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기꾼들-3] 카사노바, 애인 5명이 동시에 병문안 오는 바람에


 

사회자에게 지목받은 강목근은 멋쩍은 듯 뒷덜미를 긁적이며 조심스럽게 서두를 꺼냈다.

"저는 홍누님처럼 머리가 좋지 못해서 계획적이진 못하고, 대충 되는대로 하다보니......"

사기꾼이 되었다는 말인가? 여하튼, 턱선이 부드러운데다 하얀 피부여서 선이 더욱 선명해 보이는 전형적인 꽃미남 스타일인 강목근은 다른 사람들의 주목에 익숙한 듯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제가 대학도 못가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몸이 아파 잠시 피씨방 알바를 할 때였습니다. 인터넷채팅으로 한 여자를 만났죠. 그녀는 유치원여교사였습니다. 노가다에 피씨방 알바라고 소개하긴 뭐해서 방송국 직원이라 했어요. 예전에 방송국에서 드라마세트를 제작하는 막노동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지금이라면 어림반푼어치도 없겠지만, 그 당시만 해도 사이버세계에 대한 단속이 소홀해 학력, 직업, 집안 배경 같은 건 얼마든지 위장할 수 있었잖아요?"

문득 그 허술하고 낭만적인 시대가 그립다는 듯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하긴 밀레니엄 초반만해도 여유가 많았다. 정말이지 요즘은 사회가 너무 시스템화 되어 있어 숨이 막힐 것 같다고 다들 느끼고 있는 듯 하다.

"서로 호감을 가지며 만나고 있던 어느 날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죠. 서울대학교 헬스센터에서 운동하고 있다 했더니 그녀가 찾아 왔어요. 당시, 서울대학교 헬스센터는 동네 주민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곳이었지만, 그녀는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것 같았어요. 나는 본의 아니게 서울대학교 출신 방송국 직원이 되었죠. 그런 오해가 싫지만은 않았어요. 서울대학교 출신으로 오해된 때부터 그녀가 더욱 적극적으로 덤벼들었어요. 사소한 일로 돈이 좀 필요하다고 했더니 두 말 않고 빌려주기 시작하더군요. 피씨방 알바도 때려치웠어요. 쉽게 돈 벌 수 있는데, 쿰쿰하고 칙칙한 곳에서 시덥잖은 사람들 시다바리나 할 필요가 뭐 있겠어요?"

"유치원 여교사가 무슨 돈이 있다고?" 홍아리가 빈정거리며 물었다.

"그러니, 한 사람으론 모자랐죠. 박리다매라고나 할까, 품이 좀 많이 들었어요. 같은 방법으로 큰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는 또 다른 여자를 만나기 시작했어요. 그녀들에게 이 구실 저 구실 대어 돈을 빌려서 차도 뽑고 오피스텔도 하나 구했어요. 아무래도 작업의 근거지 확보는 중요하잖아요?

근데, 이상한건 나도 내가 서울대학교 출신 방송국직원이라고 점점 믿게 되었다는 거죠. 그런 사회적 지위에 있는 사람의 말투, 표정, 생활수준을 유지해주니 옛날 막노동판을 전전하던 나를 완전히 잊게 되더라구요. 예전에 알던 사람을 길에서 만났는데, 그런 구질구질한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것이 참 황당하게 생각될 정도였죠.

여자가 돈으로 보이기 시작한 건 그 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별다른 수입원이 없던 저로서는 그 재미나고 짜릿한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많은 여자를 사귀어야 했어요. 저로서는 너무나 쉬운 일이었죠. 길거리를 가다가도 나이트에서 놀다가도 눈에 번쩍 뜨이는 돈, 즉 여자가 나타나면, 바로 작업에 들어갔죠. 실패한 적이 없었어요. 모두 내가 불쌍한 표정을 지으며 어려움에 처해 있음을 호소하면 빚을 내서라도 돈을 마련해 주었죠. 저는 이 여자에게 돈을 얻어 저 여자에게 선물하고, 저 여자에게 돈을 빌려 이 여자랑 놀러 다니고 하면서 줄타기를 했어요."

"들키지는 않고?" 강목근의 이야기가 어린애 장난같이 생각되는 노박사는 미소를 띄우며 물어본다.

"들켰죠. 진짜 허망하게스리. 제가 몇 명인지도 모르는 여자들을 동시에 만나다보니 과로했었나 봐요. 제가 몸이 좀 허약하거든요. 그래서, 노가다를 그만 두고 피씨방 알바를 한 거잖아요. 세네명 정도까지는 괜찮았던 거 같은데, 더 늘어나니 막노동보다 더 피곤하더군요. 그래서, 길 가다가 그냥 쓰러졌어요. 병원에 어떻게 실려갔는지도 모르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경찰이 우루루 와 있더군요. 정말 끔찍했었죠.”

강목근은 문득 그 때의 기분이 느껴졌는지 잠시 부르르 떨었다.

"그 여자들이 내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병문안을 온 거예요. 동시에 5명이. 서로 말을 하다보니 나의 소행이 드러났고, 분에 떨던 그 여자들이 경찰에 신고한 거예요. 전 깨어나자마자 바로 경찰에 끌려가 갖은 신문과 군소리를 듣고 쥐어 박히며 큰 집으로 보내졌어요."

누군가 어떻게 그럴 수가 있었느냐고 묻자, 강목근은 서슴지 않고 대답했다.

"사랑이죠. 저는 맹세코 그녀들을 사랑하였답니다. 그녀들의 사랑을 채워주려다 보니 돈이 많이 필요했어요."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사기도 가지가지로 친다. 자고로 남녀관계에 돈 문제가 개입되면 사랑은 끝이라고 보면 된다. 여자들은 사랑을 붙잡기 위해 돈을 쓰지만, 그런 사랑은 붙잡을 필요가 없다. 돈 얘기가 나온 때라면 사랑은 이미 물 건너 간 거니까.

여자들이여! 사랑에 속고 돈에 울지 말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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