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회사에서 월급 받고 싶으면 대본 바꿔."
공교롭게도 공영방송 KBS와 MBC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난 4일, '아르곤'이 첫방송 됐다. 팩트와 진실을 보도하려는 기자, 출세에 눈이 먼 보도국 국장, 인정받지 못하는 계약직 기자의 이야기는, 자신의 일터가 아닌 피켓을 들고 투쟁 중인 이들과 겹쳐졌다. 건물 붕괴 대형 참사는 세월호를 떠올리게 했다. 드라마지만 현실과 꼭 닮아있는 '아르곤'이었다.
tvN 새 월화드라마 '아르곤'은 가짜 뉴스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오직 팩트를 통해 진실을 밝히고자 하는 탐사보도팀 아르곤의 치열한 삶을 그린 작픔. 4일 첫방송에서는 팩트와 진실을 추구하는 언론인 김백진(김주혁 분)과 계약직 기자(천우희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최고의 앵커 김백진(김주혁 분)은 교회 비리 보도 이후 사과 방송을 했고, HBC의 유일한 탐사보도 프로그램인 '아르곤'은 심야 시간대로 밀려났다.
계약직 기자인 연화는 김백진이 있는 '아르곤' 팀으로 발령이 났다. 연화는 "'아르곤'이야 말로 진실을 밝히는 불빛이다. 아르곤에 유학 온 기분으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백진은 "아르곤은 보도국의 막장, 실미도다. 유학이 아니라 유배된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불 꺼진지 오래됐다"고 냉정하게 말했다.
건물 붕괴 대형 참사가 발생했고 HBC는 속보를 놓쳤다. 김백진은 '아르곤'을 살릴 기회라고 생각해 방송사에 특별 시간대를 요청했다. 아르곤 팀은 사고 원인과 관련, 건물 균열이 있었다는 정황을 발견하고 보도를 준비하고 있었으나 뉴스 팀에서는 현장 소장의 과실을 단독 보도했다. 현장 소장이 대피방송 없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혼자 탈출했다는 것. 이에 아르곤의 김백진과 뉴스 팀의 유명호(이승준 분)은 팩트 확인을 놓고 대립각을 세웠다.
김백진은 회사 지침으로 내려온 소장의 과실 단독보도 대신 피해자들의 사연을 소개하기로 결정했다. 김백진은 피해자 취재에 나선 연화를 즉흥적으로 취재석에 앉혔다. 윗선에서는 김백진의 방송을 보고 "판을 키우겠다더니 판을 엎었다"라며 분노했다. 김백진은 "지어진지 1년 밖에 안된 건물이 현장 소장 때문에 무너지는 것이 말이 되냐. 너무 쉬운 시나리오 아니냐. 한 명이 악역 맡아주면 다 편해지지. 팩트 체크부터 해야지. 도망간 소장이 어디서도 발견되지 않았다"라고 자신의 주장을 밀어붙였다.
아르곤 팀원들은 건물 붕괴에 대해 다각적인 취재를 하기 시작했으나 어려움을 겪었고, 신철은 "너의 가설을 증명할 팩트가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심지어 소장이 도망치는 것을 봤다는 '가짜 뉴스'도 나왔다. 아르곤 팀의 취재가 무산되려는 찰나, 연화는 "소장이 처음부터 공사를 거절했다"는 제보자의 증언을 입수했다. 백진은 보도국 이근화(이경영 분)의 회유에도 생방송에서 자사 보도에 반론을 제기했고, 보도국 기자들, 국장과 대립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생방송 마무리 멘트를 앞두고 소장의 시신이 건물 지하에서 발견된 사실이 전해졌다. 그간 홀로 도망쳤다고 비난 받은 소장은 고등학생을 구하려다 자신의 목숨을 잃은 것. 아르곤 팀은 예정대로 무사히 뉴스를 마쳤다.
이날 방송된 '아르곤' 첫회는 속도감 있는 전개, 정직한 보도를 추구하는 팩트 제일주의자 김주혁과 계약직 기자 천우희의 캐릭터를 흥미롭게 담아냈다.
무엇보다 '아르곤'은 현실을 투영한 사실적인 스토리와 날카로운 대사로 눈길을 끌었다.
미드타운 붕괴 사건은 세월호 참사와 닮아있었다. "현장 소장이 대피 방송 없이 비상용 엘리베이터를 타고 혼자 탈출했다"는 대목은 세월호 선장의 책임감 없는 탈출을 연상케 했다. 또 실종자와 사망자를 헤아리는 장면에서 "이제 거의 사망자로 변해가네. 무섭다. 실종자 칸에 있을 때는 살아있는 것 같았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집을 나섰다가 다시 돌아올 수 없게 됐다. 지금도 애타게 기다리는 가족들이 있다"라는 대사는 그날의 세월호 비극을 떠올리게 했다.
HBC 보도국 이야기는 경영진 퇴진을 외치며 총파업에 돌입한 KBS,MBC 기자들의 현 상황과 무관하지 않았다. "회사에서 월급 받고 싶으면 대본 바꿔"라는 윗선이나 "네 출세를 위해서 그 많은 사람들 죽인 거 아니야"라며 대립하는 김주혁의 이야기가 그랬다. 팩트 추구보다 자극적인 가짜 뉴스에 현혹되고, 오히려 이를 부추기는 모습, 그리고 "기자한테 진실은 사실을 통해서 일어난다"라는 김주혁의 반문은 언론의 역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끔 하는 대목이었다.
계약직 기자 천우희 캐릭터는 씁쓸한 현실을 반영했다. 천우희는 '특채' '계약직'이라는 말로 자신을 어정쩡하게 소개했고, 정규직 기자들은 "선배 자리 파먹고 들어온 그 용병 쓰레기"라고 표현했다. 심지어 회식 자리에 계약직은 부르지도 않았다. 계약직 기자와 정규직 기자의 거리감, 차별을 담아냈다. 여기에 유연함은 부족할 지언정, 팩트와 정의를 외치는 대쪽 앵커 김주혁은 이 시대가 원하는 참 언론인의 모습을 담아내며 사이다 활약을 기대케 했다.
그동안 기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는 많았다. 지금도 다른 방송사에서는 기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조작'이 방송 중이다. 후발주자로 나선 '아르곤' 기존의 기자 드라마와 또다른, 이 시대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남은 7화에 또 어떤 이야기를 담아낼지, 궁금증과 기대감을 동시에 품게 했다.
조이뉴스24 이미영기자 mycuzmy@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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