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 "라이더 안전배달제 도입하자"…산업계 "실효성 살펴봐야" [IT돋보기]


보험료 지원 강화, 공제조합 설립 등은 의견 일치…실제 업체 참여 여부는 미지수

[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노동계를 중심으로 라이더(배달기사) 대상 '안전배달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라이더 대상 안전사고가 잇따르면서 시간당 배달 건수를 일정 수준으로 제한하는 대신, 배달비를 인상해 라이더들이 속도 경쟁에 시달리지 않고도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주장이다. 아울러 라이더 대상 보험 체계 개선 등도 함께 거론된다

산업계 역시 라이더의 안전 보장을 위한 인프라가 강화돼야 한다는 점은 공감한다. 다만 시간당 배달 건수 제한 등과 관련해서는 자칫 라이더 부족 현상이 더욱 심해질 수 있다는 이유로 부작용을 우려하는 모습이다.

26일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 주최로 열린 '배달플랫폼 안전배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 [사진=윤선훈 기자]

◆노조 "시간당 배달 건수 제한하자"…업계 "실효성 의문"

안전배달제는 최근 라이더들의 오토바이 사고가 잇따르고 신호위반·속도위반 등이 빈발하면서 라이더들의 안전을 제도적으로 보완해야 한다는 취지로 고안됐다. 라이더들의 시간당 배달 건수를 제한하는 대신 기본 배달비를 인상해 라이더(배달기사)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플랫폼사의 업무교육·안전교육과 라이더들의 유상종합 보험가입을 의무화하자는 것이 골자다. 플랫폼사들의 공제조합 설립을 통한 오토바이 보험료 인하도 주요 내용이다.

노동계는 배달비를 합리화할 경우 안전사고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서비스연맹)이 지난해 12월 라이더 61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설문 참여자의 69.3%가 배달 수수료가 인상될 경우 과속·신호위반 등이 줄어들 것이라고 답했다. 만일 적절한 배달비가 보장된 채 시간당 배달 건수를 제한한다면 전체 응답자의 74.8%가 과속·신호위반 등이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6일 서비스연맹 주최로 열린 '배달플랫폼 안전배달제 도입을 위한 토론회'에서 홍창의 배달플랫폼노조 위원장은 "시간당 배달 건수를 제한하고 적정 배달료를 지급해 최소시급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다만 배달플랫폼 기업에서 배달비를 고객과 음식 업주에게 받아서 지급하는 방식이라 적정한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배달비 인상이 불가피하기에, 이에 대한 공감대 형성과 배달 노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산업계에서는 안전배달제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다. 모든 라이더들이 하나의 플랫폼만을 사용해 주문을 하는 것이 아닌 데다가, 만일 라이더별로 배달 건수가 제한될 경우 자칫 주문이 많이 몰리는 때 라이더 부족이 지금보다 더욱 심해지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현재도 배달업계는 폭증하는 주문 대비 라이더 수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을 치고 있다.

김영규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플랫폼 산업은 노동의 진입이 자유롭고, 라이더들도 본인의 소득을 최대화하고자 하기 때문에 동시에 다수의 플랫폼을 할 경우 건수 제한이 의미가 있을지 의문"이라며 "더욱이 시간당 건수 제한을 한다면 안 그래도 부족한 인력이 더욱 부족해져 기업은 프로모션을 (더욱 강하게) 진행하고 속도전이 이어지면서 라이더들의 안전을 더 위협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짚었다.

한편 또 다른 라이더 관련 노조인 '라이더유니온'도 안전배달제와 비슷한 '안전배달료'를 거론한 바 있다. 지난 25일 열린 '플랫폼노동희망찾기 출범 토론회'에서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배달 노동자 대선 요구안'을 발표하며 안전배달료 도입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웠다. 라이더유니온은 요구안에서 "배달 노동자의 위험운행, 장시간 고강도 노동을 초래하는 원인은 낮은 수수료 문제"라며 "안전배달위원회를 노·사·정이 설립해 안전배달료 관련 논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라이더 안전 증진 공감대는 형성됐지만…개별 업체 참여는 '미지수'

이처럼 일부 세부안에 대해서는 의견차를 나타냈지만, 안전배달제가 라이더들의 안전을 보장하자는 차원에서 논의되는 제도인 만큼 보험 등을 통해 라이더들의 안전망을 전반적으로 촘촘히 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양측 모두 공감했다.

김 실장은 "유상운송책임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라이더 중 89.4%가 보험료 부담 때문에 가입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며 "유상책임은 법적으로 라이더들에게 돼 있지만, 가입률이 낮은 상황이니 플랫폼에 가입하는 조건으로 최소한 유상책임은 가입할 수 있도록 사회적으로 노력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현재 우아한형제들 등 일부 업체에서는 라이더들의 보험료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우아한형제들의 경우 유상종합보험 가입자는 연간 100만원, 유상책임보험 가입자는 연간 50만원을 2년간 제공한다. 김 실장은 "이러한 지원은 수수료 인상 없이 라이더들의 소득상승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며 "신용불량자 등 본인의 소득 공개가 어려운 분들에게도 안전을 제공해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배달플랫폼 업체 중에서는 중소 업체들이 많기 때문에 라이더 보험료를 일부나마 지원해 주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도 많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공제조합 설립에 기업들도 동참해 사회에서 요구하는 보험 상품을 저렴하게 만들고 모든 라이더들이 보험에 가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정부와 업체들이 참여하는 공제조합을 활용해 라이더의 안전 보장을 위한 체계를 구축하자는 주장이다. 마침 지난 20일 고용노동부·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들과 12개 주요 배달 플랫폼들이 공제조합 설립 등을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이 같은 공제조합을 통해 주요 플랫폼 기업은 물론 정부도 라이더 안전망 구축을 위한 지원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다.

변수는 공제조합 설립에 업체들이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서느냐다. 지난 20일 협약식에서 정부와 업체들 간 공제조합과 관련해 의견을 모은 부분은 '공제조합의 설립과 운영 과정 참여를 위한 노력'이었다. 공제조합 설립이 확정된 것은 아닌 셈이다. 더욱이 공제조합이 원활히 구성되려면 참여 업체들이 일정 금액을 제대로 납부해야 하지만, 아직 적자에 시달리는 기업이 절대 다수인 업계 특성상 모든 기업이 적극적으로 공제조합 설립을 위해 나설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김 실장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라이더들의 안전 문제에 대해서는 업계에서도 기본적으로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선도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업체가 있다면 결국 다른 플랫폼 업체들도 따라갈 것으로 보고 있으며 이를 위해 노조에서 많은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 달라고 토론회 때 언급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선훈 기자(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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