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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승찬] VoIP, 그 미래를 준비한다(2)


 

II. 기술동향

앞 장에서는 VoIP에 접근하는 몇 가지 관점을 제안했다. 그 중 하나가 VoIP

란 데이터와 음성 통신 서비스가 수렴되는 과정에서 ‘새롭게 발아하는 통

신 서비스 산업’이란 시각이다. 이것은 다분히 주관적이다. 논리적으로 규

명하지 못한 필자의 시각이란 말이다.

이번 장의 제목은 VoIP의 기술동향으로 거론되는 기술이나 표준이 '무엇

(what)이다’를 설명하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들을 바라보는 하나의

생각(a way of thinking)으로 필자의 견해를 제시하려 한다.

1. VoIP 관련 표준

먼저 잘 정리된 VoIP 관련 표준의 흐름을 보자.*

위의 그림은 IP 네트워크 상에서 음성을 포함한 통신 서비스를 처리하는

VoIP와 관련된 기술적 표준들이다. 우선 이해가 어렵다. 또한 이것을 잘 이

해할 수 있는 엔지니어일지라도 '어떻게'는 차치하더라도 '언제' '어디에'

적용해야 할 지 막막할 것이다.

출발은 이해에서 시작된다. 각각의 논리와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관심을 갖

는 많은 사람들이 개개인의 노력과 시간을 투여하면 성취할 수 있을 것이

다. 더구나 VoIP를 소개하는 거의 모든 활자들이 '무엇이다'를 소개하는데

쓰여지고 있는 실정이므로. 그러면 이해를 전제로 다음의 질문에는 어떻게

대처하고 준비해야 할까? ‘언제’ ‘어디에’ ‘어떻게’

‘QWERTY’방식의 자판(key board)은 오늘날 거의 모든 컴퓨터 앞에 놓여

있다. 자판의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인 셈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능이 좋지 않았던 초기 타자기의 키 얽힘을 방지하기 위해 타자속도가 느

려지도록 의도적으로 설계된 배열이었다.

그러나 QWERTY 배열에 익숙해진 타자수가 그 자판을 계속해서 요구하면서

현재 보편적 자판으로 자리 잡았다. 기술적으로 우수하지 않은, 또는 저급

한 설계가 시장에서 성공한 예는 많다. 정보통신에서는 이러한 예외가 적용

되지 않는 것일까?

현재 VoIP에서 가장 많이 채택되고 있는 H.323은 어떤 결과를 낳을 지 궁금

하지 않을 수 없다. 무거운 스택, 복잡한 호 설정, 불안정한 상호 운용성

등 현재까지 드러난 문제점들이 향후 어떤 변화를 가져 오게 될까? SIP나

MGCP 등 대안적 표준들이 자리를 잡기 전에 QWERTY 자판을 이용했던 타자수

들과 같은 H.323 이용자가 경제적 임계수치(critical mass) 넘어서면 어떻

게 되는가?

그러면 H.323은 QWERTY 자판의 지위를 얻을 수 있을까? 표준을 설명하는

그 어떤 글에서도 이러한 문제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표준이라는

것이 기술적 또는 공학적 문제라면 틀림없이 결론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 것

인데도 말이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는 말이 있다. NGN이 '무엇인가'를 이해하

는 것 만큼이나 NGN이 '무엇을 바라는 것인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계가 불분명하지만 수렴되어 가는 '과정'이라는 점 또한 잊지 말아야 할

일이다. 정해진 길을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달려 갈 수 있는 기차를 생각하

면, 비틀비틀 거리며 서울로 향하는 길이란 멀고도 험할 것이다. 그러나 아

무 것도 결정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질서에 바탕을 둔 지식은 쓸모 없을

때가 많다*는 사실을 음미해 보아야 할 것이다.

2. 거대 서비스 사업자와 장비 사업자

서비스 사업자와 장비 사업자는 VoIP 산업을 이끄는 쌍두마차의 두 바퀴이

다. 이들에게 서비스는 물이요, 음식이요, 생명이다. 선점하면 성공한다는

인터넷 사업의 공식은 이들에게도 유효하다. 선점하면 VoIP 산업 내 소수

의 지배 사업자의 위치를 확보할 확률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NGN으로 향하는 과정에서 VoIP는 최종 이용자에게 전달될 수 있는 구체적

서비스를 생산하는데 매우 유용하다. 두 개의 거대 세력은 그들의 신진대사

를 위하여 VoIP 서비스를 선점하려 혈안들이다.

이것은 시나리오가 아니다. 현실이다. 그들은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

에 질서를 부여하고 있는 것이다. VoIP의 미래는 이들의 역학에 따라 부유

해 갈 것이다. VoIP와 관련 하여 여러 일에 종사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당

신이 하고 있는 일의 미래를 선택할 것인가 선택 당할 것인가?’라고 묻는

다면 어찌 답변을 할까?

표준과 서비스 사업자, 그리고 장비 사업자. 이들 세 요소가 만들어 가고

있는 VoIP 세계는 지금 VoIP와 씨름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미래, 그들

의 VoIP와 어떤 관련을 갖을까?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종합, 추론해 VoIP가 변해갈 방향과 키워드

를 아래의 그림과 같이 정리해 보자. 위의 세 요소가 지향하는 방향과 다르

지 않은 것이다.

다른 것이 있다면 움직임을 이끄는 동인을 달리 보고 사용한다는 것이다.

VoIP산업에서 공진화(co-evolution) 규범인 개방성(openness), 단위 확장성

(scalability), 그리고 상호 운용성(interoperability)을 거대 사업자는

전략적으로 활용한다.*

시스코, 루슨트, 노텔, 인텔, 3Com, 여기에 최근에 급부상한 Clarent까지,

이들 사업자가 출시한 게이트웨이와 게이트키퍼를 위의 기준으로 들여다 보

면 어느 것 하나 만족시키지 못한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불과 2년 전 제품이 출시될 시점에 발표된 자료를 보면 서비스를 위해 얼마

나 많은 점이 결여되어 있는지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서비스 사업자는 그 장비를 구매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AT&T, BT가

VoIP 사업을 발표한 지 몇 년이 흘렀지만 그들은 지금도 준비하고 있는데

말이다. 장비 사업자와 서비스 사업자의 경제적 이해관계를 조율하면서.

ETRI에서 펴낸 VoIP 관련 보고서의 짧은 서론에는 이렇게 적혀 있다.

"국내 VoPN(voice over packet network) 시장의 상당 부분이 경쟁력을

갖춘 국외업체의 장비가 점유하고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 되

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국내 장비업체들

의 경쟁력 제고만이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한다.”

표준과 장비, 이것들은 서비스를 준비하는 요소일 뿐이다. VoIP 산업의 모

든 비용은 최종 이용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그 이용자와 대면하는 서비스

를 이해하지 않고는 국외 업체의 장비 평가도 국내 장비업체의 육성도 요원

한 일일 것이다.

/나승찬 트랜스넷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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