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직급파괴가 능사는 아니다


[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올해 재계 연말 인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는 '직급 파괴'다.

삼성전자는 부사장∙전무 직급을 통합해 부사장 이하 직급 체계를 부사장-상무 2단계로 단순화했다. 내년부터는 약 10년의 '직급별 표준 체류 기간'도 폐지한다.

CJ는 상무대우부터 사장까지 6단계로 운영되던 임원 직급을 내년 1월부터 '경영리더'로 통합시킨다. 벤처·스타트업으로 출발하지 않은 기존 대기업 그룹 가운데 사장급 이하 임원들을 단일 직급으로 운용하는 것은 CJ가 처음이다.

삼성 서초 사옥 전경 [사진=아이뉴스24 DB]

SK그룹도 지난 2019년 8월 임원 직급을 폐지하는 임원 혁신안을 전면 시행하며 기존 부사장, 전무, 상무로 구분됐던 임원 직급을 '부사장'으로 통일했다.

이들 기업은 직위와 호칭체계 개편으로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근속년수보다 성과에 기반한 보상으로 능률을 올린다는 방침이다. 일부 기업은 이같은 제도 개편으로 실리콘밸리식 인사 문화 혁신이 이뤄졌다며 자화자찬하기도 했다.

관건은 개편안 자체가 아니라 결과다. '신상필벌' 평가라고 말하긴 쉽지만 실제로 개개인의 성과와 능력을 평가하는 건 어느 기업이든 어려운 일이다. 누구든 자신의 공은 크고 과는 작다고 생각하기 마련이다.

임원 직급이 통합되면서 보상만 챙기고 책임은 미루는 '리더'들이 늘어날 우려도 있다.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정착됐다고 알려진 인터넷 기업들의 행보는 주목할 만하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잦은 조직개편, 직장 내 괴롭힘, 보상 기준 등이 논란이 되자 공식적으로 없던 임원 제도를 도입했다.

네이버는 2019년 2년 만에 임원 직급을 부활시켰다. 카카오는 올해 창사 이후 처음으로 임원 직급을 만들었다. 이들 기업은 규모가 커지는 만큼 책임경영을 강화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인사제도에 정답은 없다. 다만 단순히 직급을 통합하고 평가 시스템을 바꾼다고 인사 혁신이 이뤄지진 않는다. 공정한 평가 기준, 직원들의 목소리 경청이 담보돼야 한다.

/민혜정 기자(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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