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 BIFF]남동철 "한국독립영화의 가능성과 미래"(인터뷰-결산③)

"여성 다룬 많은 영화들이 선정돼"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제 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오늘(21일) 폐막한다. 2년 전 '다이빙벨' 상영 후 촉발됐던 외압 논란 이후, 부산국제영화제는 여러 부침을 겪었다. 특히 한국영화감독조합, 영화산업노조, 한국촬영감독조합 등 일부 유관 단체들의 영화제 보이콧은 철회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남동철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는 더 큰 고민과 어려움을 맞닥뜨려야 했다.

이런 난관에서도 남동철 프로그래머는 올곧게 부산국제영화제의 가치를 지켜나가고 있었다. 독립·예술 영화들의 가치를 고민하고, 독립·예술 감독들의 작품을 더 알릴 수 있는 교두보 역할을 꿋꿋하게 해나가고 있다. 올해에도 어김없이 한국 영화 프로그램에 대한 호평이 잇따랐다. 지난 20일 부산 해운대 영화의 전당에서 조이뉴스24가 남동철 프로그래머를 만나 올해의 작품 선정 기준, 작품 동향 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이하 부산국제영화제 남동철 프로그래머와 일문일답

-21일(오늘)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한다. 소감은 어떤가.

"당연히 개막하기 전부터 어려운 점들이 있었다 영화제 직전에도 여러가지 사건들이 있었다. 우려했던 것들이 많이 있었는데 문제들을 빨리 해결해나가면서 기적처럼 또 한 번 영화제를 치러냈다는 생각이 든다. 어떤 우여곡절이 있든 무사히 잘 치러야 한다는 공동의 목표 의식이 발휘된 것 같다.

-'옥자', '군함도:감독판', '박열', '그 후' 등을 연출한 봉준호, 류승완, 이준익, 홍상수 감독 등은 불참했다.

"공교롭게도 감독님들 중에 영화제와 무관하게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던 분들이 있었다. 그런 게 겹치다 보니, 가장 유명하신 분들이 못 왔다. 저희로서는 매우 아쉽지만 개인적인 사정들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다. 내년에는 좀 더 많은 분들이 영화제에 참여할 수 있길 바랄 뿐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의 개막작 '유리정원'(신수원 감독), 폐막작 '상애상친'(실비아 창) 감독은 모두 여성이다. 작품들 속 주인공 또한 여성이다. 뿐만 아니라 뉴커런츠 부문, '한국영화의 오늘-파노라마' 등에서도 여성 이야기가 유독 많다.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

"일부러 찾아다니지는 않았다. 의식하지 않고 다 뽑고 나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영화 선정을 해보니 그렇게 됐다. 의식하진 않았지만 주류 상업영화, 극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영화에 지쳐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나 그런 상업영화에서는 남자 이야기, 남성 영화들이 주류다. 하지만 실제 세상에는 그런 이야기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여성 이야기도 많다. 어떻게 보면 다수와 소수로 나눌 때, 남성 이야기는 현재 다수이지만 소수자인 여성의 목소리와 그들의 이야기가 현실에서는 '다수'일 수 있다. 이들이 목소리를 낼 기회를 계속 차단 당하거나, 그런 영화는 투자나 배급이 안 돼 볼 기회가 없었다는 걸 영화 선정 과정에서 확인했다. 그렇다보니 여성을 다룬 많은 영화들이 선정됐다."

"늘 우리가 보던 이야기 말고 다른 이야기를 보고 싶은 이유가 컸다. 영화제가 해야 하는 임무 중 하나는 기존 극장 질서에서 볼 수 없던 영화를 소개하는 것이다. 극장에서 늘 보는 천만영화들로 채워지는 그런 프로그램은 할 필요 없다. 볼 기회가 많이 없지만 우리 사회에서 중요한 목소리, 귀 기울여야 하는 영화를 영화제가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올해 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중 초청작을 선택한 기준은 무엇인가.

"'주류에서 볼 수 없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라는 게 컸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항상 가지고 있는 자세, 새로운 재능을 발굴하는 것 또한 중요했다. 한국 독립예술 영화가 처한 현실은 굉장히 어렵다. 이 영화들이 개봉을 하면 몇 백명의 관객만 보기도 한다. 이천명이 넘으면 '아이고 다행이다'라고 생각한다. 이런 환경에서 독립예술 감독들과 영화인들이 영화제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 이들에게 부산국제영화제는 기회의 장이고 큰 희망이기에 그 역할을 잘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항상 한다."

"그렇게 할 수 있으려면 무엇보다 선정된 영화들을 꼼꼼하게 봐야 한다. 또 그 영화들이 대중들과 만나 좋은 결과를 맺을 수 있도록 영화제가 기폭제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이 부산국제영화제가 중점적으로 두고 있는 부분이다. 비전 섹션 같은 경우는 상이 굉장히 많아지고 경쟁 섹션으로 자리 잡았다. 그래서 올해는 전체적으로, 한국 영화 셀력션 중 개봉한 영화가 적다. 아직 개봉하지 않은 신작들을 관객에게 선보이고 싶은 마음이 예년보다 컸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에서는 어두운 현실을 반영하는 작품들이 많다.

"'세상을 살기가 굉장히 힘들구나'라고 느끼는 영화들이 굉장히 많았다. 여기에서 좋은 작품이 많았고 그런 작품들을 선정했다. 솔직히 어두운 현실을 다룬 작품들이 많다는 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현실을 돌파하려고 하는 감독들의 자세는 전투적이고 야심이 있었다. 어떤 영화들은 우울한 것을 어둡게만 다루지 않고 공감을 일으키는 따뜻한 작품이었다. 또 뉴 커런츠 부문에 선정된 작품들은 어두운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을 어떻게 잘 전달할지 치열하게 고민한 영화였다. 스타일도 신선했고 이걸로 충분히 공감을 불러일으킬 만한 작품이었다."

"특히 영화를 보다보면 집이 없어 헤매는 아이들, 물에 빠진 아이들 등의 이야기가 많았다. 누군가가 죽고, 그 누군가가 어린 세대다. 아마도 4.16 이후 세월호(참사)에 상당히 많은 영향을 받은 것 같은 작품들이 쏟아졌다. 뭔가 세월호 (참사)의 트라우마가 반영된 느낌이 들 정도였다."

-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는 지난 5월 타계했다. 부산국제영화제의 정신적 지주라고 할 수 있는 故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의 빈자리가 많이 컸을 텐데.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김지석 선생님의 뜻을 이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이 있을지 고민했다. 김지석 선생님은 아시아 영화의 창 부문의 작품들을 선정해온 터라 직접 김지석 선생님의 빈자리를 채운 건 아니다. 다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플랫폼 부산 등의 프로그램을 함께 만들어 아시아 독립 영화인들의 모임을 일상적으로 만들어보자는 이야기를 하게 됐다. 올해 성공적으로 론칭한 것 같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한국영화에 호평이 잇따랐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서 관심을 어느 정도 받았다고 평가하나.

"아마 '소공녀', '밤치기'는 관객의 반응이 특히 좋았다. '살아 남은 아이', '물 속에서 숨 쉬는 법', 등의 영화들은 평론은 물론 관객 반응도 만족스럽다. 개막작 '유리정원'을 포함해 선정된 한국영화들이 골고루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프로그래머로서 만족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여전히 예산 삭감 등의 문제를 껴안고 있다. 한국영화 프로그래머로서 겪는 어려움은 없나.

"재정이 충분하다면, 한국영화에 제작비까지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싶다. 부산국제영화제가 아시아영화펀드로 3편 정도 작품의 후반 작업을 지원해왔는데 이번에는 영화 하나를 선정해 올해 신설한 장편독립영화 제작지원 펀드로 (전체) 제작비 지원을 하게 됐다. 박정범 감독의 '이 세상에 없는'이다. 박정범 감독이 그 영화를 내년 부산국제영화제에 선보일 것 같다. 예산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되면 이렇게 한국 독립예술영화를 제작하는 데 더 많은 지원을 하지 않을까 싶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지난 12일 개막해 오늘(21일) 폐막한다. 75개국 298편의 영화가 초청됐다. 월드 프리미어로 100편(장편 76편, 단편 24편)의 영화가, 인터내셔널 프리미어로 29편(장편 25편, 단편 5편)의 작품이 상영됐다. 폐막작은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다.

조이뉴스24 부산=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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