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스토리] 이동헌 네오엠텔사장(5)-한국에서 소프트웨어 사업하기


 

모 거래처 임원과 면담할 때의 일이다. 기술 자체는 더할 나위 없지만 네오엠텔의 기술을 사용하기가 참 어렵다고 했다. 국제적인 표준도 아니고 A/S 등 대 고객 서비스도 글로벌 대기업에 비해 떨어져 주변으로부터의 저항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순수 국내 소프트웨어를 쓸 때면 으레 나오는 말들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많은 소프트웨어들 중 처음 나올 때부터 국제적인 업계 표준인 것들이 얼마나 될까? 또한 비용도 제대로 지불하지 않고 글로벌 기업과 비교부터 하는 것은 좀 성급한 것이 아닐까?

경쟁 우위의 기술이 있다면 채택해서 써보고 그에 걸맞는 비용을 지불한 후에 서비스도 요구해야 한다고 본다. 이것은 지극히 정상적인 경제 논리다. 그러나 우리나라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 회사는 요즘 단말기 제조사와 유료화를 위해 밀고 당기는 힘든 싸움을 하고 있다.

기술 채택을 위해 제조업체들을 찾아가 보면 채택해서 써주는 것만 해도 고맙게 생각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일반적이다. 규모의 경제와 힘의 논리를 앞세우는 것이다. 대다수 국내 업체들이 이 논리에 밀려 제대로 기술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반면 동종업체인 일본업체와 협의할 때는 첫 미팅부터 기술 사양 등 장시간의 협의를 마치고 탑재를 결정한 뒤 "얼마입니까" 라는 질문이 나온다.

나는 미처 기대하지 않고 있다가 일순간 당황하게 되었다. 애써 감추며 가격 협상에 들어가긴 했지만 사용을 하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이런 당연한, 정상적인 거래 조차도 익숙하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산업이 내게 준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CDMA 기술료로 천문학적인 비용을 거둬가고 있어 말 많은 퀄컴사가 2001년, 자사의 사업영역을 다양한 부가가치로 사업을 다각화하면서 멀티미디어 기술을 아웃소싱하게 되었다.

국내 최초로, 세계에서도 드물게 퀄컴에게 로열티를 받는 기업이 되면서 세계시장에서 기술기업으로서 우리 회사의 입지도 많이 올라갔다.

퀄컴의 멀티미디어 패키지는 그래픽과 사운드의 두 가지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그래픽 기술은 네오엠텔의 기술을 채택하고, 사운드 기술은 일본의 한 벤처에서 도입하였다.

그 일본업체는 계약 당시에 우리보다 규모는 약간 더 컸으나 국내 업계 표준을 장악했던 우리 회사의 우세한 사업 여건을 고려할 때 자국 내에서의 성장성 등에서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2년이 지난 현재, 일본 업체는 일본 내에서의 우세한 사업 여건에 힘입어 적절한 라이센스료 징수를 기반으로 급성장하였고, 우리 회사보다 몇 배나 규모가 성장했다.

물론 기업 성장의 요인을 단순하게 환경에 대비하여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그러나 직접적 비교가 가능할 정도로 유사한 업종의 유사한 사업모델을 가지고 있는 업체라서 이러한 극명하게 대비되는 결과는 국가적 기업환경이 기업 성장의 차이를 결정적으로 제공하고 있음을 느낀다.

최근 북미에 공동진출하는 문제를 놓고 3사가 사업전략과 마케팅 계획을 세우는 과정에서도 회사 규모의 격차를 실감하며 여러 부문에서의 협상력과 입지가 밀리는 상황을 경험했다. 이것이 국내 소프트웨어 산업이 국내 기술업체에 마련해준 환경임을 생각하면 안타깝기 그지없다.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지적 재산권에 관한한 매우 뒤쳐진 국가이며 소프트웨어 산업하기 힘든 나라임을 부인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하드웨어는 단돈 10원짜리라 해도 비용을 지불하려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그 제품이 아무리 부가가치에 기여했다고 해도 비용지불을 꺼린다. 재료비와 원가가 없고 무형이라는 이유가 그런 사고방식 형성에 기여했을 것이다. 그래서 산업계 전반의 육성이 아주 어려운 여건이다.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 기반 산업들이 취약하고 사회 전반의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는 모순된 구조를 낳고 있다.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비용에 대한 지출을 꺼리고 또 기술업체가 그것을 당연히 감수해나가는 구조는 이 악순환을 더욱 가속시키고 있다.

나는 그동안 업체들에게 끊임없이 이런 모순된 구조를 개선하자고 의견을 개진해왔다. 그러나 현시점에서는 업체들이 비용을 지불하기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지금 가장 시급하게 바꿔야할 것은 사고 자체의 전환이다.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을 만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이 업체들을 성장시키는 것은 한국의 국제 경쟁력을 키우는 일이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정당한 수익을 거둬 우수한 기술을 사장시키지 않을 수 있도록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마음이다.<계속>

, 사진=이원기기자 yiwongi@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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