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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알미늄, 미승인 양극박 납품 논란


글로벌 배터리 기업 2곳에 '공급'…안일한 롯데알미늄 "품질 문제 없어"

[아이뉴스24 양호연 기자] 롯데알미늄이 수년간 미승인 양극박(알루미늄박)을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사진=롯데알미늄 ]
롯데알미늄 안산1공장[사진=롯데알미늄 ]

24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알미늄은 승인 받지 않은 기기로 2차전지용 양극박을 생산, 납품했다는 사실을 공식 인정했다. 다만 물량이 많지 않고 승인된 기기로 생산한 양극박과 비교해 품질에 전혀 차이가 없어 고객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해명을 내놨다.

앞서 롯데알미늄은 글로벌 배터리 제조사 4곳과 양극박 납품 계약을 맺고 제품을 생산했으나, 글로벌 배터리 셀업체 2곳에 최근 몇 년간 승인받지 않은 압연·단재기기로 만든 양극박 제품을 납품했다. 승인 받은 압연·단재기기로는 계약 물량을 전부 소화하지 못하자, 거래 업체에 알리지 않은 채 미승인 기기로 생산한 물량을 몰래 끼워 넣어 납품한 것이다.

이 같은 행위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최소 2년 이상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롯데알미늄은 3대의 압연기(51·53·54호)와 단재기(51·53·56호)를 보유하고 있으며 고객사들이 지정한 압연기와 단재기로 제품을 생산해 고객사에 납품한다. A 회사는 압연 51·53호기와 단재 53호기를 승인했다. B 회사는 53·54호기, 단재 56호기를 승인 기기로 정했다. 이처럼 승인 기기를 별도로 두는 것은 같은 양극박이더라도 제품의 모양을 만들고 자르는 과정에서 고객사 기준(특성·기기 제조사)이 각각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롯데알미늄은 지난 2021년 2월 A사에서 승인받지 않은 단재 56호기를 사용해 생산한 양극박을 수 차례 A사 해외 법인에 납품했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미승인 상태인 단재 51호기로 양극박을 생산해 A사에 전달했다. 비슷한 시기에 B사에도 승인받지 않은 단재 51호기로 생산한 양극박을 납품했다.

문제가 된 롯데알미늄의 양극박을 공급 받은 배터리 생산업체 두 곳은 해당 사실을 사전에 알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롯데알미늄의 계약 불이행 문제를 엄중하게 바라보고 있는 상태다.

이번 일로 롯데그룹의 2차전지 사업도 제동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알미늄이 거래업체에 양해를 구하지 않고 이 같은 방식으로 제품을 생산·납품하고 묵인한 만큼 시장 내 신뢰도 타격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롯데그룹은 현재 양극박과 동박, 전해액 유기용매 및 분리막 소재 등 2차전지 핵심 소재의 밸류체인을 구축 중으로, 글로벌 배터리 소재 선도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관련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양극박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2020년 안산공장의 생산라인 증설 작업을 마쳤고, 지난해 1천100억 규모의 헝가리 공장 투자 계획도 밝혔다.

또 롯데알미늄은 양극박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생산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양극박 핵심 원재료인 알루미늄 스트립(AL-Strip)을 국내 및 해외 공장에 올해부터 2027년까지 장기 공급받아 고품질, 고효율의 양극박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12월 조일알미늄과 약 1조400억원 규모의 2차전지용 양극박 원재료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롯데가 양극박 사업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시장 성장성 때문이다. 2차전지 전문 시장조사업체인 SNE리서치에 따르면 전 세계 양극박 수요는 2020년 9만2천 톤(t)에서 2025년에 47만5천 톤으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이번 일로 롯데그룹의 2차전지 핵심소재 강화 사업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롯데알미늄은 이번 일을 인정하며 내부 조사를 벌이는 등 수습에 나서고 있지만, "품질 차이가 없고 고객사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펼치며 안일한 태도를 보이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화재 발생에 민감한 배터리 고객사들이 승인하지 않은 기기로 생산한 소재를 인지하지 못한 채로 납품 받았다는 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관건"이라며 "친환경 전기차 시장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자랑하는 K-배터리의 신뢰성에도 자칫 악재가 될까 염려된다"고 말했다.

/양호연 기자(hy@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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