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비상경영에 들어간다.
엄기영 MBC 사장은 29일 '사원 여러분에게 드리는 글'을 통해 "지난 98년 노사가 합심해 IMF 경제위기를 극복한 것처럼 모두 'MBC 살리기'에 나서자"고 직원들에게 호소했다.
엄 사장은 "최근의 경제상황은 경쟁력 1위를 지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온 우리의 노력을 무위로 돌려버리고 말았으며, 미국에서 시작된 금융위기는 세계 경제를 강타, 사실상 '대공황' 상태"라고 진단했다.
그는 "MBC의 광고 매출 상황이 97년 IMF 외환위기 때 보다 2배 이상 심각하다"며 신발끈을 조여매 줄 것을 독려했다. 흑자가 예상되는 올해 영업수지가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게 바뀌었다는 것이다.
엄 사장은 "9월 광고매출이 작년에 비해 80억원, 10월, 11월, 12월 석 달 동안의 광고매출은 작년보다 500억원 이상 줄어들 것"이라며 "지금 같은 민감한 시기에, 창사 이래 유례가 없는 대규모 적자를 낸다면 시청자와 국민들에게 무슨 말을 할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적자가 제작비 및 투자감소, 방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밖에 없으며, 방만경영이라는 비판으로 회사의 위상을 위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엄 사장은 조그만 거품도 걷어내야 하며 노사를 떠나 모든 임직원들이 고통을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의도 방송센터, 경영센터, 일산 드림센터로 분산된 사무 및 제작 공간도 재배치하는 등 전 사원들이 비용을 줄이는 고통을 감내하고, 공영방송이라는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흑자경영을 이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엄기영 사장은 "MBC가 10년 아니 100년 후에도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근본적인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구조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에서 고통을 감내하는 조정과 절감이 뒤따라야 한다"고 거듭 밝히고 "노사가 머리를 맞대고 최선의 타개책을 찾아내자"고 말했다.
그는 "미래성장을 위한 준비와 투자도 미룰 수는 없으며, 불안정한 광고시장에만 기대서는 미래가 없다는 것을 이번에 또 실감하게 된다"며 "IPTV와 DMB 등 뉴미디어 분야에서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내고 창의적인 두뇌를 활용해 '블루오션'을 개척하자"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MBC 노동조합 정영하 사무처장은 "위기 극복을 위해 노조 역시 주체적으로 허리 띠를 졸라매려고 한다"며 "사장이 말한 고통분담론과 IPTV 등 뉴미디어를 통한 돌파구 개척 등은 구조조정이나 당장 IPTV 콘텐츠 계약을 말한다기보다 큰 틀에서 현 상황을 타개하고 블루오션을 개척하자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강호성기자 chaosing@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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