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국민통합은 젠더갈등 치유부터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최상국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제20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치러진 선거를 통틀어 가장 적은 표 차이라는 결과가 보여주듯이 어느 때보다 치열한 승부였다. 진보와 보수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양 진영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표 결집에 총력을 기울인 결과다.

대통령 선거가 끝나면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통합은 새 정부에게 늘상 주어지는 해묵은 과제다.

다행히 이번 대선 과정에서는 과거와 달리 지역갈등이 부각되지는 않았다. 동서로 분리된 개표결과는 크게 달라졌다고 보기 힘들지만 선거과정에서 지역갈등을 부추기거나 이슈가 되는 모습은 크게 드러나지 않았다. '586 운동권의 내로남불'이 정권교체론에 힘을 실어주기는 했지만 이념갈등이 과거처럼 극심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오히려 그동안 한국사회를 지배해 왔던 진보와 보수의 구분이 모호해지고 전통적인 진영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현상마저 나타났다.

대신 지금껏 보지 못한 젠더갈등, 특히 ‘이대남’ 이슈가 대통령 선거의 핵심 의제로 등장했다. 그동안 ‘20대의 보수화’라는 모호한 정의에 갇혀 있었던 20대는 정치권에 의해 ‘이대남’으로 규정되고 곧바로 젠더갈등 이슈로 비화됐다.

국민의힘의 ‘이대남’ 전략은 20~30대 전체로 볼 때는 결과적으로 실패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20대 이하 남성 유권자의 58.7%가 윤석열 후보에게 표를 던지고, 반대로 같은 연령대 여성의 58.0%가 이재명 후보에게 투표했다는 출구조사 결과는 극명한 갈등구조를 사실로 드러냈다.

표가 특정 세대에서 성별에 따라 이처럼 뚜렷하게 갈리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이번 대선이 처음이다. 아프지만 규명되지 않은 상처를 드러내는 것은 치유를 위해 꼭 필요한 일이다. 치유를 목적으로 했다면 그렇다. 하지만 오로지 표를 얻기 위해 상처를 더욱 건드려 키웠다면 문제다.

당장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여성가족부 폐지’와 ‘성범죄 무고죄 처벌 강화’ 공약 폐기를 요구하고 나섰다. 단지 득표전략으로 내세운 공약이었다면 철회가 마땅하다. 하지만 윤석열 후보가 선거전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나는 페미니스트"라는 답변을 했다가 국민의힘 선대위가 이를 해명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던 상황을 보면 '이대남'을 강력한 지지기반으로 키워낸 국민의힘이 여가부 폐지 공약을 쉽게 취소할 것 같지는 않다.

한국 사회에서의 성불평등과 젠더 갈등은 어제오늘 생겨난 일이 아니다. 여가부 폐지 공약 하나 철회한다고 봉합될 문제도 아니다. 상처가 깊고 심각한 만큼 법과 제도 외에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문제다. 386이 486을 거쳐 586이 됐듯이 이대남도 삼대남, 사대남을 거쳐 오대남, 육대남이 될 터다. 상처가 더 곪기 전에 본격적으로 상처가 터진 지금이 치료를 시작할 적기 아닐까.

윤 당선인은 24만7천77표 차이로 대통령이 됐다. 2위와 불과 0.73%포인트 차이다. 역대 어느 때보다 국민통합이 절실한 이유다. 윤 당선인은 스스로 드러내고 확연하게 만든 젠더갈등을 치유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

/최상국 기자(skcho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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