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 유아인 "칸 트로피 기대? 이창동 수상하길"(인터뷰①)

"정답에 중독된 세상…'버닝'의 정답은 '모호함'"


[조이뉴스24 권혜림 기자] 배우 유아인이 영화 '버닝'을 작업하며 이창동 감독과 함께 한 특별한 순간들을 돌이켰다. 배우에게 연기를 지시하면서도 그 자신의 윤리를 굳건히 지키고 마는 이창동 감독의 모습을 보며 느낀 감회 역시 털어놨다. 19일 진행되는 영화제의 폐막식에선 자신이 아닌 감독이 전보다 더 좋은 상을 받길 바란다고 속내를 밝히기도 했다.

지난 18일(이하 현지시각) 제71회 칸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칸의 해변 모처에서 경쟁부문 초청작 '버닝'(감독 이창동, 제작 파인하우스필름, 나우필름)의 이창동 감독과 배우 유아인, 스티븐연, 전종서가 참석한 가운데 라운드 인터뷰가 진행됐다.

'버닝'은 유통회사 알바생 종수(유아인 분)가 어릴 적 동네 친구 해미(전종서 분)를 만나고, 그녀에게 정체불명의 남자 벤(스티븐 연 분)을 소개 받으면서 벌어지는 비밀스럽고도 강렬한 이야기. 일본의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헛간을 태우다'에서 모티프를 얻은 작품이다. 지난 16일 칸에서 첫 선을 보인 뒤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고 있다.

칸 첫 공개 후, '버닝' 뿐 아니라 그 속의 배우의 유아인의 연기 역시 현지 언론의 호평을 받는 중이다. 어느 평론가는 지난 2013년 제66회 영화제에서 '가장 따뜻한 색 블루'가 감독과 두 주연 배우들에게 황금종려상을 공동으로 안긴 사례를 알리며 '버닝' 역시 그와 같이 칸의 전통을 뒤엎는 사례로 남길 바란다는 글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정말 상을 받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하는 기자에게, 유아인은 크게 웃으며 "그건 (심사위원장인) 케이트 블란쳇에게 말하라"고 답했다. 수상을 기대하는지에 대한 물음에 그는 자신보다는 감독에게 최고의 영예가 돌아가길 바란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유아인은 "감독이 전보다 큰 상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영화제에서 어떤 상을 받는지보다, 그에 앞서 초청 여부보다, 영화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자신에겐 더 큰 의미가 있다고도 답했다.

유아인은 칸국제영화제 초청이나 수상 시 영화가 국내에서도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과 관련해 "이 작품에 대해 자부심이 있고, 이 영화가 현실을 향해 하는 역할이 있기 때문에 (더 많은 사람들이 보면 좋겠다)"며 "여긴 미디어의 잔치 아닌가. 누군가는 '홍보하러 나왔냐'고 하겠지만, (영화를 만들었으니) 홍보하고 팔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성 없게 홍보하는 것이 문제 아니겠나"라고 밝은 얼굴로 말했다.

'버닝'의 공식석상에서 이창동 감독을 향한 큰 신뢰를 드러냈던 유아인은 이날도 영화 현장에서 느낀 감독의 특별한 면모를 기억했다. 감독의 그런 태도는 '버닝'이라는 영화가 지닌 모호하고 흐릿한 사건과 관계, 몇 줄의 글로 정리해버릴 수 없는 서사, 그리고 이를 통해 이 시대 청춘들에 대해 무엇을 어떻게 말하고 싶었는지와도 닿아 있었다.

"영화를 보는 저 역시 그래요. 불안하고 편하지 않죠. 우린 명쾌하고 싶고 정답을 갖고 싶고 판단하고 싶어하고 이도저도 아닌 걸 싫어하니까요. '버닝'에 정답이 있다면 그 모호함 아닐까 싶어요. 이것 혹은 저것이 아니라, 너도 나도 정답인 거죠. '세상에 옳고 그름이 어딨어' 같은, 우리가 이 모호함을 어떻게 받아들이게 되는지가 '버닝'의 중요한 지점이에요. 세상은 정답에 중독돼 있지만, 그 정답들은 세상을 전혀 좋게 만들지 않잖아요. 감독은 그 정답들이 세상을 좋게 만들어왔다면 계속 그 답을 추구해야 하지만, 이제 정답에 대해 의구심을 가질 필요가 있는 시대가 아닌지 생각했던 것 같아요.

유아인은 "영화는 세상에 큰 파장을 줄 수 있는 매체인데, 과연 그것이 세상을 좋게 하는지에 대해선 많은 고민의 지점이 있을 것"이라며 "이창동 감독은 워낙 윤리적인 사람이고, 그것(고민) 자체가 감독의 윤리"라고 말했다. 극 중 해미 역 신인 전종서의 연기를 디렉팅하는 이창동 감독의 모습을 떠올리면서도 유아인은 촬영 현장에서 감독의 윤리에 대해 다시 생각했다.

"예를 들면 극 중의 해미(전종서 분)에게 디렉션을 할 때도 조금 더 빠르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어요. 그런데 (감독은) 기다려요. 스스로 감정에 도달할 때까지요. 하지만 도움을 줘요. 저는 파트너로서, 해미가 힘들어하는 신에서 '소리도 지르고 깨 부수고 나와 봐'라고 이야기해주기도 했어요. 저는 그게 이 현장을 위해 선배이자 동료 배우로서 함께 해야 하는 일이라고, 내가 이 배우에게 도움을 주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어떤 측면에선 내가 한 인간에게 폭행을 가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현장에 충분한 시간이 주어져 있고 스스로 찾아갈 수 있는데 말이에요.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잖아요. 자신을 깨부수고 나오는 것에는 굉장한 에너지가 소모되고, 그게 타인에 의해 이뤄질 때는 굉장히 폭력적인 순간이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감독이 연기를 끌고 가는 순간도 '빨리 할 수 있는데 왜 안하지?' 생각하는 게 아니라 '그마저도 자신답게 하는구나. 세상에 위해를 끼치고 싶어하지 않는구나'라고 생각했어요."

'버닝'이 담는 시대상, 의도와 무관하게 세계와 불화하게 되는 인물들의 고민이 그런 감독의 손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새삼 자연스럽다. 유아인은 "재밌는 지점이다. (감독의 디렉팅은) 우리가 생각하는 현명하고 똑똑한 방법은 아니다"라며 "우리는 더 빨리 하는 게 신속하고 현명하고 효율을 극대화하는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건 이 논리 안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어떤 질서 논리 안에 국한된 이야기 아닌가. 그게 절대적 방법이나 답안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 결과가 우리가 마주하는 이 순간들 아닌가 싶어요. 빠른 성장,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 같은 것들이요. 그런데 그것들이 인간에게 끼치는 일을 생각하면 꼭 환호할 수만은 없는 일들이 어마어마하게 많죠. 하지만 우린 그걸 철저히 누리고, 환호하고, 다음 시리즈를, 다음 시즌을 기다리고, 더 업그레이드된 버전을 기다려요. 이창동 감독님은 '그러면서 정작 우리가 다스리고 환기해야 할 인간성은 철저히 외면하게 된 것 아닌가' 라고 생각한 것 아닐까 싶어요."

한편 제71회 칸국제영화제는 19일 폐막식을 열고 수상작(자)을 공개한다.

조이뉴스24 칸(프랑스)=권혜림기자 lima@joy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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