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정권교체기 퍼펙트 스톰이 몰려온다


데스크칼럼 [그래픽=조은수 기자]

[아이뉴스24 양창균 기자]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헌정사상 최소의 득표차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이기고 당선됐다. 양당 후보의 표차는 24만7천77표, 0.7%에 불과했다. 윤석열 당선인의 신승(辛勝)이다.

팽팽한 접전으로 승부가 갈려서인지 신·구 권력간 신경전도 치열하다. 문재인대통령과 윤 당선인의 만남이 불과 4시간전에 취소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정권교체기 양측의 신경전은 민망하고 볼썽사납다. 순조롭게 정권교체가 이뤄져 산더미같이 쌓인 현안을 풀고 미래를 대비해도 모자랄 판에 제 식구 챙기기같은 지엽적인 문제에 몰두해 있는 형국이다.

이런 갈등 구조는 미래를 보고 투표한 국민들에게 큰 악재다. 가뜩이나 살얼음판인 경제를 생각하면 더욱 더 그렇다.

현재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 속 경기 침체)의 문턱 앞에 와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한국 경제의 체력이 바닥이 난 상태에서 대외 리스크는 엄청난 뇌관이다.

곳곳에서 이상 징후도 포착되고 있다. 당장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전쟁이다. 신냉전 시대의 포문을 열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중국과 러시아가 연대해 미국과 유럽 체제에 맞서는 형태다. 한반도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한국 정부는 미국·EU(유럽연합)의 제재 수위에 보조를 맞추면서 휘말렸다. 북한도 러시아 시각에서 미국을 비판하고 있다. 이 대립체제는 유럽과 러시아에 국한되지 않고 아시아에서의 미·중 패권경쟁 구도와 연결돼 전(全) 지구적 진영 대립 체제를 형성하고 있다.

'예정된 전쟁'의 저자인 그레이엄 앨리슨(Graham Allison)이 언급한 '투키디데스의 함정(Thucydides Trap)'의 G2(미국·중국) 패권전쟁의 확장판인 셈이다. 이 용어는 투키디데스가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에서 종전 패권 국가인 스파르타와 신흥세력인 아테네의 갈등 구조를 설명하면서 사용했던 개념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미국의 경고에 개의치 않고 침공을 단행한 속내에도 기존 미국과 중국의 국제 질서를 뒤엎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50년 전인 1972년 2월 리처드 닉슨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하면서 굳어진 ‘미국 중심의 국제 질서’를 말이다. 러시아가 중국과 손잡고 미국을 압박해 G2 구도를 깨고 미중러 3국 구도로 틀을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론의 대가인 찰스 킨들버거(C.P.Kindleberger)는 그의 저서 '대공황의 세계 1929~1939'에서 세계 대공황이 발발한 이유를 당시 패권 경쟁을 벌이던 영국과 미국이 모두 글로벌 경제 안정에 필요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결과로 분석했다. 지금 미국과 중국에 이어 러시아까지 끼어든 패권 싸움과 닮은꼴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사태에 따른 글로벌 리스크 파고(波高)는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글로벌 경제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오미크론 변이를 제치고 최대 위험 요인으로 부각된 것도 같은 배경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영향으로 이미 원유를 비롯한 각종 원자재와 곡물 가격이 국제 시장에서 치솟으면서 각국 경제의 주름살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경제 제재 확대에 맞닥뜨린 러시아의 국가 부도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이번 전쟁의 충격파는 더 커질 수 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인 북한 도발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올해 10번째 미사일 도발이자 대선 이후 첫 도발인 신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번 도발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북한은 이르면 이번 주에라도 다시 시험 발사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과 추가 인상 가능성도 한국 경제에 부담요인이다.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과 원화 가치 하락 등 국내 금융시장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한국은행이 추가 금리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어서다. 시장은 대체로 올해 연말 기준금리가 1.75∼2.00%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연내 2∼3 차례 추가로 기준금리가 더 오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달 16일(현지시각)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렸다.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반영한 점도표(dot plot)를 보면, 이번 인상을 포함해 올해 총 7차례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졌다. 위원 중 다수가 올해 말 적정 기준금리를 1.75∼2.00%로 제시했다. 이는 나머지 6차례 회의에서 계속 0.25%포인트씩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대외리스크는 치명적인 부메랑으로 한국 경제에 직격탄을 날릴 조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난달 우리나라 수입물가가 2개월 연속 상승했다. 최근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넘긴 가운데 원·달러 환율도 1천200원대에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국내 물가 상승을 압박할 요인들이다.

미국발 금리인상도 궁극적으로는 한국 경제를 겨누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미국 금리인상의 한국경제 영향과 시사점' 분석을 통해 우리나라 단기 국채금리가 미국 적정 금리상승 폭인 2.04%포인트만큼 올라가면 가계대출 금리는 2.26%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연간 가계대출 이자부담 증가액은 39조7천억원이다. 금융부채가 있는 가구당 이자부담은 340만 원씩 늘어나게 된다.

한국은행은 올해 국내 성장률 전망치를 3.0%, 물가 상승률 예상치를 3.1%로 각각 잡았다.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이 반영되고 수출 악재까지 겹칠 땐 경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 모두 예상치를 벗어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권 교체기의 공백기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퍼펙트 스톰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 될 수 있다. 한가하게 신·구권력이 신경전을 벌일 여유가 없는 이유다.

/양창균 기자(yangck@inews24.com)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