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전기 빼는 게 친환경?"…'원가절감' 비판 속 삼성전자 해명은


프런비르 "우리만 노력한다고 될 문제 아냐…기본 패키지에 다시 넣을 계획 없어"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애플, 샤오미 등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친환경'을 앞세워 기본 패키지에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향후에도 포함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프런비르(Pranveer Singh Rathore) 삼성전자 MX사업부 선행 CMF 프로 [사진=장유미 기자]

프런비르 삼성전자 MX사업부 선행 CMF 랩 프로는 지난 1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미국 뉴욕 드림 호텔에서 진행된 '지구를 위한 갤럭시(Galaxy for the Planet) 프로젝트' 브리핑에서 '충전기에 재활용 소재를 활용해 다시 기본 패키지에 넣는 방안'에 대해 묻자 "아직까지 (이와 관련해) 해결책은 없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서 '친환경을 앞세워 기본 패키지에 충전 어댑터를 제공하지 않는 것이 '원가 절감'을 통한 이익 남기기의 목적이 더 크다고 지적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현재 환경 문제의 심각성을 우리 모두 경험하고 있고, 많은 업체들이 친환경 활동을 펼쳐야 더 좋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만 노력한다고 될 문제는 아니다"며 질문 의도와 다른 답변만 내놨다.

삼성 25W PD 충전기 [사진=삼성전자]

업계에 따르면 스마트폰 업체 중 가장 먼저 충전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 시킨 곳은 애플이다. 탄소배출 저감 등 환경보호라는 명분에서다.

애플은 지난 2020년 '아이폰12' 시리즈를 출시하며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기본 패키지에서 제외하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충전 케이블은 제공됐는데 이마저도 충전 어댑터에 휴대용저장장치(USB)-C 타입으로 연결되는 라이트닝 케이블이었다.

당초 애플의 행보를 두고 업계에서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환경보호를 내세우고 있지만, 결국 소비자들에게 비용을 전가한다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당시 북미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갤럭시는 충전기부터 최고의 카메라와 배터리, 퍼포먼스, 메모리, 심지어 120Hz 주사율까지 지원한다"고 강조하며 애플의 정책을 비꼬았다가 곧바로 삭제한 바 있다.

샤오미 역시 "걱정 말라. 우리는 미10T 프로 박스에서 아무것도 빼지 않았다"며 애플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러나 삼성과 샤오미도 돌연 '충전기 제외' 방침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출시한 '갤럭시S21' 시리즈부터 패키지에서 충전 어댑터와 유선 이어폰을 제외했다. 샤오미는 '미11' 시리즈를 출시하면서 충전기가 포함된 제품과 미포함된 제품으로 나눠 출시했다.

특히 삼성전자는 플래그십 스마트폰뿐 아니라 중저가 스마트폰 구성품에도 충전기를 포함 시키지 않아 소비자들의 불만이 높아졌다. 지난해 12월 '갤럭시A13' 공개 때부터 충전기 어댑터와 이어폰을 별도로 판매하기 시작했고, 올 초 발표한 '갤럭시A53', 'A33' 등 에도 잇따라 충전기를 제공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8월 발표한 친환경 비전 '지구를 위한 갤럭시' [사진=삼성전자]

스마트폰 업체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일부 소비자들은 반발하고 있다. 환경보호란 명분을 앞세웠지만 실제로는 원가절감이 목적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 기업들은 원가가 절감되는 효과를 봤지만, 기기값은 저렴해지지 않아 부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실제로 애플의 경우 '아이폰' 구성품에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약 50억 파운드(한화 8조690억원)를 절약한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IT 매체 폰아레나가 인용한 시장 분석업체 CSS 인사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애플은 충전기, 이어폰을 빼 '아이폰' 1대당 27파운드(약 4만3천500원)를 절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아이폰' 가격은 낮추지 않았다.

CSS 인사이트는 "애플은 '아이폰' 구성품에서 충전기와 이어폰을 뺀 이후 전 세계적으로 약 1억9천만 대의 기기를 판매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제품 부피가 줄어 운송 비용 절감으로 얻는 추가 이익까지 합쳐 애플이 얻은 수익 규모는 50억 파운드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일각에선 각 기업들이 무선 이어폰, 무선 충전기 등을 잇따라 내놓은 만큼 판매량을 높이려는 전략이라고도 분석했다. 애플의 무선 충전기인 '맥세이프'의 판매가는 5만5천원, 삼성 무선 충전기의 판매가는 제품에 따라 3만원대에서 9만원대까지 달한다.

CSS인사이트는 "애플은 아이폰을 판매할 때 충전기와 이어폰을 제거해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다"며 "액세서리 판매로 추가로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2억2천500만 파운드(약 3천633억원)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일부 소비자들은 충전기가 빠지면서 구입비용은 사실상 더 올라간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삼성전자는 자사 공식몰에서 충전기 어댑터를 1만3천800~3만8천원에 판매 중이다. 애플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20와트(W) USB-C 타입 전원 어댑터와 라이트닝 커넥터 이어팟을 각각 2만원대에 선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애플과 삼성전자는 브라질 상파울루 소비자보호기구(Procon-SP)로부터 수십억원대 벌금 처분을 받기도 했다. 브라질 정부가 스마트폰 업체들의 충전기 미포함 움직임을 일종의 담합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 네티즌은 "기업이 환경보호의 비용을 소비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기업들이 정말 환경을 생각한다면 충전 단자 규격부터 통일하는 것이 먼저 아니냐"고 주장했다.

미국 뉴욕에 마련된 '갤럭시 체험관'에서 상영되고 있는 폐그물 관련 영상 [사진=장유미]

이 같은 비판에도 삼성전자는 이번 '갤럭시Z4' 시리즈에도 충전기를 포함시키지 않았다. 또 제품에 재활용 소재를 확대 적용하는데 더 집중하겠다는 말만 에둘러 강조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스마트폰, 태블릿, 웨어러블, 액세서리를 포함한 모든 모바일 제품의 플라스틱 재료 연구와 개발을 담당하고 있는 프런비르 프로는 이날 브리핑에서 "올해 출시한 대부분의 갤럭시에 친환경 소재 적용을 완료했다"며 "특히 '갤럭시 버즈2 프로'는 90% 이상이 재활용 소재로 만들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자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친환경 소재는 재활용 소재(PCM)과 폐어망 재활용소재(OBP), 바이오소재 등으로, 각 소재별로 부품마다 약 20% 정도씩 사용되고 있다"며 "앞으로 파트너와 협력을 통한 기술 혁신으로 새로운 재활용 소재를 개발하고 해양 환경 보존을 위한 진정성 있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2' 시리즈 및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 '갤럭시 탭 S8' 시리즈 등에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처음으로 적용했다"며 "올 한 해에만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 약 50톤을 수거해 재활용함으로써 바다 생태계에 대한 위협을 줄이는 데 기여했다"고 자평했다.

또 그는 "'갤럭시S22' 시리즈를 시작으로 플래그십 모델 패키지에 100% 재활용 종이를 적용하고 있다"며 "친환경 패키지 설계는 향후 플래그십 모델뿐 아니라 다른 제품 카테고리까지 그 적용 범위를 지속 확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뉴욕(미국)=장유미 기자(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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