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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Report] 3D 영화의 미래와 한국영화


지난해 12월 전 세계 대부분의 지역에서 동시에 개봉된 3D 블록버스터 <아바타>. 가히 영상 혁명이라 할 수 있는 <아바타>의 3D 열풍은 북미 지역을 넘어 지구촌 곳곳으로 확산되면서 <아바타>의 영광을 뒤이을 3D 후속작들의 등장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12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연구를 거듭한 끝에 배우의 감정까지 잡아낸다는 이모션 캡처 방식으로 제작된 <아바타>는 세계 관객들에게 문화적 충격까지 안겨주며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박스오피스를 장악했다.

할리우드 유명감독들 줄이어 3D 제작

현재 할리우드의 많은 거물급 감독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3D 영화를 선보일 준비를 하고 있다는 소식이 외신들을 통해 속속 들려오고 있다.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카스 등 할리우드를 주도해가는 여러 스타 감독들과 드림웍스 등 메이저 애니메이션 제작사들은 3D 영화 제작에 적극 나서고 있고 <스파이더맨>, <해리포터> 등 유명 블록버스터들이 3D로 속편을 제작할 예정이다.

올해 개봉되는 애니메이션 기대작 중에도 3D 작품들이 유독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드림웍스의 3D 야심작 <드래곤 길들이기>와 <슈렉 포에버>, 픽사의 <토이스토리3> 등이 입체영상으로 구현된다. 또 상반기 최대 기대작 중 하나인 팀 버튼 감독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2D로 촬영해 3D 입체영상으로 전환한 작품이다.

국내 3D 영화 제작 초읽기

국내에서도 최근 3D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윤제균 감독과 곽경택 감독 등이 3D 영화 작업에 뛰어들었다. <해운대>로 지난해 1천만 관객을 돌파한 윤제균 감독은 차기작으로 <제7광구>를 선택, 3D로 제작할 계획이다. <제7광구>는 망망대해의 석유 시추선에서 벌어지는 괴물과의 사투를 그리는 SF스릴러물이다. 또 <친구>, <사랑>, <눈에는 눈 이에는 이> 등을 연출한 곽경택 감독은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발생한 연평해전을 소재로 한 전쟁영화 <아름다운 우리>(가제)를 풀3D 영화로 만들어낼 예정이다.

지난 3월 초에는 국내에서 최초로 3D 영화의 촬영이 시작됐다. 김훈 작가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현의 노래>는 6년간의 준비 끝에 윤제균 감독과 곽경택 감독의 작품보다 앞서 촬영에 들어가 내년 1월 개봉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첫 촬영 당시 이성재 등 출연배우들은 현장에 설치된 42인치 대형 모니터와 입체안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3D 구현 화면을 확인하는 등 3D 작업을 직접 체험하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도 동시에 진행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올해 3D 입체영화 교육센터 구축 및 교육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3D 입체영화 전문 인력 7천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 올해부터 영화진흥 프로그램 전반에 3D 입체영화 지원 사업을 배치하고 인력 양성에서 제작지원, 해외배급에 이르기까지 일괄 지원체제를 갖추기 위해 지난해 8억5천만 원이던 관련 예산을 40억 원 정도의 지원효과가 발생되도록 확대해 빠르게 진화하는 영화의 기술력 발전에 대처해나갈 방침이다.

3D 영화, 정말 미래영화의 중심이 될까

이 같은 영화산업의 3D 입체영화로의 급속한 흐름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3D 영화는 관객들에게 2D 영화가 줄 수 없는 입체감과 볼거리를 제공하고 제작사와 극장에는 비싼 관람료를 선물하기 때문이다.

모든 영화들이 입체영상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지만 갈수록 영화라는 매체가 ‘오락화’ 되어가고 있는 현실 속에서 3D 영화의 힘은 더욱 확대될 전망이라는 게 영화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하지만 엄청난 물량 투입이 시스템화 되어 있고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산업의 성공방식이 곧 한국영화의 롤모델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의 목소리도 높다.

한 영화 관계자는 “일단 3D 기술의 본격적인 도입으로 관객들이 불법 다운로드 대신 극장으로 돌아올 거라는 기대를 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한국영화는 <아바타>가 극장으로 불러들인 관객들을 어떻게 계속 극장에 잡아둘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한국영화 위기론을 말하기도 한다. 영화계 또 다른 관계자는 “스티븐 스필버그를 비롯해 할리우드의 최고 감독 및 제작자들이 3D 영화 개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주요 블록버스터들이 3D로 제작되면 극장에서도 3D 상영체계를 늘려갈 것이고 더 많은 콘텐츠들이 극장 체계에 맞춰 3D로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다시 말해 하드웨어(극장 상영체계)가 3D에 초점이 맞춰지면 소프트웨어(영화 콘텐츠)도 따라가게 돼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보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3D 콘텐츠 의존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고 국내에서 자체적으로 3D 영화를 개발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해외 콘텐츠에만 기대야 하는 일종의 ‘3D 식민주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이처럼 엇갈리는 의견 속에서도 영화계 관계자들이 말하는 공통적인 한 가지는 ‘이야기’였다. 기술력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가 현란한 3D 기술에 지친 관객들을 끌어당길 수 있는 스토리와 독특한 정서 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다면 할리우드의 거대 자본이 만들어낸 신기술과 대등하게 겨뤄볼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다.

최근 영화 <의형제>를 제작한 장원석 프로듀서는 “항상 새로운 기술 개발에 앞장서는 조지 루카스조차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토리가 가장 우선’이라고 말을 한다”며 “지금까지 한국영화가 할리우드의 물량공세와 견줄 수 있었던 것은 한국영화의 가장 큰 장점인 짜임새 있는 이야기였다. 기술 개발과 더불어 새로운 아이디어를 계속 발전시켜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제 한국영화가 ‘한국인의 고유 감성과 정서’만을 내세우며 외화와 싸우던 시대는 지나갔다. 자국 영화 충성도가 높은 관객들 덕에 비교적 여유로운 시선으로 외화들을 바라봤던 한국영화 시장은 이제 <아바타>의 성공으로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아바타>에게 역대 관객동원 1위 자리를 내주면서 한편으로는 자존심이 구겨졌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깨야할 또 다른 목표가 생긴 셈이다. <올드보이>, <괴물> 등으로 세계 영화계를 놀라게 했던 한국영화의 힘이 다시 한 번 발현되기를 바라본다.

글 |유숙 기자 rere@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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