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기쉬운 과학속으로]지구의 역사책을 쓰는 연대측정


얼마 전 교육방송과 문화방송에서 한반도에서 살았던 공룡에 대한 다큐멘터리 영화가 제작되어 성황리에 방영된 바 있다. 공룡에 대해 열광하는 어린이들뿐만 아니라 일반 대중에게도 꽤나 화제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해안에서 공룡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이래 한반도의 공룡은 아이들만의 판타지를 벗어나 세간의 관심을 끌고 있다. 흔히 공룡들은 중생대 쥬라기-백악기에 번성했고 갑자기 멸종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그들이 살았던 정확한 시대나 멸종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부분들이 많다.

과거부터 지구나 우주의 정확한 생성 시기는 많은 사람들의 관심의 대상이었다. 자연 과학자들뿐만 아니라 신앙인, 철학자, 소설가 등 일반인들 또한 현재가 아닌 과거의 일어난 현상에 대한 정확한 시기를 알고 싶어 한다.

지구가 탄생한 이후 여러 가지 지질학적 현상-화산활동, 대륙과 대양의 형성 등은 최근까지 끊임없이 이어져 왔다. 과거에 일어났던 이러한 현상들은 현재 인류가 살아가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즉 인류가 사용하는 여러 지하자원의 생성이나, 기후 변화 등은 모두 과거에 일어났던 지질학적 현상과 밀접히 관련되어 있다. 지질학적 현상들이 발생했던 시기를 찾고 그 주기성을 찾는 일은 단순히 지구과학자의 호기심을 충족시키는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다.

역사 기술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사적인 각 사건이 일어난 연대기적 자료일 것이다. 인류가 등장하여 여러 중요한 사건들이 생기고 이들 사건이 순차적으로 기술되면서 역사로 남는다는 점을 생각하면 지구도 그 자체의 역사책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지구가 간직하고 있는 중요한 지질학적 현상에 대한 연대기적 자료를 제공해 주는 방법이 연대 측정이다. 알고자 하는 사건이 얼마나 먼 과거 이었느냐에 따라 이용하는 연대 측정법이 달라진다.

많이 알려진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의 경우 탄소가 포함된 물질에 대해 수만년 이내의 연대 측정이 가능하며 우라늄과 납을 이용한 연대 측정은 수십억 년까지 연대측정이 가능해 우주의 형성 시기에 대한 정보를 알려 줄 수 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지구에서 제일 오래된 암석을 찾기 위한 노력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호주 Jack Hill 지역의 역암에서 지구에서 제일 오래된 44억년 전의 저어콘*이 발견되었다. 이 저어콘의 발견은 우리의 역사로 본다면 단군왕검이 살았던 시기의 유적을 찾은 것과 대비될 수 있겠다. 국내에서도 제일 오래된 암석으로서 25억 년 전의 것이 발견되어 보고된 바 있다.

이러한 연대측정 자료는 미국의 아폴로 계획 당시 달에서 가져온 암석의 연대 측정을 위해 개발되었던 초고분해능 이차이온 질량분석기를 이용해 얻어진 결과이다. 지난해 국내에도 설치되어 시범운영중인 이 장비는 20 마이크로미터 정도 굵기의 가느다란 산소 이온빔을 이용해 광물 표면의 동위원소 비를 측정한다. 전 세계적으로 15대가 설치되어 있으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 중국, 한국에만 보급되어 있다.

연대측정 자료가 왜 중요한지는 대형 토목 구조물의 지반 안정성에 미치는 활성 단층의 영향을 생각하면 알 수 있다. 단층이 확인되고 이들의 연대가 활성단층의 판단 기준이 되는 연대보다 젊다면 이 단층은 활성일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연대 측정 자료는 자원 탐사의 기본 자료이며, 지구 온난화를 비롯한 기후 변화 연구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올해는 우리나라도 로켓을 발사하여 인공위성을 지구궤도에 올리는 우주개발의 원년이 되는 해이다. 우주 개발을 통해 인류가 거쳐 가게 될 여러 행성이나 위성들이 만들어진 시기를 아는 것은 가장 중요한 우주 연구의 한 분야이다. 연대측정의 본격적인 연구도 월석을 가져옴으로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되새길 필요가 있다.

일견 연대측정 연구는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차세대 성장 동력등과 같이 매력적으로 보이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 흔들리는 국내의 경제 사정이 시사하는 바는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서는 결코 지속적인 성장 발전을 이루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연대 측정 연구는 지구과학 분야의 기초 자료이며, 지구과학은 인류 생존과 발전의 토대인 지구를 이해하고 활용하도록 하는 학문이다. 지구과학의 중요한 명제중의 하나는 “현재는 과거의 열쇠” 라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의 현상을 이해함으로서 다가올 미래를 준비하는 것, 즉 '과거는 미래의 열쇠”'라는 문구는 연대측정 자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또 다른 명제가 될 수 있다. 연대측정 자료는 지구라는 역사책을 쓰는데 달력과 같은 것이다. 지난 과거를 돌이켜 봄으로서 현재의 잘못을 바로잡고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역사가 주는 교훈이라면, 연대측정 자료는 인류 생존의 토대인 지구를 이해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게 하는 역사책을 우리에게 주는 셈이다.

이를 어떻게 활용하는 가는 또 다른 문제 이지만 인류가 근사한 지구의 역사책을 갖도록 하는 것, 이것이야 말로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학계의 화두 중 하나이다.

*저어콘 (zircon) : 화학식 ZrSiO4인 광물로, 암석내에 미량으로 포함되어 있다. 풍화나 침식, 변형작용에 강해 광물이 만들어졌을 때의 동위원소 화학조성을 잘 보존하고 있어 우라늄-납 연대 측정에 흔히 이용된다.

/김정민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환경과학연구부 연대측정팀








포토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