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적격대출, '도시형주택' 안돼…입맛대로 대출해주는 은행들


일부 영업점은 카드 끼워팔기하거나 기존 고객 아니면 적격대출 안된다고 '으름장'

[아이뉴스24 이효정 기자] "저희 수협은행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은 적격대출로 취급을 안하고 있어요. 아파트랑 다세대주택(빌라)만 적격대출이 가능해요. 요즘 도시형생활주택을 많이 짓는다고는 하는데 저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도 아파트와 다세대주택만 위주로 하고 있고, 은행마다 도시형생활주택을 취급 여부는 달라요."

수협은행 영업점 관계자의 말이다. 최장 40년까지 대출이 가능해 내집 마련을 하려는 대출자에게 인기가 높은 주택금융공사(주금공)의 정책금융상품 '적격대출'이 상품을 취급하는 은행에 따라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서는 대출 신청조차 되지 않고 있다.

수협은행은 아예 도시형생활주택 취급을 거절하고 있으며, 다른 은행의 경우에도 막상 영업점에선 기존 고객에게만 적격대출을 실행해주는 등 고객을 가려서 받기도 한다. 적격대출을 판매하면서 신용카드 같은 다른 상품을 끼워팔기도 하는 등 대출자들의 불편이 계속되고 있다.

실수요자들에게 인기가 많은 대출 상품이지만 은행이 자율적으로 공급하기에 대출자들이 은행 입맛에 맞춰 대출을 받아야 하는 실정인 것이다.

은행의 대출 창구 전경 [사진=뉴시스]

◆공급량 늘어나는 도시형생활주택…'적격대출'은 안되고 '보금자리론'은 되고

28일 금융권에 따르면 수협은행 등 일부 은행들이 대출자들에게 적격대출 취급시 도시형생활주택은 대출 실행이 안 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수협은행 관계자는 "'으뜸모기지론', '주택구입자금대출' 등 은행 자체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을 담보로 대출을 할 수 있는 주력 상품이 있고 적격대출의 실수요자가 아파트나 다세대주택이기 때문에 전략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은 적격대출 실행을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제주은행의 경우 본점에서는 원칙적으로 도시형생활주택도 적격대출을 취급한다는 방침이지만, 일부 영업점에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의 취급을 꺼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은행 모 지점 관계자는 "(이번 분기) 적격대출 한도가 소진됐지만 대출이 된다고 해도 도시형생활주택에 대해선 대출이 어렵다"고 말했다.

주택법에 따라 도시형생활주택도 아파트나 다세대주택(빌라)처럼 똑같은 공동주택으로 분류되는데 정작 은행이나 지점에 따라 대출을 취급해주지 않는 것이다.

이에 비해 보금자리론의 경우 도시형생활주택도 대출 신청이 가능하다. 업계 관계자는 "(건축물대장 등) 공부상 주택이면 가능하기 때문에 도시형생활주택도 보금자리론 신청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 부동산시장서 각광받는 도시형생활주택…대출해줄 때 감정비용 많이 나와 '부담'

도시형생활주택은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소규모 가구의 주거난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 아파트형, 다세대주택형, 연립주택형 등으로 나눠져 있어 같은 도시형생활주택이라도 건축물 용도가 다를 수 있다.

천정부지로 가격이 높아진 아파트의 대체재로 여겨지면서 최근 수도권에서 분양한 도시형생활주택의 청약 경쟁률이 수백대 1을 넘어서는 등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발빠른 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규제 완화도 추진하면서 앞으로 공급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5년부터 수도권에 도시형생활주택 37만3천가구가구가 공급됐다.

하지만 정작 주택금융공사가 관리하는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을 통해서는 도시형생활주택을 담보로 대출이 불가능한 은행들이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도시형생활주택의 경우 담보를 평가하기 위해 현장에 가서 감정을 해야 한다"며 "현장 감정을 해야 하는 경우에는 감정비용의 지출이 커져 은행 입장에서는 대출해주고도 손실이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상으로는 도시형생활주택도 대출이 가능한데 은행 자체적으로 모든 고객들을 해줄 수는 것은 아니라서 담보를 보고 판단해서 대출이 실행 가능한지를 본다"고 덧붙였다.

서울의 한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아이뉴스24]

◆ 신용카드 가입 종용에 고객 가려받기도

더욱이 일부 은행들은 적격대출을 취급하면서 고객을 가려받기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에 사는 30대 직장인 A씨는 지난 8월 주택 구입에 앞서 적격대출을 받기 위해 서울의 부산은행 B지점에 문의를 했다가 기존 부산은행 고객만 적격대출을 해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지점의 설명에 이해가 안된 A씨가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겠다고 하자 해당 지점에서는 적격대출을 해주겠다고 말을 바꿨다.

적격대출을 받으려는 고객에게 카드 등 다른 상품 가입을 종용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 주택을 구입한 30대 직장인 C씨는 서울의 우리은행 D지점에서 적격대출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우리는 이걸로 수수료도 얼마 못 받는데, 대신 연회비 1만원짜리 신용카드에 가입해달라"는 권유를 받았다.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은 카드 가입을 해도 우대금리를 받을 수 없지만 은행원의 부탁에 C씨는 결국 신용카드 회원가입 신청서에 사인을 해줬다.

◆ 은행들, 당장 '돈 안되는' 적격대출 취급 꺼리나…금융당국의 대출 총량 규제에 현재는 판매도 '중단'

적격대출이 정책금융상품임에도 대출 취급시 은행 편의대로 할 수 있는 이유는 주금공이 적격대출 판매를 은행 자율에 맡기고 있기 때문이다.

주금공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은행 자체 기준으로 취급하기 때문에 공사가 도시형생활주택을 적격대출로 취급하는지 알 수가 없다"라며 "따로 정보를 받는게 없어서 구체적으로 어떤 은행이 적격대출을 취급할 때 도시형생활주택을 취급하는지, 안하는지도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주금공이 만든 정책금융상품인 적격대출은 주금공과 협약을 맺은 은행, 보험사 등 금융사와 조정해 매분기 은행별로 사전 수요를 조사한 후 대출 한도를 부여하는 방식으로 공급된다. 이후 은행이 고객에게 대출을 내주면 주금공이 대출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에 최근에는 금융당국 가계부채 총량 관리 규제로 적격대출 판매를 하지 않는 은행들도 상당수이기도 하다.

주금공 관계자는 "적격대출은 은행들의 수요에 따라 대출 한도 배정을 해서 시중은행이 자체적으로 판매·관리하는 상품"이라며 "현재 어떤 은행이 상품 공급을 중단했는지도 은행이 따로 공사에 통보하지 않기 때문에 은행별 공급량이나 상품 판매 중단 여부를 주택금융공사가 따로 파악하고 있지 않고, 대출 금리도 상품을 취급하는 금융기관이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 대출을 취급하는 은행 입장에서 적격대출은 소위 말하는 '돈이 되는' 상품이 아니다. 상품 구조상 대출 이자를 은행이 갖는 것이 아니고 주금공으로 귀속된다. 주금공으로부터 대출 취급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고 해도 당장 들어가는 주택 감정비용 등을 바로 보전 받기에는 시간이 걸린다.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을 해줄 때 담보 물건의 감정 평가 비용은 은행이 전액 부담한다"라며 "처음에 적격대출을 실행할 때 은행은 주금공으로부터 대출잔액 기준으로 취급 수수료를 받고 이후 관리 수수료를 받는데 대출액 대비 (1%가 안되는) 0.X% 수준"이라고 말했다.

◆ 적격대출 뭐길래

적격대출은 주금공이 만든 장기고정금리대출 상품이다. 다른 정책금융상품과 다르게 연소득이 일정 기준 이하여야 한다는 소득요건이 없을 뿐 아니라 집값도 9억원 이하인 공부상 주택이면 최대 5억원까지 대출이 가능하다.

집값이 6억원 이하여야 하는 보금자리론보다 대출 문턱이 낮아 요즘같은 금리 인상기에 유리한 편이다. 대출기간은 최장 30년이었는데 지난 7월부터는 청년층과 결혼 7년 이내 신혼부부들은 40년 만기로 가입이 가능해졌다.

정책금융상품이기에 보통 은행이 취급하는 대출 상품처럼 신용카드 가입, 자동이체, 급여 통장 등과 같은 부수거래를 하지 않아도 금리가 모두 똑같이 적용되기 때문에 대출자들이 선호한다. 무주택자 뿐 아니라 일시적 2주택자도 기존주택을 처분하는 조건으로 이용할 수 있다.

유리한 대출 조건에 대출 수요가 높아지면서 올해 공급량도 크게 늘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주택금융공사로부터 받은 '차주 연령대별 정책모기지 공급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까지 적격대출은 4조561억원이 공급돼 지난해 전체 공급실적인 4조2천874억원에 근접했다.

한편 현재 주택금융공사와 협약을 맺어 적격대출을 공급할 수 있는 은행은 경남은행, SC제일은행, 농협은행, 수협은행, 씨티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제주은행이며, 보험권에서는 삼성생명, 흥국생명, 교보생명이다.

/이효정 기자(hyoj@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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