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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행' 김대환 감독, 현실 연인 관계를 관조하다(인터뷰)


"극적으로 보이면 가짜 같아서 공감 받지 못할 것"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처음으로 가는 길. 초행(初行)의 사전적 의미다. 영화는 제목처럼 연인 관계인 두 남녀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상황을 그린다. 김대환 감독은 전작이자 데뷔작 '철원기행'(2014)에 이어 '초행'에서도 이들의 현실을 차분히 '관조'한다

'초행'(감독 김대환, 제작 봄내필름)은 결혼을 생각해야 할 시기를 맞은 지영과 수현이 서로의 가족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 지영과 수현은 7년 간 만나며 동거하고 있는 오랜 연인이다. 지영은 배우 김새벽, 수현은 배우 조현철이 연기했다.

'철원기행'에서 가족 간의 현실을 보여준 김대환 감독이 이번 '초행'에선 연인 관계를 사실적으로 다룬다. 지난 4일 서울 용산구의 한 카페에서 조이뉴스24가 '초행' 개봉을 앞두고 있던 김대환 감독을 만났다.

먼저 '초행'의 시작을 물었다. 영화는 김대환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가 어느 정도 담겼다. 김대환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 지금 부인과 7년째 열애 중이었다. 결혼은 한 지 얼마 안 됐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콘셉트만 자전적이다. 캐릭터, 집안 상황 등은 주변에서 들은 이야기에서 아이디어를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영화를 기획할 때 고민을 많이 하지는 않았어요. '철원기행' 후에 어떤 영화를 만들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때 7년 동안 연애를 하고 있는 상황이었고 양가 집안에서 결혼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나왔죠. 압박을 받은 건 아니었지만 그런 이야이가 나올 때마다 커다란 벽을 맞이하는 느낌이었어요. 저뿐 아니라 주위 친구와 동료도 하고 있는 고민이었죠. 결혼이 벽으로 다가온다는 것, 이 이야기가 나만의 관심사가 아니구나 싶더라고요."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잔잔'한 톤을 유지한다. 김대환 감독은 "'초행'에선 자극적인 큰 사건이 없다. 현실적인 일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이런 바람이 영화를 만드는 동안 내재돼 있었다. 그렇다보니 다큐멘터리처럼 찍었다"고 전했다. 이어 "지금 시대 이야기를 하는데 영화가 극적으로 보이면 가짜 같아서 공감 받지 못할 거라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캐릭터 또한 세지 않다. 우리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현실적 인물들이다. 김대환 감독은 "캐릭터 영화가 되고 싶진 않았다. 캐릭터가 영화를 끌고 가거나 크게 전환되는 것보다 그냥 3박4일 간 연인 사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의도를 밝혔다.

이어 "그 과정에서 잔잔한 파동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임신일지 모르는 상황, 양가 집안에 갔을 때 부모님의 태도 등 이런 것들이 얽혀 발생할 수 있는 파동"이라고 설명했다. 영화는 두 남녀가 다투는 과정 또한 '잔잔'하다. 특히 카메라가 차 안에서 차 밖에 있는, 심각한 두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는 기법은 이런 영화의 분위기를 이어간다.

"차 밖에서 이들을 카메라로 찍지 않는 게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두 사람이 말하는 걸 직접 보여줘야만 다툰다는 걸 표현할 수 있는 건 아니죠. 인물들의 표정과 행동만으로 그 (심각한) 상황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는 데 굳이 카메라가 차 밖으로 나갈 필요가 없죠. 또 관객은 이들이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있는 기능도 있고요."

작품의 완성은 배우들의 연기다. 김새벽과 조현철은 특색 없는 캐릭터를 특별하게 만들어냈다. 현실적인 연인 관계를 그리는 영화 분위기는 이들의 자연스러운 연기로 빛을 발했다. 김대환 감독은 캐스팅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히며 이들이 "시나리오를 암기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을 캐스팅한 이유가 엄청 선명한 건 아니에요. 다만 착한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하기에 실제 가지고 있는 모습이 캐릭터에 투영될 수밖에 없어요. 두 사람 모두 착한 사람이에요. 김새벽 씨는 언젠가 작품을 같이 하자고 했었고 조현철 씨는 실제 개성이 뚜렷하기도 하고요. 시나리오가 존재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흐름일 뿐이고 막상 찍을 때는 대부분 즉흥적으로 했어요. 그걸 다듬어가면서 자연스러운 흐름의 영화를 만들었고요. 두 사람의 자연스러운 연기는 시나리오를 암기하지 않아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철원기행'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눈 내리는 강원도 철원이 배경이다. 철원이라는 공간은 영화에서 주요한 장치다. '초행' 또한 그랬다. 김대환 감독은 공간을 먼저 설정한 후 이야기를 엮어갔다. 그는 "'철원기행'은 철원을 배경으로 한 가족 영화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다. '겨울 날 철원 눈밭을 걸어다닌다'는 아이디어가 먼저 떠올랐다"고 말했다.

"'초행'도 공간을 먼저 설정했어요. '경기도 인천과 강원도 삼척을 오가는 주인공들이 일몰과 일출을 맞이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생각했죠. 그 후에 인천과 삼척에 어울리는 가족 관계 등을 그렸어요. 공간 자체를 흥미롭게 느끼는 것 같아요. 공간이 사람에게 많은 영향을 미치잖아요. 공간이 사람을 지배하죠. 그때 사람이 느끼게 되는 감정이 있을 거고 그런 것들이 작품에 드러났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왜 인천과 삼척이었을까. 김대환 감독은 "인천에 2년 정도 살았고 삼척에는 외가가 있어서 자주 갔다. 개인적으로 당시 인천의 이미지는 좋지 않았다. 공기도 안 좋고 정이 없는 삭막한 느낌이 들었다. 삼척 시골 바닷가 쪽 시내에는 엄청 큰 시멘트 공장이 있다. 그게 흥미로웠다"고 전했다.

'초행'은 '철원기행'과 다른 방식으로 촬영됐다. 김대환 감독은 "'철원기행'은 눈이 내리는 것에 맞춰 촬영에 들어갔다. 눈이 내리고 있는 신을 먼저 찍고 다음에 실내를 촬영했다. 하지만 이번 '초행'에선 콘티 순서대로 찍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스태프 규모도 '철원기행'은 23명 정도였지만 초행은 8~9명이었다"며 "'초행' 촬영에선 무엇보다 기동성이 중요했다. 그래서 많은 인원이 필요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영화에서는 촛불집회 현장에 있는 두 주인공의 모습이 그려진다. 지난해 서울 광화문에서 뜨겁게 불타올랐던 촛불집회를 연상케 한다. 김대환 감독은 이 장면에서 시대성을 강조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2016년, 2017년 한국은 이런 모습이구나' '이런 풍경에서 청년들이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구나'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초행'은 연인 관계뿐 아니라 두 남녀가 안정적인 직업을 갖지 못한 모습도 그린다.

"이 두 사람의 마음 깊은 곳에는 불안이 깔려있어요. 해결되지 않는 불안이요. 결혼에 대한 불안, 다음 날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모르는 불안 같은 것들이요. '초행'이 관객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어요. 관객이 '이 불안을 함께 공유하고 있구나'를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한편 '초행'은 제70회 로카르노국제영화제 신인감독상, 제32회 마르델플라타국제영화제 최우수각본상 등을 수상하며 작품성을 인정 받았다. 7일 개봉해 현재 극장가에서 상영 중이다.

조이뉴스24 유지희기자 hee0011@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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