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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문영의 IT생각] 잃어버린 광장


정부가 진정 건설해야 할 것은 '광장'

한때 TV 하나 앞에 온동네 마을사람들이 평상 가득 모여 앉아 여름밤을 지새던 시절이 있었다. TV드라마를 보며 ‘각각’ 웃는 것이 아니라 ‘함께’ 웃고 울었다. 아침마다 집집에 신문이 배달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알 수 없던 시절. 아침 신문기사는 어른부터 아이까지 함께 공유되었다.

어느 한때, 신문을 대신해서 붙은 대학 도서관앞 대자보가 전교생의 가슴과 가슴을 불타오르게 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 시대는 대부분 ‘나’보다 ‘우리’가 더 소중했고, 대개의 우리는 비슷한 생각과 감정으로 만났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 당시의 광장이라고 할 미디어가 공유되었기 때문이다.

‘Public Sphere’라고 불리는 이 미디어의 광장에서 우리는 비슷한 생각과 감정을 갖고 토론도 가능했다. 그러나, 때로 이 단순한 광장은 대중을 한방향으로 유도하고 이끌기 쉬운 도구였다.

63빌딩이 물에 차는 가상화면에 놀라 울끈불끈해서 평화의 댐을 만들기 위해 돼지저금통을 들고 나왔고, 기자의 한마디에 장관 목이 댕강 날아가는 시절이었다. 비교할만한 수단이 없던 시절, 일부 선각자들의 목소리가 거의 듣기조차 힘들던 시절, 일부 광장은 독선과 권력의 위세를 부리기도 했다.

다시 광장을 기다린다

그러나, 지금은 이른바 다매체의 시대. 신문을 보는 아버지와 PC를 보는 아들, TV를 보는 엄마와 케이블만화에 빠진 아이, 각자의 미디어 시대다. 아들은 아버지가 아는 것을 알지 못하고, 아버지는 아들이 아는 것을 알지 못한다.

마음에 드는 블로그만 찾아다니는 사람들, 마음에 맞는 이야기만 듣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이제는 한 집안에서도 식사하는 자리마저 대화가 없다. 집안의 광장인 거실과 식탁은 비어있다. 가족마저 한자리에 모이기 힘든 시대. 각각의 TV와 각각의 휴대폰, 각각의 계정을 갖고 각각의 사이트를 들여다 보는 시대다.

가정이 그럴진대, 사회는 오죽하랴.

이 정부는 친미디어정책(Press Friendly)라면서, 게다가 인터넷 포털도 언론이라 규제해야 된다면서, 왜 대통령은 인터넷과 프렌들리하지 않았던 것일까? 아침이면 온갖 언론을 열람했을 높은 곳의 사람들. 그러나 그 언론은 여전히 신문, TV, 라디오, 잡지. 그들만의 미디어. 그러니 인터넷에서 아무리 서명을 하고 외쳐도 소용없었다. 지친 네티즌들은 결국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아 나섰고, 그 광장에 수백만 인파가 모여 수개월 동안 외쳤던 것이다. 대화하자고… 소통 좀 하자고…

정부가 건설해야 하는 것은 주택과 도로 뿐만이 아니다. 이 단절과 소외를 뛰어 넘을 광장을 건설해야 한다. 파란 잔디가 깔린 서울시청앞 광장. 그 광장만 광장이 아니다. 누구나 참여하고 어떤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 광장이다.

기술은 새로운 미디어를 탄생시켰고, 다매체 시대는 다시 세대와 계층을 가르고 있다. 각각의 미디어에서 길러진 주장과 시각들은 자기논리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도, 보는 만큼 안다는 말도 말이 된다. 각자의 미디어에 갇힌 사회를 한데 모을 비전이 필요하다.

사회적 통합이라는 이름으로 묶어낼 이 광장은 솔직한 반성의 바닥돌, 겸허한 믿음의 잔디, 실천적 비전의 비둘기가 날고 있어야 한다. 광장을 기다린다.

/임문영iMBC 미디어센터장(column_moon0@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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