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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양신의 게임과 세상]‘한국판 뉴딜’ 콘텐츠산업에서 찾아보자


경제가 어렵다. 요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은 ‘살아남는’ 것이다. 아직 추운 겨울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마음부터 꽁꽁 얼어붙었다. 있는 돈은 움켜쥐고 소비는 최소한으로 줄인다. 장사가 잘 안되니 기업가는 구조조정을 생각하고 노동자는 혹시 직장에서 쫓겨날까 불안해 한다. 취직이 잘 안되니 대학을 졸업하는 학생들은 사회 첫 발짝부터 암울하기 그지 없다. 그런 대학생을 둔 50대 부모들도 한숨 짓기는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를 걱정하고 결국은 자신들의 불안한 내일을 걱정한다.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내년에 SOC(사회간접자본) 투자를 강화하는 내용으로 쪽으로 예산안을 다시 짠다고 한다. 수십조원을 풀어서 도로 항만을 건설하고 그래서 그것으로 시중에 돈을 풀어 고용도 창출하고 지방 중소기업들도 살린다는 것이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 뉴딜정책으로 경기를 부양하고 불황에서 벗어난 이후 각국 정부가 경제가 어려울 때면 약방의 감초처럼 즐겨 써먹던 처방이다. 이런 방법으로 내년 경기가 회복 국면으로 들어선다면 더할 나름 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자. 건설이나 SOC 투자만으로 현재의 경제위기를 극복할 동력이 마련될까. 중소기업들이 돈 가뭄에서 벗어나고 젊은이들이 마음 놓고 일할 직장을 구하고 그래서 이들이 예전처럼 지갑을 풀고 활발하게 소비를 해서 시장경제가 좋아질까. 선뜻 동의하기가 어렵다. 토목 전문가들 애기를 들어보면 SOC 투자는 중소기업보다 대기업 쪽에 혜택이 더 돌아가고 요즘은 자동화된 기계로 주로 작업이 이뤄지기 때문에 고용창출이 별로 안된다고 한다. 또 요즘 젊은이들이 3D 업종인 공사판에서 일하려 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고용보다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이 더 늘어날 거라는 주장이다. 20년 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은 정부가 생각한 만큼 효과가 나올 것 같지 않다.

그렇다면 ‘한국판 뉴딜’은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려보면 어떨까. 기왕 정부가 돈보따리를 풀어 경기를 부양하고 고용을 창출하려면 SOC보다 더 좋은 분야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바로 콘텐츠산업이다.

게임 소프트웨어 모바일 같은 IT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산업은 우리나라가 세계적으로 경쟁력을 갖고 있고 산업의 기반이 되는 컴퓨터와 통신망도 어떤 나라에 부럽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 무엇보다 어렸을 때부터 IT를 즐겨 사용해온 숙련된 젊은 인력이 풍부하다. 그런데 최근 몇 년간 IT분야는 신성장동력이 발굴되지 않고 기업들의 투자도 위축되어 일자리를 크게 늘어나지 않고 있다. 한류열풍을 몰고 온 영화 드라마 음악 게임분야도 요즘은 주춤한 느낌이다. 새로운 투자와 기술이 유입되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정부가 콘텐츠산업에 내년 SOC 예산의 5분의 1만 투자한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IT로 무장한 젊은 인력들이 일자리 걱정 없이 마음 놓고 자신들의 끼를 발휘한 터전을 갖게 되고 대부분이 중소기업인 게임 모바일 소프트웨어 문화콘텐츠기업들이 갑자기 활기를 띨 것이다. 벤처기업들이 살아난다면 침체된 코스닥 시장도 다시 살아나게 된다. 이로 인해 우리 콘텐츠산업이 한단계 업그레이드 된다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다. 물론 정부가 콘텐츠산업에 투자한다면 민간기업들과 어떤 식으로 역할 분담을 할 것인지는 서로 의견을 조율해야 한다.

최근 민간 주도 정책 자문기구인 ‘콘텐츠코리아 추진위원회’에서는 2012년 콘텐츠 5대 강국 진입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각 분야별 혁명을 위한 다양한 제안을 했다. 그 중 제 2의 온라인게임 혁명을 위해 교육용, 의료용, 군사훈련용 등의 기능성게임 개발과 E스포츠의 국가 브랜드화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막대한 IT인력들이 배출되고 있는 인도의 경우 소프트웨어산업을 장려하고 육성하는 인도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국가의 핵심 산업으로 발전했다. 처음에는 인도가 가진 강점인 저임금, 영어구사력, 기본 수리력을 이용하여 단순 프로그래밍 외주작업에 집중되었다. 하지만 점차 실력과 경험을 축적하게 되고 국가 정책적으로 R&D투자를 강화하면서 지금은 고부가가치 부문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해, 소프트웨어가 인도의 핵심 산업이 된 것이다.

불황은 위기이면서도 동시에 기회다. 어려울 때 다른 나라들이 투자를 꺼릴 때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조선산업에 과감하게 투자를 해서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이번 경제위기에 정부가 기왕 한국판 뉴딜정책을 쓴다면 한번쯤 콘텐츠 쪽으로 눈을 돌려보라고 진심으로 호소하고 싶다.

/김양신 제이씨엔터테인먼트 대표 column_yskim@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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