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심法] 진심과 거짓의 경계, 사기에 관한 단상


[아이뉴스24 이숙종 기자] 우리나라 범죄통계를 보면 재산범죄 가운데 사기죄의 비율이 상당히 높다. 국가별 평균지능지수 통계의 최상위권을 차지하는 나라이다 보니 다양한 수법의 지능사기가 등장하기도 하고 또 ‘정’의 민족답게 지인의 부탁을 냉정하게 거절하지 못해 당하는 경우도 많다. 사기의 이유를 찾자면 무궁무진하다.

보통 사기죄의 성립요건으로 객관적 요소로는 기망행위, 처분행위, 기망과 처분(착오) 사이의 인과관계를 요구하고 주관적 요소로는 행위자의 편취범의를 요구한다. 쉽게 말해 ‘누군가를 속여 돈을 뜯어내겠다는 심산으로 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이 바로 사기다. 이러한 점은 일반인들도 쉽게 알고 있는 상식이다.

그런데 저 요건을 곰곰이 들여다보면 무언가 생각나는 것이 있다. 바로 종교, 엄밀히 말하면 종교인과 종교단체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거짓으로 치부하고 절대 믿지 않는 어떠한 존재를 상정한 후 대중들에게 이를 광고하고 관련 서비스를 제공한다. 그리고 반대급부로 돈을 취득한다. 다소 도발적이기는 하나, 적어도 객관적 요소의 측면에서 보면 종교는 사기의 구성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그러나 이게 다였다면 종교가 인류의 역사를 관통하여 지금까지 번성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범죄성이 명백할수록 지속가능성은 낮아질 테니 말이다. 이상적인, 아니 그저 평균적인 수준의 종교인이나 종교단체만 하더라도 자신들이 표방하는 신에 대한 믿음이 거짓일 리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렇다면 객관적으로 그들이 모시는 신의 존재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하더라도 이들에게 편취범의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들은 그래서 ‘사기꾼’이 아니라 ‘종교인’인 것이다.

반대로, 종교 활동을 통해 대중들에게 전달하는 메시지와는 달리 이들이 내심으로는 자신들의 신을 부정하거나 그 존재를 진지하게 의심하는 경우라면 이는 전형적인 사기에 해당한다. 신의 존재 및 구원에 관하여 미필적으로라도 대중을 속인 것이고 그것을 이용하여 대중들로부터 경제적 이익을 취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서민 단국대 의대 교수 등을 비롯한 1,600여 명의 사람들이 조국 전 장관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1인당 100만 원씩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조 전 장관이 자신과 가족들에 얽힌 각종 이슈에 관해 거짓말을 하였고, 이 때문에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우울증, 탈모, 알콜중독, 자살충동, 가족불화, 대인기피, 분노조절장애 등에 시달리게 된 사람들이 모여 자신들이 받은 정신적 고통에 관하여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이 소송을 기획하고 소송대리를 맡은 변호사는 착수금으로 원고 1인당 1만 원씩을 받았다고 하며, 이 소송에 참여하는 사람을 1만 명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히기도 했다.

소송이라는 것이 워낙 변수가 많아 결과를 단정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위 손해배상소송은 통상의 법조인이라면 누구나 결과를 장담할 수 있을 정도로 패소가능성이 현저히 높다.

원고들에 따르면 이 소송의 주된 이유는 조 전 장관이 거짓말을 하였다는 사실이지만, 어느 누구에게 본인의 잘못이나 책임을 인정하도록 강요할 수는 없는 노릇이므로 조 전 장관이 실제 거짓말을 했다 하더라도 이를 불법행위로 볼 여지는 없다.

따라서 조 전 장관이 거짓말을 했는지 여부는 정작 이 소송에서 쟁점이 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원고들이 입었다는 정신적 손해가 조 전 장관의 행위로부터 발생하였음을 입증하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사건에 참여한 1,600여 명이 조 전 장관의 불법행위와 이에 따른 손해배상이 가능하다는 것에 얼마나 확신과 믿음이 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이렇게 이중, 삼중으로 쳐진 결계를 뚫고 원고들이 끝내 위자료를 받게 된다면 단언컨대 이는 예수의 부활이나 모세의 기적에 비견될 ‘사건’이 될 것이다.

위 소송이 과연 ‘믿음에 부응한 사례’가 될지 ‘사이비 종교 활동의 단면’을 보여주게 될지 지켜보자.

/남현식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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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현식 변호사는?

대한변호사협회 형사전문 변호사로 현재 법률사무소 삼흥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이숙종 기자(dltnrwh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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