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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송중기 앓이' 배경에 중국 미디어 자본이?


국내 방송 콘텐츠 업계 '차이나 머니' 바람 솔솔

[조석근기자] KBS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이하 태후)' 인기가 20대 국회의원 총선거도 눌렀다. 태후는 13일 저녁 시청률 34.8%로 총선 개표방송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동시 방송 중인 중국은 더하다. 태후 VOD를 공급하는 아이치이의 태후 조회 수는 20억건을 넘어섰다.

한중 양국의 '송중기(태후 주인공) 앓이' 배경으로 중국 드라마제작사 화처미디어의 투자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회사는 2014년 3월 3억2천만위안(570억원)을 들여 태후 제작사인 넥스트엔터테인먼트(NEW) 지분 15%를 인수했다.

NEW는 원래 '7번방의 선물', '변호인' 등 1천만 관객 작품을 제작한 영화사다. 태후는 NEW의 첫 드라마다. 화처미디어는 태후의 중국 배급과 사전심의 과정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고 한다.

◆"영세 콘텐츠 업계 기회" vs "한류 기반 뺏길라"

2000년대 이후 '한류 열풍'의 진원으로 불리는 방송 콘텐츠 업계에 '차이나 머니'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중국 미디어업계가 국내 드라마·영화 제작에 수백억원을 쾌척하면서 국내 콘텐츠 업계에 대한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고 있다.

국내 콘텐츠 업계는 만성적인 적자 구조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내 미디어 업계의 투자논의가 감감 무소식인 가운데 한류 콘텐츠 수익은 중국이 고스란히 챙겨간다는 문제제기도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국내 콘텐츠 업계에 거금을 투자한 중국 업체는 화처미디어만이 아니다. 지난해 연말 알파홍콩은 국내 애니메이션 업체 퍼니플럭스에 850만달러(98억원)를 투자했다. 퍼니플럭스는 알파홍콩의 해외 판매망을 이용해 애니메이션 '출동 슈퍼윙즈'의 북미·유럽 수출을 추진 중이다.

쑤닝유니버설은 지난해 레드로버의 지분 20%를 4억4천500만위안(800억원)에 확보해 최대주주가 됐다. 레드로버는 '볼츠 앤 블립', '넛잡' 등 애니메이션을 미국 헐리웃에 수출해 큰 화제가 됐다. 쑤닝유니버설은 국내 연예기획사 FNC엔터테인먼트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원조 한류스타 배용준이 최대주주인 키이스트도 중국 알리픽쳐스와 소속 한류스타 김수현을 등장시킨 영화 '리얼'을 제작 중이다. 중국 미디어 업체 소후가 지분 6%를 보유한 2대 주주이기도 하다.

오디션 프로그램 'K팝스타', 드라마 '추노' 등을 만든 초록뱀미디어도 중국계 엔터테인먼트 업체 DMG그룹이 최대주주다. 화이브라더스는 국내 영화제작사 쇼박스와 3년간 6편의 한중합작영화를 만들기로 하고 공동 투자를 진행 중이다.

중국 미디어 업계의 이같은 움직임은 국내 방송 콘텐츠 업계 입장에선 일단 반색할 만하다. 방송사들의 콘텐츠 단가 인하와 저작권 불허 등 고질적인 관행이 유지되는 가운데 제작여건이 열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4년 기준 등록 방송영상제작업체는 496개다. 이들의 평균 매출액은 21억원, 직원은 13.6명가량이다. 대부분 영세 업체들이다.

콘텐츠 제작자에 대한 처우도 열악한 수준이다. 같은 기간 6천780명의 종사자 가운데 54%가 비정규직으로 제작인력도 전년보다 0.8% 줄었다. '한류'라는 자화자찬이 무색한 형편이다.

업계 관계자는 "방송사들이 회당 5천만원이 들어가는 드라마에 2~3천만원의 제작비를 지급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최근 태후처럼 제작사가 저작권을 갖고 방송사의 입김 없이 사전제작으로 드라마를 공급하는 경우는 국내 업계에선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방송사들의 경영난이 악화되는 가운데 리스크가 큰 드라마 제작을 감수할 형편은 안 된다"며 "전반적인 투자환경을 개선하지 못할 경우 차이나 머니에 한류 기반을 송두리째 뺏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조석근기자 feelsogoo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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