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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신의 직장'은 변하지 않는다


[아이뉴스24 정종오 기자] 어려운 일일까. '신의 직장'이라 그런가. 2020년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 키워드를 꼽으라면 ‘우린 안 변한다’로 정리할 수 있을 듯하다. 정권이 바뀌어도, 국정감사에서 질타와 비난을 끝없이 받아도 끄떡없다.

15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전력공사, 한국수력원자력, 발전 5사 등 에너지 공기업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매년 지적된 내용이 반복됐다. 등장한 용어도 최근 몇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5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이 15일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를 들으며 생각에 잠겨있다. [뉴시스]

이럴 바에야 국정감사를 왜 하는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을 수정하고 싶은 의지를 에너지 공기업은 가졌는지 의문이다. 국정감사를 매년 ‘하루 정도 질타받고 넘어가는 관례’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우선 ‘죽음과 위험의 외주화’를 꼽을 수 있다. 2018년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 고(故) 김용균 씨가 혼자 작업을 하다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 작업장 안전관리 강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와 제도개선 노력이 이어졌다. 여전히 안전사고 문제가 발생하고 있고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들이었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황운하, 엄태영 의원 등은 ‘위험의 외주화’ ‘죽음의 외주화’가 여전하다고 지적했다. 2018년 고(故) 김용균 씨 사건이 발생한 이후에도 240명의 인명사고가 발생해서 총 13명이 사망했다. 이들 13명 중 92.3%인 12명은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최근 5년 동안 발생한 안전사고 사망자 42명 중 본사 직원은 1명에 불과했고 97.6%인 41명이 협력업체 직원이었다. 안전관리와 제도개선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방증이다.

재생에너지가 확대되면서 계통 문제도 단골 메뉴이다. 재생에너지를 내보내려 해도 전력망 부족으로 계통이 되지 않으니 발전소가 쉬고 있는 사례가 적지 않다.

김성환 의원은 15일 전력망 확충이 제때 이뤄지지 않아 에너지전환 정책이 위협받고 있다며 한전의 심각한 늑장 대응을 질타했다. 김 의원이 한전으로부터 받은 1메가와트(MW)이하 재생에너지 신청과 접속현황을 보면 2020년 8월 현재 1MW 이하 재생에너지 접속 대기 지연 건수는 8만3840건으로 총 용량이 14.4기가와트(GW)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4.2GW가 전력망이 부족해 발전소를 준공하고서도 발전을 하지 못하는 접속 대기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 측은 “1년 안에 대부분 해결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는데 실상은 다르다는 게 김 의원의 지적이다. 접속 대기 중인 4.2GW의 43%인 1.8GW는 변압기 확충이 어려워 변전소를 신설해야만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단골메뉴인 성 비위로 징계당한 한전과 한수원·발전 5사 직원, 심각한 운영 손실을 감당하면서까지 운영을 고집하는 석탄가스화복합발전 등 에너지 공기업이 지금 당장 바로잡고 고쳐야 할 것들이 수없이 지적됐다.

이런 지적에 에너지 공기업 사장들은 “바로 잡겠다” “인정한다”는 말로 은근슬쩍 넘어가는 것도 예전과 별반 다르지 않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한전의 ‘EHS(환경, 보건, 안전) 경영방침’이 현장에 반영되고 있는지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에 따져 물었다. 류 의원은 “한전이 협력업체 소속이라서, 1년 또는 2년마다 소속이 계속 바뀌어서 등 이런저런 이유로 체계적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김종갑 사장은 이에 대해 “일정 부분 한전 책임이 있다”는 취지로 답변했고 한전의 책임을 묻는 류 의원 질의에 김 사장은 "인정한다“라고 짧게 대답했다. 그러면서 스마트스틱 등 현장에서 쓰이는 장비를 개선 중이며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국정감사에서도 똑같이 재현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내용은 국민이 공감하는 내용이 많다. 매년 반복되는 지겨운 지적도 없지 않다. 지적받은 내용은 반드시 다시 한번 되뇌고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국민의 세금으로 일하는 에너지 공기업의 주인은 국민이다.

‘신의 직장’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자만심으로 ‘우린 안 변한다’로 일관한다면 끝내 나중에는 후회할 순간이 찾아온다. 매년 반복되는 질문과 구태의연한 답변을 듣는 것은 국민에게는 고문이자 고통이다. 지적받았다면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세종=정종오 정치정책부장ikoki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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