연하면서 K발레의 미학적 토대를 구축한 안무자이다. 대표작으로는 '그녀가 온다: 여신 서왕모', '그녀가 논다: 여신 항아' 등이 있으며, 무용연구자로서 35편 이상의 논문과 저서가 있다. 그는 춤추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온몸으로 메시지를 던져왔다.

/조기숙 교수 kscho2@ewh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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