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기꾼들-9] 나쁜 남자의 육보시 사기극


 

엄한 부모님 밑에서 온실속의 화초 같이 세상 물정 모르고 곱게 자란 박순정양(18세). 이제 대학생이 되었는데도 집안의 단속 고삐는 느슨해질 줄을 모른다. 고등학교 시절, 야간 자율학습을 끝내고 친구들과 학교 앞 분식집에서 떡볶이 한 번 먹어보려고 해도 어김없이 데리러 온 아버지 손에 끌려 집으로 갔다.

대학생이 되면 좀 나아지려나 했지만, 신입생환영회에 아버지가 찾아와 버티고 앉은 바람에 친구들에게 망신을 당했다. 생활이 이러니 변변한 친구 하나 없고, 늘 가족과 함께 놀러가거나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강시간에 도서관에서 컴퓨터로 이것저것 자료를 검색하다가 호기심에 인터넷채팅을 하였다. 낯선 사람과 대화하는 것은 난생 처음이었다. 너무 재미있었다. 대화자는 某대기업 전략기획팀 과장 소원희라고 자신을 소개하였고, 순정도 아무 생각없이 자기는 某대학 아동학과 1학년생이라 소개하였다.

그 다음날, 원희는 순정을 찾아 왔다. 40대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영화배우 뺨치는 준수한 외모에 중년의 여유가 느껴지는 자상함, 그리고 과감한 씀씀이와 매너에 철없는 순정은 넘어가지 않을 수 없었다.

순정은 어느 덧 아버지의 눈을 피해 원희 아저씨와 은밀한 데이트까지 즐기게 되었다. 특히, 순정은 불교에 대한 이야기가 좋았다. 불교신자이면서 불교에 대해 상당한 조예가 깊은 아저씨는 순정을 절에 잘 데리고 다녔다. 이제 하루라도 아저씨를 못 보면 잠이 들지 못할 만큼 푹 빠져있던 어느 날......

아저씨가 초라한 행색으로 수염도 깍지 않고 순정을 찾아왔다. 너무 놀란 순정이 무슨 일이냐고 다그치니, 어렵게 말을 꺼내었다. 아저씨는 순정을 너무 사랑하여 결혼하려고 스님을 찾아갔었다 한다. 그런데, 스님의 말이 순정은 전생에 살생을 너무 많이 하여 죄 많은 여인이라, 업보를 다 갚기 전까지는 결혼해선 안 될 여인이라고 만류했다고 한다.

순정은 아저씨의 말이라면 팥으로 메주를 쑨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빠져있었기 때문에 당장 어떻게 하면 업보를 갚을 수 있겠느냐고 물었다. 업보를 갚는 방법은 생각했던 것 보다 간단했다. 순정이 전생에 108명을 살생했기 때문에 108명의 남자에게 육보시를 하면 죄가 없어진다는 것이다.

순정은 아저씨의 고민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자기가 자랑스러웠다. 그 다음날부터 아저씨가 마련해 준 남자와 잠자리를 하였다. 아저씨가 몇 날 몇 일 몇 시에 어느 여관 몇 호실에 가 있으라고 하면서 아저씨가 일러준 대로만 하면 되었다. 세상 물정을 전혀 모르는 순정은 다소 역겨운 일도 있었지만 전생의 업보를 갚는 성스러운 일로만 여기고 정성을 다했다.

육보시 100명을 넘어 선 어느 날, 경찰이 순정을 찾아왔다. 경찰에게서 순정은 믿지 못할 말을 듣게 된다. 아저씨, 아니 소원희는 원조교제를 주선한 자로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구속되어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아저씨는 순정뿐만 아니라, 다른 어린 대학생 유모양, 신모양도 순정에게 접근한 식으로 접근하여 화대를 챙겼는데, 유모양이 현장에서 검거되는 바람에 소원희의 정체가 밝혀졌고, 소원희가 자주 연락한 순정을 피해자로 지목하였다 한다. 소원희는 某대기업 과장까지 지낸 엘리트였으나 공금횡령으로 징역을 살다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전과자라고도 귀띔해 주었다.

순정은 꿈만 같았다. 그토록 다정하고 세련되고 매너있고 자상한 아저씨가 무시무시한 범죄자라니! 아저씨를 위해서 뭐든 다 해 줄 수 있는 게 커다란 기쁨이었는데.......

아직도 얼떨떨하여 뭐가 뭔지 분간이 안 되는 순정 앞에 눈물로 일그러진 엄마, 아빠의 얼굴이 보인다. "한 세상 안 보여주고 고이고이 키우면 될 줄 알았는데!" "균실에서 키웠더니 내 놓자마자 감염됐다!" 통곡하다 기절하기를 반복하는 엄마, 아빠를 보니 그제야 울컥 가슴이 스려진다.

"진짜 당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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