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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환의 검색 문명 유람기]지식과 검색, '호모 서치언'의 시대


지식형 인간과 검색형 인간

일본 여행을 혼자서 떠난다.

가이드 없이 렌트카 여행을 계획하지만 겁나는 것이 그다지 없다. 인터넷에서 동경의 하네다 공항 근처에 있는 렌트카 영업소를 찾아내서 예약을 한다. 후지산이 보고 싶었기 때문에 '후지산 여행'을 검색, 여행을 다녀왔던 사람들의 후기를 찾아서 대강의 상황을 시뮬레이션해 본다.

블로그를 읽다 보니 가까운 일본에서는 핸드폰의 자동로밍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핸드폰 예약을 해둔다.

여러 개의 블로그를 짜깁기해서 이번 여행에서 사용할 여행 정보지를 두둑하게 출력한다. 일본의 온천 중 특색이 있는 해변가 온천을 찾아서 '아타미'라는 도시를 찾아내 호텔리스트도 출력해 놓는다.

실제의 여행에서는 계획보다 더 흥미로운 것이 나타나서 일정을 순간적으로 바꾸어 가며 자유롭게 지내다가 온다. 일본에 대한 지식과 여행에 대해서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에 있었고, 인터넷 정보는 훌륭한 가이드역할을 해준 것이다.

정보와 지식, 그리고 다른 사람들의 경험이나 평가들이 인터넷에 풍부하게 있고, 앞으로도 계속 다양한 지식들이 더 늘어날 것이고, 독특한 분야의 글들이 생겨나게 되고, 이들의 검색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식형 인간은 아마도 사실과 사건을 기억하고 그것을 종합해서 좀 더 알고 있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다. '지식형 인간'을 검색해 보니 '지식형 인간 (Make Your Own Knowledge)'이라는 책이 걸러져 나온다. 이 책의 서평인 듯한 글에서는 '지식 또한 나눌수록 그 가치와 쓰임새가 더욱 커진다. 그래서 지식을 교류할 수 있는 다양한 지식공동체를 만들어 지식이 물처럼 흐르게 하라고 말한다'가 눈에 띈다.

내친김에 '검색형 인간'을 검색해 보니 '호모 서치언(Homo Searchian, 검색형 인간)'이 발견되고, '회사 업무, 학교 숙제는 물론이거니와 쇼핑, 맛집 찾기 같은 일상생활을 하는 과정에서도 인터넷 검색을 통해 지식을 얻는 게 일상화된 사람들을 일컫는 표현'이라고 정의되어 있다. 검색형 인간은 필요한 사실과 사건을 기억하려 하지 않고, 원할 때 찾아내어 조합해서 사용하고는 잊어버린다. 또 다른 새로운 것이 필요할 때에는 그것을 찾아서 조합하고 사용하면 그만이다.

인터넷 정보검색이 일반화되고 많은 사람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지식을 얻어가는 편리한 세상인 요즘, 이러한 현상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도 있는 것 같다. 그것은 바로 '지식의 단편화(斷片化, Fragmentation)'이다. '지식의 단편화'로 검색을 해보면, 부정적인 문맥에서 주로 나타난다. 검색순위 1등이 '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라는 책 검색결과가 나왔다.

클릭해서 책 본문의 내용을 읽어보니 고민해야 할 결론이 그대로 적혀져 있다. '지식의 대팽창을 통제하려면 그것을 단순화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이용가능한 지식이 넓고 다양해지며 얇아질 수 밖에 없는 것은 우리 문명의 당연한 현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다', '단순화하더라도 그 실질적인 내용을 간과하지 않고 에센스 부분을 추출하여 종합화하라는 말이다'...

'단편화(斷片化, Fragmentation)'에 대하여 위키백과에서는 '기억 장치의 빈 공간 또는 자료가 여러 개의 조각으로 나뉘는 현상을 말한다. 이 현상은 기억장치의 사용 가능한 공간을 줄이거나, 읽기와 쓰기의 수행속도를 늦추는 문제점을 야기한다'는 의미의 컴퓨터 분야 전문용어로 정의되어 있다.

지식과 사고의 단편화로 인해서 경험하게 되는 문제점이 분명히 자주 나타나는 것 같다. 일본 여행의 경우에서도 일본의 전국시대에 후지산의 주변에서 일어났던 '다케다 신겐과 우에스기 겐신'의 결투 장소를 놓쳐버렸었다. 아타미성에서 동상을 몇개 봤었지만, 그 사람들이 어떠한 배경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는 없었다. 그런들 어떠하리. 단지 여행을 갔었던 것이고, 일본 사람들의 삶을 구경해보고 싶었던 것이었으니, 아쉬움은 없었다. 다음에 또 가게 되면, 역사 기행을 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어디 가봐야 하는 곳이 일본 뿐은 아니니까...

이제는 검색을 통해 대부분의 단어와 그 의미들을 쉽게 찾아낼 수 있는 시대이다. '맥켄지는 일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책에서 비슷한 구절이 있다. '아는바 없다는 말을 인정하지 말라'라는 원칙이다. 회의 시간에 '모르겠는데요', '처음 들어본 것입니다'라는 말이 무성의로 인정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회의 30분 전에 회의 아젠다와 더불어 이야기에서 언급될 만한 단어들을 공유하면, 그것만으로도 회의의 분위기가 훨씬 풍성해질 수 있을 것이다. 대학교의 수업시간에도 이렇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주 강의할 내용은 컴퓨터에서 글자를 다루는 방법에 대한 것이니까, '완성형, 조합형, KS5601, Big5, EUCKR, UTF8, UTF16, UNICODE'를 검색해보고 수업에 들어오세요."

최근에는 주변의 사람들이 휴대폰에서 인터넷 사이트를 서핑할 수 있는 인터넷 풀브라우징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 무엇보다도 정보검색을 필요로 하고 있었다. 앞으로는 여행정보를 인쇄해서 들고 다니지 않고, 바로 그 자리에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될 것이다. 모바일 검색은 작은 화면과 글자 입력의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무엇인가 특별한 분야일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 결국은 WVGA LCD의 풀브라우징 기능 앞에 무릎을 꿇은 것이다. 들고 다니는 인터넷은 검색형 인간의 지식에 항상성을 부여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지식 자체로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서, 지식형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 검색형 인간으로 적응하여야 한다. 누구나 쉽게 지식을 공급받을 수 있기는 하지만 그것이 단편적으로 수집된 지식임을 인지하여야 한다. 단편적 지식들로부터 통찰력(insight)을 가지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아마도 자신에게 이미 내재화되어 있는 상황 모델(case)이 아닐까 싶다. 레스토랑에서의 경험, 프로젝트와 연애 시절의 경험 등 다양한 상황 모델이 상상 가능하다. 확실하게 이해하고 있고, 생각 이전에 직관적으로 판단이 될 수 있는 자신만의 상황 모델을 여러가지 가지고 있다면, 부족한 정보를 가지고도 판단에 적용할 수 있는 것이다.

자신이 현재까지 보유한 지식이 부족할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결정해나가는 새로운 시대이다. 어차피 상대방의 지식도 단편적인데, 무엇이 두렵겠는가…

/조영환 모란소프트 대표 column_yhwa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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