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사기꾼들-14] 내 아파트를 돌리도! - 부동산 사기사건


 

서울 송파의 한 아파트를 매수했던 이순덕 여사(47세)는 법원에서 날라 온 소장을 쥐고 부들부들 떨고 있다.

'소유권이전등기말소청구'라고 따박따박 적혀 있는 소장 상단을 보았을 때만 해도 잘못 전달된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계속 읽어 나가니 석 달 전 자기가 매수했던 아파트의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해 달라는 게 분명했다.

'아니, 돈 받고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기 시작하니 돌려달라고? 기가 막혀서......'

당장 핸드폰 전화번호부를 뒤져 집주인 하영화(52세)에게 전화하였다. 없는 전화번호라고 한다.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소장에 적혀 있는 연락처로 전화하였다. 생전 처음 듣는 목소리의 전 주인은 언성을 높이며 "이게 무슨 짓이냐"며 "당장 말소시키지 않으면 문서위조죄를 비롯 경찰에 고소할 것이며 민사상 손해배상도 감수해야 할 것"이라며 으름장을 놓는다.

산전수전 다 겪은 순덕도 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팔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왜 딴 소리냐?"고 따지며 말을 섞다가, 문득 이상하다는 느낌이 들어 만나서 이야기 하자고 하였다.

약속장소에 나간 순덕은 영화를 보고 깜짝 놀랬다. 약속장소에 있는 영화는 자기랑 계약한 전 주인이 아니었다.

머리가 띠잉~ '어떡하면 좋지?'

넉 달 전, 송파의 오래된 아파트가 재개발 승인이 임박했다는 정보를 입수한 순덕은 인근 부동산 일대에 아파트 매수 의뢰를 했다. 재개발이 임박한 아파트는 워낙 투자가치가 높아 매물이 있을 리 만무했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자기 몫도 있으려니 생각하고 무던히 기다리고 있었는데, oo부동산에서 연락이 났다. 마침 현금이 급한 매도인이 있어 매물이 나왔다고 빨리 오라고 하였다.

먹던 밥숟가락도 던지고 달려갔다. 매도인은 사정이 있어 급하게 내 놓는다며 현금이 되면 좋은 가격에 사라고 하였다. 현재 세입자는 재개발이 될 때까지만 살기로 했으니 임대차에 대한 불편을 없을 것이라 하였다.

순덕은 매도인과 함께 아파트로 갔다. 매도인이 세입자에게 '사정이 있어 집을 팔게 되었다'며, '계약대로 재개발까지 사는 건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안심시켰다. 매도인이 잠시 자리를 비운 틈을 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확인하였다. 매도인이 얘기 했던 금액이랑 맞았다.

등기부등본을 떼보니 저당도 없었다. 등기부등본과 매도인의 신분증을 일일이 대조해 보고 난 뒤, 마지막으로 가계약금 500만원은 은행통장으로 입금하겠다고 했다. 금융실명제에 따라 은행에서 본인 확인을 하기 때문에 통장확인은 필수적이다. 매도인이 적어주는 계좌번호로 입금하고 확인전화까지 받았다. 투자가치가 높은 아파트를 5천만원이나 싸게 샀으니 역시 자기 운발은 못 말린다고 생각하며 화색을 돌렸다.

현금이 몹시 급하다고 하여, 다음날 바로 계약금과 중도금을 합하여 2억 5천만원을 주었다. 그리고, 열흘 뒤 잔금을 치르고 등기권리증을 비롯한 부동산등기에 필요한 일체의 서류를 넘겨받았다.

그런데......

순덕이 산 아파트가 재개발 승인이 나서 벌써 평당 100만원이 올랐다는 신문기사를 읽고 밀려오는 뿌듯함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는 데, 이런 소장을 받게 된 것이다.

영화와 이야기를 나눠 본 후, 세입자와 그 매도인이라는 작자가 짜고 벌인 사기극이라는 걸 간파하고 아파트에 쳐들어갔다. 하지만, 열발도 넘게 늦었다. 이들은 이미 사라졌고 먼지만 뒹굴고 있었다.

이 사기꾼들은 재개발이 임박한 낡은 아파트는 집주인이 멀리 살아 자주 들락거리지도 않고, 매매가가 고가라는 점을 이용해 치밀한 사기극을 벌였다. 보증금 천만원에 월세 100만원인 그 아파트를 영화와 계약한 뒤, 가족이 모두 살림살이까지 들여와 살았다.

집주인과 계약할 때 집주인의 인적사항과 은행계좌번호를 알아낸 뒤, 아파트를 매매하는데 필요한 등기권리증과 신분증을 모두 위조하여 집주인 행세를 한 것이다. 영화에게는 너무 바빠 월세 챙기기가 힘들다며 5개월치 월세를 한 번에 주겠다고 하고 순덕에게 가계약금 500만원을 은행통장으로 부치게 하는 용의주도면서도 대담무쌍한 이 사기꾼들!

살고 있는 세입자와 면식이 있으며, 등기권리증과 주인명의의 은행계좌까지 들이대는 이 사기꾼들을 어찌 당할 수 있으랴!

3개월이나 지났으니 매매대금으로 지급한 수표도 현금으로 찾아간 뒤였다. 부동산중개인인 번영부동산을 추궁하였지만, 등기권리증까지 위조하여 주인행세 하는 데 중개인도 당할 도리가 없다며 오리발을 내민다. 자기만 당하기 억울하다며 소송 중에 법원에 하소연도 해 보았지만, 법원은 그 아파트에 대한 권리는 영화에게 있다고 하고, 부동산중개인도 업무상과실이 입증되지 않아 손해배상의무가 없다고 한다.

순덕은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콘텐츠 제공= '인터넷 법률시장' 로마켓(http://www.lawmark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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