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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기일의 아이들' 이한도·이우혁, 전북전만 기다린다


화려한 멤버에 가려 와신상담, 광주에서 벼랑 끝 심정으로 나선다

[조이뉴스24 이성필기자] 지난해 1월 말, 조이뉴스24는 전북 현대의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와 아부다비 전지훈련을 취재했다. 닷새 가까이 머무르면서 선수들의 얼굴은 거의 다 익혔다.

미드필더 이우혁(24), 중앙 수비수 이한도(23, 이상 광주FC)도 그랬다. 당시 이들은 훈련에만 집중하고 짐을 들고 빨리 움직였다. 기회 얻기 힘든 전북에서 한 번이라도 뛰기 위한 몸부림이었다.

1년 뒤 광주FC의 포르투갈 전지훈련지에서 만난 둘에게 "저를 기억하세요?"라고 묻자 "잘 모르겠다"는 답이 나왔다. 당시 상황을 알려주자 "훈련만 하느라 여유가 없었다. 나 자신만 챙기느라 남을 볼 처지가 아니었다"라며 여유가 없었던 전북 시절을 전했다.

포르투갈에서 간절함을 먹고 살았던 이우혁과 이한도

전북에서 생존에 실패했다는 낙인이 찍힌채 그들은 가난한 시민구단 광주 유니폼을 입었다. '이곳에서라면 기회를 얻을 수 있을까'라는 기대를 안고 왔지만 절대 만만한 곳은 아니었다.

이우혁은 조용한 성격이다.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을 정도로 축구에만 전념한다. 2012~2015년 강원FC에서 80경기를 뛰며 3골 11도움을 했고 지난해 전북으로 이적했지만 단 2경기 출전이 전부였다. 반명 이한도는 이우혁보다는 조금 더 쾌활하다. 전북에서 가끔 대기 명단에 이름이 올라갔지만 탄탄한 수비 구성으로 R리그(2군리그)에서만 뛰었다.

이우혁은 상주 상무에 입대한 여름의 대체 자원으로 영입됐다. 남기일 감독이 직접 이우혁에게 함께 하자는 제안에 뒤도 돌아보지 않고 광주를 선택했다.

그는 "정말 이번 시즌에 보여주지 못하면 끝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축구를 나름대로 오래 했는데 보여준 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광주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패싱 게임이라 압박하면서 득점까지 노려야 한다. 그렇게 해서 팀이 좋아진다면 밖에서 걱정하는 것들이 많이 사라지리라고 본다"라며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올해 챌린지(2부리그)에서 클래식으로 승격하며 이근호, 정조국, 문창진 등 폭풍 영입을 한 강원을 보면 묘한 감정이 든다. 승격 전에 팀을 나왔기 때문이다. 그는 "강원이 잘 됐으면 좋겠다. 환경도 좋고 의지가 있는 팀이라 그렇다. 물론 광주는 강원을 이길 것이다. 우리에게만 지고 우승하기를 바란다"라고 전했다.

포르투갈 전지훈련을 통해 이우혁은 거친 남자로 돌변했다. 샤흐타르 도네츠크(우크라이나)와의 연습 경기에서는 상대를 강하게 압박하더니 시비가 붙자 가장 먼저 나서서 기싸움을 벌이는 등 터프함을 보였다. 곱상한 외모와는 다른 야수였다.

남기일 감독은 "새로운 팀에 왔으니 감독에게 보여주려는 것 같다. 의지는 좋은데 적당히 해야 한다"라면서도 은근히 만족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형 이우혁만 붙어 다녔던 이한도는 "전북에서 광주로의 이적이 결정됐을 때 형과 같이 가고 싶었다. 그런데 진짜로 같이 가게 됐다. 서로 광주에서 제대로 해보자고 했다"라며 강한 생존 본능을 보였다.

이한도는 광주가 사실상 벼랑 끝에서 만난 팀이다. 23세 이하(U-23) 대표팀까지 경험했던, 나름대로 좋은 경력이 있지만, 과거를 지웠다. 그는 "정말 간절하다. 광주를 살리고 나까지 생존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다. 광주는 정말 좋은 팀이다. 지난해 최소 실점 2위였으니 올해는 1위로 올려놓고 싶다"라고 말했다.

"전북전에 나선다면 꼭 이겨야죠"

남 감독은 이한도에 대해서 "참 쓰임새가 많은 친구다. 전북은 항상 화려한 선수단으로 연습경기도 실전처럼 한다고 들었는데 그게 이한도에게는 경기를 뛴 것이나 마찬가지 아닌가. 충분히 실력이 있어서 기대한다"라고 전했다.

남 감독으로부터 강한 믿음을 얻은 두 사람은 광주에서 주전으로 나서는 것이 목표다. 막상 와서 보니 광주가 생각보다 완성도가 있는 팀이라 긴장을 갖고 훈련에 집중했다고 한다. 이우혁은 "탄탄한 팀이다. 선수들 대부분이 배가 고파서 그런가 의지가 대단하다"라고 엄지손가락을 들어 올렸다.

두 명 모두 전북전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전북을 상대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묘한 기분이다. 이한도는 "전북에서 이런저런 노하우를 많이 얻었다. 개인적인 복수보다는 그저 팀이 이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지난해 전북 입장에서 광주전은 항상 힘들었다. 올해 그런 것을 느끼고 싶다"라며 기대했다.

이우혁도 "광주가 전북에 승리가 없다. 경기는 참 잘하던데 일단 올해는 이겨야 할 것 같다. 감독님이 기대를 주셨으니 남은 것은 나와 한도의 몫이다. 진심으로 잘하고 싶다"라며 간절함을 표현했다.

조이뉴스24 포르티망(포르투갈)=이성필기자 elephant14@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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