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파 하늘정보 CEO](4) SI업체에서 B2B 솔루션업체로의 변신


 

전직장에서 받은 퇴직금과 친구가 대준 돈을 합해서 5천만원으로 95년 4

월 시작한 사업체가 바로 '하늘정보' 였다. 나와 또 다른 개발자 그리고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여직원. 총 3명이 전부였던 시절, 당연히 나는 대

표 역할뿐 아니라 영업의 최일선, 개발 일까지 1인 3역을 수행해야 했다.

남의 사무실 한 켠에, 책상 세 개에 전화기 달랑 한 대. 그렇게 하늘정보

는 시작됐다.

계약의 첫 테이프를 끊고

막상 시작하고 나니 사무실 유지비, 공과금, 접대비, 그리고 급여 등등 고

스란히 회사에 돈을 쏟아 붓는 시점이었다. 돈을 받고서만 일하다가 막상

회사를 운영해보니 이래저래 지출은 계속되는데 수입은 없었다.

상여금을 지급하기로 한 6월이 됐다. 회사 돈은 고사하고 수중에 돈이라고

는 구경조차 할 수 없었다. 없는 판에 무슨 상여금인가 생각하다가, 고민

끝에 친구에게 빚을 내어 우선 직원 상여금을 지급했다. 맘을 곱게 쓰면

일이 잘된다고, 그러고 나니 바로 다음 주에 80만원짜리 계약이 성사됐

다. 그 일로 나는 "정말, 사람이 베풀고 살면, 언젠가는 돌아오는 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비록 작은 규모의 계약이지만 첫 테이프를 끊는다는 기

분은 나를 달뜨게 만들었다. 그날밤 야릇한 흥분으로 잠을 설친 기억이 난

다.

기반을 잡아가는 시기

이후 전 직장에서 근무하다가 알게 된 미도파 백화점의 담당자가 ARS 시스

템 구축업무를 맡고 10월 마침내 계약을 체결하면서 회사는 차츰 체계를

잡아갔다. 하나 둘씩 레퍼런스가 쌓여가면서, 영업도 활기를 띠기 시작했

다.

한화유통, 풀무원의 신용판매 관리 시스템에서 동아백화점의 영업/구매/발

주/재고 시스템 관리, 제일제당의 외식사업본부시스템, 한국통신의 인사급

여관리 시스템. 그리고, 금융관련 시스템에서도 외환은행의 리스크 관리

시스템, 농협의 카드 시스템, 하나은행의 CRM 시스템 구축, 제일투자신탁

의 종합자산관리 등. 금융과, 유통, 신용판매 부문에 이르기까지 SI 부문

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아갔다.

나름대로 기반이 잡혀가는 회사를 보며 나름대로 뿌듯해하면서도 내 맘 속

에 하나의 생각이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회사를 설립한 지 만 4년 되는 1999년.

상당한 레퍼런스 사이트를 구축하고, 어느 새 직원수도 30명이 넘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다. 4년이라는 짧지 않은 동안 숱하게 구축해

온 시스템들의 거의 대부분은 ‘하늘정보’의 이름이 아닌, 하청업체로서

작업한 것들 뿐이었다. 물론 회사의 매출이 상승세였고, 어느 정도 궤도

에 이른 상태이긴 하지만, ‘뭔가 변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서, 큰 변신을 시도하지 않으면, 영원히 SI부문에서는 대기업의 하청업체

로 밖에 남지 못한다는 불안감이 그것이다.

SI 하청업체에서 껍질을 벗으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뭔가 독자적인 제품을 만들

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BM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 그때 가장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서비스는 다름 아닌 쇼핑몰이었다. 그 당시만

해도 쇼핑몰업체는 1천500개가 넘어선 상태에서, 하루에도 몇 개씩 새로

운 사이트가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당시 1천500 개가 넘을 정도로 쇼핑몰 업체가 범람했지만 현상

유지가 가능할 정도로 매출이 나오고 있는 곳은 대기업 계열의 대형 쇼핑몰

과 몇몇 전문 쇼핑몰업체뿐이었다.

중소업체들은 적자에 허덕이고 있었다. 쇼핑몰업체의 특성상 상품을 발

굴, 제조/공급업체와 협의, 카탈로그로 제작하고, 판매하며, 배송하는 일

련의 서비스를 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쇼핑몰 서비스를 대행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

자들이 많이 이용하는 상품을 발굴, 이를 전자 카탈로그로 제작하고, 이

카탈로그를 필요로 하는 업체가 다운로드 형식으로 쓸 수 있도록 한다면,

많은 쇼핑몰업체들에게 한층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Hi-PIS의 탄생

이런 컨셉으로 탄생한 것이 ‘Hi-PIS (Product Information System 상

품정보 제공 서비스)’ 라는 전자 카탈로그 서비스이다. 이를 위해 우리

는 상품유통과 관련한 전문인력들을 영입, T/F팀을 구성하고‘상품정보 구

축, 제공 및 장치’의 형태로 특허출원을 신청했다.

다행히 우리의 BM은 사업성을 인정받아, 국민창투와 대신개발금융으로부

터 16억원의 투자유치를 받을 수 있었다. 확보된 사업자본으로 T/F 팀을

구성하고 쇼핑몰업체의 현황 및 흐름을 파악했다. 하루에도 수 십 곳의 쇼

핑몰업체를 직접 방문해, 담당자와 면담하며, 쇼핑몰업체들이 가장 원하

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분석했다.

우리는 제조/유통업체들을 중심으로 1만5천 여 건의 신상품 정보를 수집하

고,‘전자 카탈로그' 제작에 들어갔다. 우리는 특히, 기존의 평면적인 이

미지만 제공하던 상품정보에서 한단계 뛰어넘어 2D, 3D, 줌인/아웃 형태

로 볼 수 있도록 자체 촬영을 했다. 근 9개월간의 작업 끝에 마침내 Hi-

PIS는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처음 시장분석을 위해 방문했던 쇼핑몰업체를 중심으로, 사이트 홍보를 적

극적으로 추진하고, 제품설명회도 꾸준하게 펼쳤다. 때마침, 매체에서

도 '전자 카탈로그' 서비스에 관심을 보이면서, Hi-PIS가 서서히 주목을

받게 되었다.

이제는 Hi-PIS 서비스를 이용하는 쇼핑몰 업체 수가 50개로 늘어났으며,

한 달에 수 억원을 투입해야 했던 것에 비해, 현재는 1천만원 이상의 매출

을 올리면서, 조금씩 상승기류를 타고 있는 중이다. Hi-PIS는 지금은 상

품 카탈로그뿐만 아니라, 쇼핑몰 구축 서비스까지도 제공하고 있다.

계속적인 독자적인 솔루션 개발

가장 많은 인력과 비용들을 투입해야 했던 Hi-PIS 가 정식 오픈할 즈음

인, 2000년 중반, 우리는 함께 개발하고 있던 경매/ 역경매 /공동구매 /

전자입찰을 위한 B2B 솔루션 ‘Hi-Auction' 도 함께 선보였다. 이때 IT

업계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B2B였으며, 업체마다 관련 솔루션을 개발하고

자, 너도나도 덤벼드는 상황이었다.

이에 우리는 발빠르게 출시한 Hi-Auction 이 B2B 시장의 주목을 끌게 되

면서, 두 곳의 마켓플레이스 업체와 계약을 하는 등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

다. 이와 함께 인터넷 로딩타임을 이용한 광고프로그램인 Hi-SPOT’까지

개발을 끝냈다.

2000년 9월, '하늘정보’는 명실공히 작은 SI업체에서, 독자적인 제품을

보유한 B2B 솔루션업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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